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의 마지막 대규모 무허가 정착지로 꼽히는 개포지구(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재차 진통을 겪고 있다. 마지막 이주를 위한 명도소송 절차가 첫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이후 일정 전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구룡마을 미이주 원주민은 총 1107가구 중 170가구로 집계됐다. SH는 이들을 포함한 253가구를 상대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도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소송은 개시 단계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있다.
명도소송 개시를 위해서는 소장 송달이 이뤄져야 하는데 구룡마을의 경우 주소 불명 또는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점유지가 불일치하는 사례가 많아 송달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명도소송 대상 가운데 소장을 전달받은 가구는 104가구에 그친다. 나머지 149가구는 서류상으로는 명도소송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소장을 송달받은 일부 가구 역시 변론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SH는 집행 인력을 투입해 현장 직접 송달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진 이주 의사를 밝힌 가구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하는 방식으로 이주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송달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명도소송은 1심에만 약 6개월이 소요되는데 지금처럼 송달이 지연될 경우 소송 일정 전반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당초 SH는 연내 이주 및 철거를 마친 뒤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명도소송 첫 단계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일정 차질이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일정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사업비 증가와 함께 주택 공급 시점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구룡마을 정비사업은 SH가 시행을 맡는 공공 주도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일대가 공공임대와 분양주택을 포함한 3739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재편된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후반 강남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과 저소득층이 유입되며 형성된 무허가 정착지다.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거주민이 늘어났고 장기간 도시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후 정비사업 과정도 순탄치 않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정비사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복잡한 토지 구조와 보상 문제로 인해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다. 개발 방식이 수차례 변경되며 지연을 거듭하던 중 SH의 역할 확대로 사업 추진에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지만 이주 지연으로 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구룡마을 이주 지연의 배경에는 보상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SH는 적법 건축물과 1989년 이전 무허가 건축물에 한해 분양권을 인정한다는 원칙을 수립했지만 구룡마을 내 상당수 주거시설은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분양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주민 일부가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이나 지역주택조합 방식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SH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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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관계자는 "현재 집행 인력을 투입해 현장 직접 송달을 병행하고 있으나 상당수 가구에 대한 전달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임대보증금 면제와 임대료 인하 등 지원책을 안내하며 자진 이주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주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노후 목조 구조와 밀집된 건물 배치로 화재에 취약해 2014년과 2023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이주가 진행 중이던 올해 1월에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