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혼란 키운 '속도전'…"제도 개편 병행해야"

농지 전수조사 혼란 키운 '속도전'…"제도 개편 병행해야"

세종=이수현 기자
2026.10.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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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5월부터 시작된다. 사진은 1일 경기도의 한 농지의 모습. 2026.4.1.
(경기=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5월부터 시작된다. 사진은 1일 경기도의 한 농지의 모습. 2026.4.1.

정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가 속도전에 치중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농지 소유·이용 관계가 복잡해진 만큼, 단순한 위법 농지 적발을 넘어 농지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지 전수조사, 서두른 만큼 놓친 것들'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농지 전수조사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속도전에 치중해 추진됐다고 짚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초 관련 특별법안에 대해 기존 조사 체계로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6년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도 전수조사 계획을 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한 뒤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조사 계획을 마련해 실행에 옮겼다.

3개월 만에 전수조사 착수…"속도전에 준비 부족"

보고서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조사가 추진되면서 정교한 설계와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1차 기본조사를 통해 불법 행위 의심 농지가 27%에 달한다고 파악한 점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농지정책의 장기적 방향과 후속 제도 정비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현장 불안과 정치적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조사 과정에서 대상 면적이 크게 늘어난 점도 준비 부족의 사례로 꼽혔다. 기본조사 착수 당시 115만㏊였던 조사 대상은 이후 136만㏊로 21만㏊, 18.3% 증가했다. 그럼에도 조사 기한은 연장되지 않았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시장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통계를 선택적으로 인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농지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2% 늘고 농지가격 하락률도 5.3%에서 4.4%로 둔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해당 통계가 조사 이전 기간을 포함한 1~7월 기준인 데다, 조사 이후 순수토지거래현황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자원농수산과 입법조사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별로 농지 거래 흐름이 다를 수 있고, 시장에 나오지 않거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농지는 통계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런 한계를 고려하면 평균적인 수치만으로 전수조사의 영향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경자유전만으론 설명 못 해…"농지 제도 전반 재설계해야"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을 둘러싼 정부 설명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도 온도 차가 있다고 평가했다. 초기 조사 지침에서는 농지 투기와 비농업인 소유, 유휴농지 등 법 위반 여부와 행정처분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 방식이 복잡해진 농지 소유·이용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행 경자유전 원칙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속·이농·고령화와 임대차 확대 등으로 실제 소유·이용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실제 비농업인 소유 농지는 현재 전체의 절반 가까이로 늘었고, 농업인 소유 농지의 약 88%도 60세 이상 고령농 소유다.

특히 고령농에게 농지는 생산수단뿐 아니라 노후 자산이자 금융상 신용, 각종 행정상 자격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에 소유자 신분이나 현재 경작 여부만으로 정상·비정상을 가르기보다 실제 경작자와 임대차 관계, 농지 이용 실태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관행적·경미한 위반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과 내년 농지법 개정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후속 조치가 단순한 처분 유예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법제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 차원의 10년 단위 '농지의 관리에 관한 기본방침'을 마련해 어떤 농지를 얼마나 보전하고 어떻게 이용할지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지 관리 목표 면적과 농업진흥지역 관리 방향 등을 정하고 이를 시·도 기본계획과 시·군·구 실천계획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령농 은퇴와 상속 증가에 대응한 농지 소유·이용 전환 경로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려는 소유자와 농지를 필요로 하는 농업인을 연결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고, 농지를 처분했을 때 잃게 되는 신용이나 각종 자격을 보완할 대안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수조사 과정에 농지위원회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내년 시행되는 농어업회의소와 연계해 지역 농업인의 의견을 농지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전수조사를 단순하게 위법 농지의 색출이나 처분 수단으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파악한 농지를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농업 구조와 생산 양식에 맞춰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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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수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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