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 평가받겠다"…일반상장 문 두드리는 기술 스타트업들

"실적으로 평가받겠다"…일반상장 문 두드리는 기술 스타트업들

최태범 기자
2026.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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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매출과 이익 등 경영 성과로 IPO 심사대 오르는 스타트업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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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그래픽=이지혜

기술 특례나 성장성 특례 대신 일반 상장을 노크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은 물론 실적까지 갖춘 스타트업들의 증시 입성이 벤처투자 및 주식시장에 새로운 활력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기업용 생성형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제논은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일반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희망 공모가는 주당 9700~1만2200원이며 총 공모 예정금액은 213억4000만~268억4000만원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일반청약은 다음 달 4~5일로 예정됐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76,300원 ▼1,300 -1.68%)이다.

2017년 설립된 제논은 자체 개발한 엔터프라이즈 AX 플랫폼 '제노스'를 기반으로 기업의 AI 전략 수립부터 모델 개발과 도입·운영까지 지원한다. 금융과 공공·발전 분야에서 고객을 확보한 뒤 제조·제약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적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매출 86억3000만원과 영업이익 10억20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 117억4000만원, 영업이익 7억원을 냈다. 2년 연속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117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7억3000만원보다 4.3배 늘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3.1배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8.7%다.

고석태 제논 대표는 "자체 플랫폼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AX를 지원해 왔다"며 "공모를 계기로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의 상용화,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어피닛, 인도 매출로 코스닥 심사대

/사진=어피닛
/사진=어피닛

AI 금융기업 어피닛은 지난 8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심사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사, 하나증권이 공동주관사를 맡았다.

어피닛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지만 사업 대부분은 인도에서 이뤄진다. 인도 중앙은행(RBI)의 인가를 받은 비은행금융회사(NBFC) 자회사를 기반으로 모바일 금융 플랫폼 '트루밸런스'를 운영하고 있다.

어피닛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이다. 기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등에 축적된 9만개 이상의 비금융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출과 보험·신용카드 등 금융상품을 연결한다.

지난해 K-IFRS 기준 매출은 1691억원, 영업이익은 449억원이다. 세전이익은 397억원으로 세전이익률 23.5%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2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6억원으로 79.4%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어피닛은 2022년부터 영업흑자 구조를 유지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과 수백억대 이익을 바탕으로 일반상장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기업이 인도에서 대부분의 실적을 내고 코스닥에 상장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에버스핀, 일반상장 예심 청구 막바지

/사진=에버스핀
/사진=에버스핀

AI 사이버보안 기업 에버스핀은 지난 23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예심을 통과하면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심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버스핀은 2021년에도 성장성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당시 매출은 6억원대에 그쳤고 적자 상태였다. 이후 국내 금융권과 해외 고객을 확대하며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이번에는 일반상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34억600만원으로 전년보다 5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8억6900만원으로 약 9배, 당기순이익은 73억3700만원으로 약 6배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6.3%다.

주력 제품은 해킹 방지 솔루션 '에버세이프'와 악성 앱·피싱 방지 솔루션 '페이크파인더'다. 에버세이프는 일정한 주기마다 보안 모듈을 변경하는 MTD(이동표적방어) 기술을 적용한다. 페이크파인더는 허용된 앱을 기준으로 악성 앱을 찾아내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솔루션이다.

구독형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반복매출이 쌓이는 사업 구조가 강점이다. 고객이 늘어나는 동안 비용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돼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리벨리온, 코스피·코스닥 시장 함께 검토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사진=리벨리온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사진=리벨리온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경우 상장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연초까지만 해도 6월 예심청구 후 연내 공모를 마무리하려는 계획이었지만 국민성장펀드 투자처로 선정되면서 일정 전반을 순연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예심청구 시점과 코스피·코스닥 상장 시장을 두고 한국거래소와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일단 4분기 내 예심을 신청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일반상장과 코스피 입성을 우선 검토했으나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도 선택지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리벨리온이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사전 기술평가를 생략하고 곧바로 예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코스닥 기술특례 제도는 예상 기준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시장평가 우수기업에 대해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사전 기술평가를 면제한다.

아울러 현재 실적으로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리벨리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20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비용도 불어났다. 영업손실은 1204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다.

하지만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지난 7월 '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리벨리온의 글로벌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코스피 상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벨리온 측은 "상장시장과 예심 청구 시기, 구체적인 상장 방식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술 스타트업의 일반상장 도전은 IPO 시장의 평가 기준이 미래 성장성에서 실적의 지속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술특례 중심의 스타트업 IPO 시장에 도전 목표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도전은 스타트업 IPO 시장의 평가 기준이 기술에서 실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를 넘어 '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가 상장시장에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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