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치] 근무시간 세계3위, 우리는 왜 야근을 할까?

[잡코치] 근무시간 세계3위, 우리는 왜 야근을 할까?

김지예 잡플래닛 잡플래닛 COO
2015.08.07 17:1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나만 모른 그 회사 이야기] ③ 김지예 잡플래닛 COO

지난달 CNN에서 취재차 잡플래닛을 다녀갔다. 주제는 '한국의 야근 문화'. 황희승 윤신근 2명의 대표들은 30분 남짓 동안 그간의 경험과 잡플래닛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에 응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근 방송된 CNN 뉴스에서는 한국 직장인들이 근무시간을 초과하면서 일하지만 시간 대비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57시간의 근무시간을 기록하면서 멕시코(2228시간), 코스타리카(2216시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리스(2042시간), 칠레(1990시간) 등이 뒤를 이었다. 근무시간으로만 보면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주장이 무색해질 정도다.

우리는 왜 야근을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 구조에서는 무리한 일정에 따른 마감일 때문에 야근이 잦아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근무 패턴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회사는 야근 수당이나 초과근로를 휴가로 적립해주는 등의 보상제도를 만들어 운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야근의 이유가 이것보다 훨씬 더 비상식적이라는게 문제다. 잡플래닛에서 직장인들이 자신의 직장에 대해 남긴 리뷰 중 단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야근'이다. 그런데 '야근'과 함께 등장하는 단어 중 '당연'이라는 단어가 순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회사가 높은 업무 강도에 따른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야근이 '문화'가 되는 순간이다. 경영진은 '보상해주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회사를 위해서 그 정도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는' 문화의 단면인 셈이다. 직원을 목표 지향점이 같은 파트너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함께해야 할 인재가 아니라 갑을 관계에 따른 '아랫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야근'은 그 시작이 과한 업무량 때문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이유 없는 시간소모형 야근으로 귀결된다. 일도 없고 필요도 없는데 우리 팀이 혹은 상사가 야근을 하고 있으니 덩달아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맥락은 같다. '부장님도 안 가셨는데 어디 대리가 먼저' 혹은 '사장님께서 위기 상황이라고 선포하셨으니 당연히'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아랫사람의 도리'가 되겠다.

한정된 인력으로 더 많은 근무 시간을 소화하지만 효율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부분에 있다. 전시행정이 근본적인 국민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없듯이, 성과 목표가 없는 초과 근로는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회사에 대한 불만만 쌓이게 만든다. 어디서든 환영할 만한 우수인력들은 굳이 이런 상황을 버티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회사의 인력 관리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직원의 야근과 기업의 매출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점으로 야근이 많이 언급되는 기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도 않는다.

물론 야근을 피할 수 없는 기업이라 해도 총 만족도는 높은 기업이 있다. 대체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인력을 보충하는 과정이거나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뚜렷한 성과 지표로 제시하는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야근의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고 무엇을 위한 야근인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의미하게 소모된다는 자괴감이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긴 회사고 난 직원이니까 야근한다'와는 확실히 다르다.

의외로 구조적인 야근을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는 거다. 그럴 때에는 프레임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보는 게 좋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떠올려보자.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삶은 포기한 채 주어진 '임무'를 소화해 나가는 앤드리아를 동정하며 편집장을 욕했다. 편집장은 자신의 스케줄에 앤드리아를 맞추고 개인적인 일들을 시키고 함부로 대하고 그녀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편집장이 정말 악마 같다고 생각하며 앤드리아가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보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잠자는 것뿐인 당신의 생활과 앤드리아의 그것이 정말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영화 속에서 앤드리아는 패셔너블해지긴 했지만 '성장'했다기보다는 '적응'했다고 보는 게 맞다. 영화의 엔딩은 앤드리아의 성장이 아니라 깨달음이었다. 야근이 문화가 된 조직은 근로자의 하루하루를 좀 먹는 것 이상의 폐해가 있다. 무조건 '빡세게' 일한다고 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할 때이다.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총괄이사(COO)는 2013년 황희승, 윤신근 잡플래닛 대표와 함께 잡플래닛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이전에는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서비스 그루폰의 한국지사에서 COO로 재직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겨레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