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진입확대시 등급 인플레 등 부작용 우려…제도개선 통해 기존 회사간 경쟁 촉진

지난 21년 간 신규 회사 진입 없이 3개사가 나눠 독점하고 있는 신용평가업 시장의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다만 신용평가업의 특성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당장 진입문턱을 낮추는 대신 제도개선을 통해 회사들 간 경쟁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급격한 진입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자칫 등급 쇼핑과 등급 인플레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12명 등이 참여한 제2기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 논의를 통해 신용평가업 경쟁도 평가와 진입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시장집중도를 판단하는 HHI(허핀달-허시먼) 지수는 각 참여자들의 시장 점유율(%)의 제곱 합으로 계산한다. 1200미만이면 '경쟁시장'으로 분류된다. 1200~2500은 '집중시장', 2500 이상은 '고(高)집중시장'으로 본다.
신용평가업 시장의 HHI 지수는 작년 말 기준 3200으로 분석됐다.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을 합친 CR3(Concentration Ratio3)은 97.5%에 달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전체인가를 받은 3개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와 부분인가를 받은 1개사(서울신용평가)가 영업 중이다. 이중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오랜기간 약 14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약 1/3씩 균분해 오고 있다.
특히 2000년 서울신용평가가 부분인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한 후 현재까지 약 21년 간 신규 진입이 전무한 상태다.
평가위는 다만 신용평가업의 특성을 고려해 당장 진입문턱을 낮추지는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용평가업은 새로운 서비스나 낮은 수수료보다는 높은 품질의 신용평가 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서다. 자칫 진입문턱을 낮췄다가 신규 업체가 점유율을 끌어올리려 무리하게 영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주요국도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과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 신용평가업 시장의 HHI는 한국보다 높은 3712를 기록했다.
박재훈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급격한 진입확대 정책을 추진할 경우 신용평가 품질 개선효과보다는 부작용과 시장혼란 발생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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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평가위는 추가 제도개선을 통해 기존 신용평가회사들의 경쟁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규율 강화와 신용평가 품질을 높여가겠다는 목표다.
우선 신용평가사들의 이해상충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신용평가 업무에서 영업이나 마케팅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을 명확히하고, 인가요건에 계열사·대주주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또 신용평가사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개선을 위해 인가 취득 이후에도 인가 당시 요구되는 인가요건의 유지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신용평가시장 진입규제를 낮추는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일정기간 평가이력을 축적하고, 시장평가 후 신규인가를 내주거나 단위인가 허용, 정식인가 이전 제3자 의뢰 평가 허용 등이 논의 대상이다.
아울러 발행사나 제3자 등 요청이 없이도 금융투자상품과 발행사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고, 그 평가결과를 구독회원(투자자) 등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의뢰 평가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현재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 시장은 신용평가가 의뢰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박 과장은 "향후 제반여건이 성숙될 경우, 인가정책에 참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가정책을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