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법인 코인투자… 은행권 '한숨'

기약없는 법인 코인투자… 은행권 '한숨'

백지현 기자
2026.07.20 04:0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기본법 제정 1년째 지연, 5월 완성된 운영안 발표도 밀려
업계 수탁업무 준비만… 허용땐 '1거래소 복수계좌' 기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가 중동상황에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급부상하며 일제히 랠리를 펼친 지난 3월 5일 서울시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가상자산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가 중동상황에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급부상하며 일제히 랠리를 펼친 지난 3월 5일 서울시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가상자산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허용이 안갯속에 갇히면서 은행권에선 답답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허용이 '1거래소 복수계좌' 논의와 맞물려 은행권에선 속도를 내주길 바라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탓에 논의 자체가 더딘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실물계좌를 트지 않은 은행들은 거래소와 관계유지 차원의 미팅을 이어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법인 가상자산 투자로드맵 논의TF(태스크포스)는 지난 5월말 이후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해당 TF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법인투자 관련 논의를 위해 마련한 협의체로 금융위,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상장사협의회, 가상자산거래소가 참여한다. TF가 5월말 이후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은 거래허용 한도 및 내부통제 등을 다룬 가이드라인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F 관계자는 "5월 말에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내부적으로 내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국은 지난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참여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비영리법인을 시작으로 상장사, 전문투자법인에 단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열어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비영리법인·거래소에 한해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그해 하반기에 나오기로 한 상장사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당국이 원래 약속한 시점에서 1년이 넘었지만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거래허용은 사실상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미 내용이 확정된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은 가상자산 발행 유통시장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을 총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지연되는 탓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주요 쟁점에 관해 정부와 입법기관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논의가 공회전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투자와 기본법은 별개 사안이지만 순서상 기본법을 먼저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게 순서상 적합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가이드라인 발표가 미뤄졌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공백이 길어지면서 은행권의 움직임도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다. 특히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의 실물계좌를 개설한 경험이 없는 은행들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참여를 계기로 1거래소 복수계좌 허용을 기대한다. 현재 1거래소당 1은행이 실물계좌를 지원하는데 사실상 법적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별도로 규제완화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과 가상자산업계에선 상장사, 전문투자법인 등 기관들이 시장에 참여하면 신규자금이 들어오다 보니 리스크관리 차원에서도 연결기관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은행이 법인투자 시장이 열리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은 그나마 수탁업무 정도다. 수탁은 상장사 등 기관들이 보유한 코인을 보관하는 용도인데 결국 자금세탁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은행들이 수탁업무를 같이 맡아야 할 것이란 시각이 대두한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당장 은행에 수탁업무를 허용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라 일단은 제휴를 맺었다"며 "법적으로 은행의 업무범위가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지만 직접수탁, 위탁수탁 등 선택지를 만들어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백지현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백지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