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인을 위한 보험' 동상이몽 지속된다면

[기자수첩]'노인을 위한 보험' 동상이몽 지속된다면

신수영 기자
2013.10.06 14:29

"만기 전에 돌아가셔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팔순이 다 된 노인이 이런 구조를 이해하기는 역부족인 것 아니냐. 더구나 보험계약을 유지하려면 갱신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보험료가 두 배가 뛴다. 5년 동안 매달 6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냈는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크게 상심하셨다."

한 외국계 보험사의 실버보험에 TM(텔레마케팅, 전화로 보험가입)으로 가입했던 노인의 사례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고령자 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로 보험에 가입했다가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심사보험이다. 무심사 보험은 말 그대로 기존 병력을 따지지 않는다. 가입이 쉽다는 의미다. 대신 보험 가입으로 보장받는 범위가 좁다. 통상 사망보장(사망 시 보험금 지급)이 보장의 전부인데, 지급되는 보험금도 1000만~2000만 원 수준으로 1억~3억원이 지급되는 정기보험(사망보장을 주로 하는 상품)에 비해 훨씬 적다. 장례비 수준의 보험금만이 지급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보험은 순수보장형으로 만기(갱신 시점) 때 자신이 냈던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다. 갱신 시에는 보험료가 인상돼 보험가입을 유지하려면 전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받게 될 보험금이 그동안 냈던 보험료에 맞먹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년간 매달 6만 원을 냈고 다시 5년간 12만 원을 내면 10년간 납입한 보험료는 1080만원으로 해당 보험이 질병으로 사망 시 지급하는 보험금(1000만 원) 수준이다. 보험 반대론자들이 '차라리 저축을 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실 갱신형이자 순수보장형을 둘러싼 불만은 그동안도 계속돼 왔다. 처음에 1만 원대 '저렴한' 보험료로 시작해 1~3년씩 갱신하는 건강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료가 너무 빨리 올랐다거나, 환급금이 없다는 사실을 몰라 낭패를 본 얘기는 이미 흔한 레퍼토리다. 이런 보험은 비교적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TM 상품이 많다. 젊은 사람들도 몰랐다가 억울함을 토로하는데 60대, 70대는 오죽할까.

고령자 보험은 물론 필요하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며 수요도 증가했고 당국에서도 시장 확대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상품을 두고 서로 '동상이몽'인 상황이라면 '상세히 설명했다'는 보험사와 '억울하다'는 소비자의 줄다리기는 멈출 길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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