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기자의 부동산 IndustOry]초고층 시공 경험 기술력 바로미터

'1원 낙찰.'
1985년 1월25일. 한국무역협회가 실시한 54층(227m) 규모의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오피스빌딩 시공사 입찰에서 국내 건설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있었습니다. 극동건설이 1원에 투찰, 무역협회는 물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경쟁사 관계자들까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일이 일어났던 것이죠.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비용은 실비로 정산하는 방식이긴 했지만 추정공사비가 600억원에 달해 당시로선 초대형 공사에 극동건설이 1원을 투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초고층빌딩 시공 '실적'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에서 실적은 기술력과 신용을 담보하는 바로미터입니다. 당시는 63빌딩을 지은 신동아건설을 빼면 국내에 5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시공한 업체는 전무했을 때였죠. 초고층빌딩 시공실적은 곧 '나만 건설사다'란 점을 입증하는 오디션 무대였던 셈입니다.

유홍남 극동건설 상무는 "경쟁입찰에 0원을 써낼 수는 없어 1원을 써냈다"며 "이익을 포기하고 명예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초고층빌딩을 짓는 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압력을 견디는 고강도 콘크리트 개발 등 첨단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초고층빌딩 시공경험이 있는 국내건설사는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준공기준으로 현재 국내 최고 빌딩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69층·263m)입니다. 그 다음이 목동 '하이페리온'(69층·256m)이고 63빌딩(60층·228m)은 3번째입니다. 이들의 시공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신동아건설과 극동건설 정도가 초고층빌딩 실적을 갖고 있는 것이죠.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어서 보통 50층 이상을 초고층이라고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100층 이상 마천루가 경쟁적으로 건설되면서 이젠 50층이 넘어도 초고층 명함을 내밀기가 쑥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기초콘크리트 타설공사를 끝낸 잠실 '롯데수퍼타워'는 123층 555m로 계획돼 2015년 완공되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0층·828m)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 빌딩은 롯데건설이 자체 개발한 '초저발열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해 시공합니다. 기초콘크리트 타설공사에 투입된 레미콘 차량만 5300여대로 이를 일렬로 세우면 잠실 현장에서 오산까지 닿는 어마어마한 양이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100층 이상 마천루 시공경험은 삼성물산이 단연 으뜸입니다.
독자들의 PICK!
삼성물산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 마천루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비롯해 '타이베이 101 타워'(101층·508m) 등을 시공하면서 전세계 초고층빌딩 건설업계에 자사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