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상 "투기만 겨냥한 전수조사, 복잡한 농촌 현실 건드렸다"

김홍상 "투기만 겨냥한 전수조사, 복잡한 농촌 현실 건드렸다"

세종=이수현 기자
2026.09.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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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農地) 전문가'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인터뷰]
"농업소득으로 감당 못 할 농지가격…고령농은 팔 곳 없고 청년농은 살 수 없어"
"중앙정부 일률 규제 벗어나 개별 지역 중심으로 농지 이용·관리체계 만들어야"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농지 전수조사의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복잡하게 얽힌 농지 현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한 지점만 건드렸다는 것입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와 후속 대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투기성 농지 취득을 가려내겠다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농지가격과 고령화, 상속, 임대차 등 구조적 문제를 함께 다루지 않아 농촌의 불안과 반발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열어 투기성 농지 취득에는 처분 원칙을 적용하되 상속·이농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에는 자진 정비 기회를 주는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겨 임대차 관계를 정상화하면 처분의무를 유예하고, 투기 목적이 아닌 위반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조치법도 연내 제정한다.

김 이사장은 보완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필요한 것이었다"며 "농사를 짓겠다며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로는 농업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문제만 떼어내 조사하면 그동안 농지 거래와 이용을 지탱해온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은 살 수 없고 고령농은 팔 수 없는 농지

김 이사장이 꼽은 첫 번째 문제는 농지가격과 농업소득의 괴리다. 농지법은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만 농지를 취득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농업소득만으로는 높은 농지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에게 저리로 융자해준다고 해서 서울의 3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없는 것처럼 농지도 마찬가지"라며 "평당 가격이 10만원을 넘으면 일반적인 농업소득으로 농지를 구입하고 대출 원리금까지 갚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 목적으로 농지를 사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개발 기대나 자산 보유 등 비농업적 수요가 농지 거래시장을 떠받쳐왔다"며 "전수조사로 이런 수요가 위축되면서 거래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수도권이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비농업적 수요가 많았던 만큼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지방 산간·오지는 전수조사 이전부터 농업 목적으로 농지를 살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 이사장은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과 애초에 거래가 드문 지역을 같은 기준으로 다룰 수 없다"며 "농지가격과 영농 여건, 개발 압력이 다른데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거래가 끊기면 농사를 그만두려는 고령농의 출구도 막힌다. 그는 "고령농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농사를 지속하기 어려워 농지를 처분해야 하지만 정작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의 매입 확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는 "농지은행 예산 확대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나오는 모든 농지를 사서 싸게 빌려줄 수는 없다"며 "재정 투입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수조사 불똥,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에게

전수조사가 농지 소유자를 넘어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의 경영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소유자가 조사를 우려해 임대차 관계를 정리하거나 농지를 처분하면 임차농은 경작 기반을 잃을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임차농지에서 친환경농업을 해온 농가의 충격이 클 수 있다. 친환경농업은 토양을 관리하고 인증 기반을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음성적 임대차가 드러나 계약이 해지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친환경농업 직불금 지급 과정에서 인증과 경작 사실 확인이 강화되면서 임대차 문제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며 "전수조사가 드러나지 않았던 임대차 관계까지 확인하면서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농의 경작권 보호는 고령농의 자산을 지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우리 농업을 중추적으로 이끌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기반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농도 농지은행을 통해 여러 지역에 흩어진 소규모 농지를 배정받으면 효율적인 영농과 소득 창출이 어렵다. 그는 "고령농은 팔 곳이 없고 청년농은 농지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임차농은 경작권이 불안하다"고 전제한 뒤 "처지는 다르지만 농업인들의 불만이 전수조사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소유했나보다 어떻게 이용할지가 중요"

김 이사장은 농지개혁의 출발점으로 농지를 어떻게 보전하고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꼽았다. 정치권도 현장의 불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고령농의 자산과 청년농의 농지 접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농지는 함부로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며 "누가 소유하더라도 비농업적 이익을 얻기 어렵게 만들고, 실제 농업인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지정책의 집행 단위도 중앙에서 지역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투기 압력이 높은 수도권 농지와 거래 자체가 드문 지방 농지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농지 문제는 지역별로 너무 다양해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기준만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광역·기초지방정부와 지역 농업인이 함께 농지 이용계획을 세우고 농지를 모아 효율적으로 경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지은행이 모든 농지를 사들여 싸게 빌려주는 중앙집중식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 단위로 농지를 체계화·집단화해 농업인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특별조치법과 처분 유예는 급한 불을 끄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단순한 조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외면해온 농지제도의 모순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는 게 김 이사장의 진단이다.

김홍상 이사장은 "위반사항을 투기와 경미한 사례로 구분해 처리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보완책에 그치지 말고 농지를 어떻게 보전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농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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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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