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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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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과 '보수적'이라는 말보다 혼란스러운 말은 없다. 사람들은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가 어떤 뜻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1932년의 미 대통령선거를 기억할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민주당)와 그의 캠프는 자신들을 "리버럴"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상대편인 후버(공화당)와 그의 캠프는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무슨 소리, 우리가 리버럴이지!" 하비 맨스필드 같은 보수주의 지식인들은 미국 보수주의는 리버럴한 전통, 즉 미합중국 건국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다른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건국을 엄청난 실수였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보수주의라는 단어를 만나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무엇을 보수(保守: 보호하고 지킨다)하려는 것인가?" 예전 1980년대에 우리 레이건주의자들은 "주류 언론"에게 엄청 화가 나 있었는데, 그들이 계속해서 소련의 강경파 공산주
오늘날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 게임 매커니즘을 지식전달이나 행동, 관심유도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 너머에도 적용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디지털 트로피를 보상으로 내세워, 1000걸음 더 걸어보라고 유혹한다. 교실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상을 주고 처벌하는 앱을 사용한다. 일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우버의 드라이버와 콜센터 직원은 업무 중에 미션을 받는다. 미션을 달성하면 50달러 보너스. 실패하면, 누구나 상상하는 대가를 치른다. 사람들이 보통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는 이유는 일상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듀오링고'로 외국어를 배우거나 '좀비런'을 켜고 달리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선택권을 갖지 못한 영역도 게임화될 것이다. 직장의 직원 감독, 금융, 보험, 여행, 의료 등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은밀히 확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 '누군가 당신을 게임처럼 플레이하고 있다'에서 정부가 노동자들의 사생활과
키신저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기술 및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쪽에 한층 가까워지고 전쟁의 그림자가 유럽의 동쪽에 드리워져 있는 지금, 그는 인공지능에 의해 미중 경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힘의 균형과 전쟁의 기술적 기반이 너무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국가들이 세계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확실한 원칙을 못 가지고 있다. 이런 원칙을 찾지 못한다면 무력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지금 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어느 쪽도 정치적 양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한번 균형이 깨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진단한다. 키신저는 베트남전쟁에서 한 역할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호전광이라는 비난을 받았기도 했지만, 그는 사실 강대국 간의 분쟁을 막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독일계 유태인으로서) 나치 독일의 대
기시다 일본 총리가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은 즉각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외무성에 북한 전담과를 신설할 정도로 대북교섭에 노력해왔습니다. 최근 북한 역시 탄도미사일을 일본 홋카이도 방향으로 쏘면서 일본의 관심을 끌었는데, 기시다 총리의 대화 제안 이후에는 정찰위성 "로켓"(사실상 탄도미사일)을 비록 중간에 추락했지만 일본쪽인 동해가 아닌 서해(황해) 상공으로 쏘았습니다. 북일회담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은 몇 번 더 상대방의 '진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진심' 확인후에는 고위급 회담, 또는 그런 중간단계는 생략한채 기시다 총리의 '전격 방북'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보다는 일본과의 교섭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한국은 지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너무 가까워 북한으로서는 한국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둘째, 일본은 투자여
나는 따분하다. 당신도 따분하다. 우리 모두 따분하다. 우리의 책,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끝도 없이 단조로운 넷플릭스 플레이리스트가, 우리의 음악, 연극, 예술이 지루하다. 요즈음 문화는 격렬하게 조심스럽고 신경질적으로 공손하며, 진심 어리게 적당하고 끈덕지게 명백하며, 무엇보다도 음울할 정도로 뻔하다. 결코 이미 알려진 범위 너머를 배회할 엄두를 내지 않는다. 로버트 휴즈는 모더니즘 예술을 두고 '새로움의 충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젠 충격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로운 것도, 무책임하고 위험한 것, 두드러지고 독창적인 것, 괴이하고 흥미로운 뇌의 산물도 없다. 적당한 건 있다. 때론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것, 프로페셔널하고 시간 때우기에 좋은 것도 있다. 하지만 격렬하고 잊을 수 없는 것, 아무런 설득도 없이 우리의 삶을 바꾸길 명령하는 그런 것은? 이젠 그런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다. 무엇 때문일까? 물론 '워우크'(woke)가 첫째다. 정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회의에 깜짝 초대됐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방 선진국들로 구성된 기존 G7이나 한국은 환영한 반면,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는 반발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이 이번 G7회의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장소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2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정상의 이유'로 회담이 불발되었다고 했지만 브라질이 그간 지켜왔던 '중립' 때문에 양자회담을 꺼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G7은 전쟁 이야기를 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G7에 초대된 또 다른 글로벌 사우스 대국인 인도네시아도 G7이 러시아와 중국 성토장이 된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유력지 '컴퍼스'는 '세계에서 중요성을 잃어가는 G7'이라는 제목으로 G7의 운영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자신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G7 정상회담에서 서구 지도자들을 만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가장 먼저 거론될 것이다. G7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첫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히로시마이며 G7 회원국(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모두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무기 거론"과 군사적 침략을 규탄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일본에게 G7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가안보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경제안보'에 대해 논의할 기회라는 것이다. 약 50년 전 G7이 시작된 것도 경제안보를 위한 노력에서였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일본과 서구의 지도자들은 협력을 모색했다. 수입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일본이 오일쇼크를 맞자 주요 언론에서는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한때 급속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일본 경제는 전력 공급 중단과 인플레이션으로 흔들렸고 일본 경제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4월 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조 바이든은 앞서 한 번 싸웠던 도널드 트럼프와 다시 붙을 가능성을 즐기는 듯 보였다. 자신이 2024년에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조종사용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바이든은 씩 웃었다. "제가 유일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를 잘 압니다. 그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요."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 운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지 막 하루가 지난 때였고, 80세의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 애쓰던 중이었다. 대선까지는 아직 18개월이나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정치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지만, 많은 분석가들도 2020년 대선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3년 전에 패배했지만, 트럼프는 뉴욕 맨하튼에서의 형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동남아시아보다 집중적인 압력을 받게 된, 혹은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을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거의 7억 명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의 실험장으로 여겨지곤 한다. 베이징은 동남아시아를 종종 자국의 "주변부"로 부르곤 한다. 또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하에 동남아시아에 다양한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해역에 강한 군사적 존재감을 쌓아가고 있다. 워싱턴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주도 프로그램에 동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심지어 중국산 시스템이 낮은 비용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파트너와 동맹국들이 다양한 중국 기술 금수조치에 협조하기를 원한다. 동남아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요구들은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냉전 기간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은 소련과 미국 (그리고 나중에는 중국이) 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거대한 투쟁의 주요 무대가 되어 있었다. 그 경
언어에 대한 속담이나 격언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등 말의 잠재력을 강조하는 것이 상당수다. 반면에, "말 속에 뼈가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씨가 된다" 등 언어가 가진 힘을 인정하면서도 그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는 언어의 파급력, 그리고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예기치 않은 부작용에까지 눈을 돌리게 하는 옛말들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말은 어떤 일을 하는가? 과연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가능한 것인가? 2022년 전미도서상 시 부문 수상자인 존 킨(John Keene)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낱말들의 숨은 의미를 되짚어 보는 이 시에서 이 질문들을 던진다. 사실, 이 질문들은 이미 수백 년 동안 많은 문학 작품들의 주제의식이 되어 왔고 지난 수십 년 동안에는 철학과 비평이론의 중심에 있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의 시가 지니는 새로움과
작년 가을부터 챗GPT나 DALL-E 2 같은 생성AI 앱들이 등장하면서 최신의 인공지능 제품이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투자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신 제품들이 제시하는 사용 방법들을 보면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기보단 이미 존재하는 해법을 가지고 이걸 써먹을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솔루션주의(solutionism)'이다. 기술 비평가 에브게니 모로조프가 창안한 어휘인 '기술적 솔루션주의'는, 복잡한 딜레마의 핵심 문제들을 보다 단순한 공학적 문제들로 환원시키면 그 딜레마를 해결, 또는 완화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기반한 믿음이다. 솔루션주의는 세 가지 이유로 매혹적이다. 첫째, 심리적으로 안심을 준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다. 둘째, 기술적 솔루션주의는 재정적으로도 매력적이다.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어려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적당한
2011년, 호주 멜버른의 모나쉬 의대 산부인과 교수인 벤 몰 박사는 한 이집트 연구자가 학술 저널에 발표한 자궁 근종과 불임에 관한 논문이 철회됐다는 공지를 접했다. 학술지는 게재 철회 이유로, 해당 논문보다 먼저 스페인에서 나온 자궁 용종에 대한 연구와 동일한 수치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저자가 용종 논문 일부를 베낀 뒤 질병만 근종으로 바꾼 것이었다. 몰 박사는 "그때부터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논문 독자로서만의 경각심은 아니었다. 당시 그는 유럽 산부인과 저널의 에디터였고 종종 다른 저널에 제출된 논문도 심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조작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 2편의 심사를 맡게 됐다. 그는 '게재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1년 후, 그는 똑같은 논문이 의심스러웠던 데이터만 수정해 다른 저널에 실린 걸 봤다. 이후 그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데이터 조작이 의심되는 저자들의 논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의심 가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