컨테이너 거주 박군의 "대통령 할아버지께"

컨테이너 거주 박군의 "대통령 할아버지께"

머니투데이
2009.01.02 10:14

[일자리가 희망이다<1>]컨테이너에 사는 13세 학생의 꿈

이명박 대통령 할아버지께!

대통령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구리시 내양초등학교 6학년 박찬휘 입니다. 저는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구리시 사노동의 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구리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죠. 주변은 논과 밭인데, 저희 집과 같은 컨테이너 창고들도 많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경기 안양시에 살았는데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 2004년부터 옮겨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사한 곳은 학교가 가깝고 방도 따뜻한 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고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컨테이너로 옮기게 됐습니다.

중간에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방에서 산 적도 있는데 너무 답답하고 무서웠습니다. 컨테이너 집은 조금 춥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지하방보다 훨씬 좋습니다.

아버지는 음악학원 원장님이었는데 2005년 학원을 그만 둔 뒤 집에서 쉬고 계십니다. 처음엔 아이들 음악 과외부터 아파트 공사장 일까지 하셨는데 건강이 안 좋아 몸져 누우셨거든요. 당뇨를 앓고 있는데 학원 문을 닫은 후에 합병증까지 생겨 간, 위, 장도 나빠졌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집을 떠났습니다. 외할머니께선 어머니가 외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제가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줬던 동생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 2학년이 됩니다.

아버지 말로는 저희 집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이 80만원이라고 합니다. 통장으로 매달 정부 보조금이 들어온답니다. 구리시 적십자 봉사단체도 이불과 김치를 보내줍니다. 봄, 가을엔 집안 대청소도 해 주시구요. 그런데 80만원으로는 저희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컨테이너 월세로 30만원을 내고 나면 식비와 우리 형제 학용품 비용 대기도 버겁다고 하십니다.

아버지가 돈을 주시면 제가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가는데 1년 전보다 과자·라면·빵 가격이 너무 비싸졌습니다. 돈은 똑같은데 물건 값이 올라서 골랐던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은 적이 많습니다. 겨울에는 연탄을 때야 해서 더 힘듭니다. 연탄가스 냄새가 나서 가끔 아침에 머리도 조금 아픕니다.

아버지는 지난해 1월1일 저희 형제 손을 붙잡고 제가 중학교 가기 전에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일을 하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구리시 창업지원센터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아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창업지원을 받기로 돼 있었는데 보증인이 없다고 지원금을 못받았답니다.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직 두 달 남았지만 아무래도 아버지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 실망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언젠가는 다시 일을 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좋아지셔서 일을 하시면 따뜻한 집으로 이사 가고 다른 친구들처럼 영어 학원, 수학 학원에도 다닐 수 있으니까요.

저는 요즘 매일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당뇨병이 빨리 낫게 해주세요. 우리 집에 돈이 생겨서 라면이랑 빵이랑 실컷 먹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들이 잘 살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잘되게 해주세요"라고요.

2009년에는 정말 모두 모두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할아버지, 감기 조심하세요. 그리고 우리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주세요.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들 잘 살게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2009년 1월1일 박찬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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