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노리다 쪽박" 주식 손 터는 개미들 '여기로'…사상 첫 1000조 돌파

"대박 노리다 쪽박" 주식 손 터는 개미들 '여기로'…사상 첫 1000조 돌파

김은령 기자, 김도엽 기자, 최민경 기자
2026.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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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1000조 돌파 (종합)

"다신 주식 안 할래" 줄줄이 돈 뺀다...뭉칫돈 다시 '여기로'
투자자예탁금 추이/그래픽=김지영
투자자예탁금 추이/그래픽=김지영

한때 140조원에 육박했던 증시 대기자금이 100조원대로 급감했다. 200조원 코 앞까지 치솟았던 거래대금도 3분의1토막이 났다. 연일 상승하며 9000선을 넘어섰던 증시가 조정을 받은 두 달간 주식시장 유동성이 급감하며 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지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 은행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25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2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3조136억원이다. 특히 지난 11일엔 97조928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1월 26일 이후 6개월 반 만에 100조원대를 하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위해 예탁받은 금액을 뜻한다. 즉 투자자 증권계좌에 남은 현금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보통 주식 투자가 활발할 경우 예탁금은 늘어난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하며 9000선을 돌파한 지난 6월까지 투자자예탁금은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6월 4일 139조6947억원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상승장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폭 감소했다가 7월 하락장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6월 말 38조원대까지 늘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이달 초 27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6개월만이다. 증시 과열 우려에 증권업계가 선제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거래 과열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경고한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AI(인공지능) 투자 우려와 반도체 피크 아웃 가능성 등으로 지난달 국내 증시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 지난 7월 말 코스피지수는 5593.56으로 전고점 대비 38.6% 하락했다. 8월 들어 실적 개선에 따라 반등했지만 아직 7000선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시장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거래대금도 크게 줄어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24일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 거래대금(넥스트레이드 포함)은 63조1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일 195조7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 7월 6일 100조원대를 하회한 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면서 증시 자금 등이 회복되는 추세로 돌아섰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불확실성 등 매크로 불안이 지속되며 본격적인 반등보다는 이벤트에 따라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금리가 상단을 제약하고 기업들의 주주환원이 하단을 지지하는 구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장기금리와 유가 상승은 익숙한 악재지만 추가로 상승할 경우 수급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휘청이는 증시에 안전자산 찾는다…예금 이어 달러·금까지 늘어"

'하반기' 늘어나는 안전자산과 줄어드는 투자자산/그래픽=윤선정
'하반기' 늘어나는 안전자산과 줄어드는 투자자산/그래픽=윤선정

5대 은행 정기예금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예금에 그치지 않고 달러와 금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잠시 멈추고 은행의 예금·달러·금 등에 자금을 넣는 '역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이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달러와 금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취급도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94억3500만달러에서 지난 24일 755억8700만달러로 61억5200만달러 늘었다. 6월 말 650억440만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05억8260만달러 증가했다. 작년 말 664억7300만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동안 감소세를 그린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이같은 흐름은 금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 1조9296억원에서 6월 말 1조8370억원, 7월 말 1조7159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1조8410억원으로 늘면서 한 달도 안 돼 1251억원 증가했다.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크고 인플레이션이 있다보니 중장기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라며 "워낙 큰 장을 경험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예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갔고, 동시에 헷지 자산으로서 달러와 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산과 연관된 지표는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 5대 은행의 ETF(상장지수펀드) 판매액은 지난 6월 14조1412억원에서 7월 2조4588억원으로 급감했고, 이달에는 24일까지 5232억원에 그쳤다. 7월 한 달 판매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상반기에 3조원 넘게 증가한 마이너스통장 잔액 역시 7월 말 44조1732억원에서 이달 24일 44조2320억원으로 58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자산을 일부 현금화하거나 증시에 대한 추가 투자를 미루고, 예금으로 자금을 지키거나 수익을 낼 다른 수단을 찾는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큰 증시 변동성으로 인해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의 물량이 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라며 "금에 대한 수요도 증시 불안과 채권 금리 인상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도 빠르게 은행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상반기 수출 호조 기업의 자금이 지난 7월부터 대거 정기예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상반기 막대한 이익을 거둔 증권사들이 하반기 들어 은행 예금을 늘리고 있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의 여유자금이 환율 변동성 확대로 투자나 외화 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지며 일단 원화 정기예금에 머물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반영됐다"라며 "동시에 증권사 계열 예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증시 상황 등에 따라 정기예금의 증감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3% 후반대가 되면서 복잡한 자산을 정리하고 쉬어가자는 움직임"이라며 "안전자산으로 회귀했다가 나중에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주식 떨어지고 물가는 비싸고…얄팍해진 지갑, 저축도 '뚝'

국내 증시 조정과 누적된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심리가 넉 달 만에 하락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과 주택공급 대책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 기대도 다소 누그러졌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6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5로 지난달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CCSI는 지난 4월 99.2에서 5월 106.1로 반등한 뒤 6월 106.6, 7월 106.8로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이달 들어 넉 달 만에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보다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도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그동안의 물가 상승이 누적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박용민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에서 2.8%로 낮아졌지만 그동안 생활물가 등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이런 영향이 누적되면서 체감경기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더라도 물가 수준 자체가 높으면 소비자들이 지출할 때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응답자를 대상으로 추가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최근 물가 수준이 높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말했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79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현재 경기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향후경기전망CSI도 89로 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CSI와 생활형편전망CSI는 각각 92와 97로 1포인트씩 내렸다. 가계수입전망CSI는 100, 소비지출전망CSI는 109로 각각 1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가계저축CSI는 94로 3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박 팀장은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저축은 은행 예·적금뿐 아니라 주식과 펀드 등도 포함한다"며 "주가 하락이 현재 가계저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86으로 3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수 감소가 이어진 데다 인공지능(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 고용 부진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 팀장은 "전 연령에서 취업기회 전망이 하락했지만 40세 미만에서 하락 폭이 조금 더 컸다"며 "기업의 경력직 선호 강화와 팬데믹 이후 고용 조정, AI로 인한 인력 대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5개월 만에 꺾였다. 주택가격전망CSI는 125로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3월 96에서 4월 104, 5월 112, 6월 120, 7월 127로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한은은 8월 들어 세제 개편과 주택공급 대책 등이 발표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가 다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수 자체는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돌아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했다.

금리수준전망CSI는 125로 1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6개월 뒤 금리가 현재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지난달과 같았다. 중동 전쟁의 교착 상태가 이어진 점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예상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를 상쇄했다.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6%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박 팀장은 증시 조정이 소비와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비심리에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재 실물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소득과 소비로 파급되는 효과까지 제약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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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최민경 기자

경제부에서 한국은행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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