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에 심사보고서 송부
관련 매출액 44조1000억원…'중대한 위반행위' 판단
공정위 "전쟁상황, 정보교환 시작하게 된 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석유류)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을 기재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의견을 기재한 문서다. 단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 향후 독립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공정위는 두 기업이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지난 3월까지 약 4년간 석유류의 판매가격 관련 정보(입금가·확정가·판매정책)를 교환했다고 봤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담합행위의 영향을 받은 관련매출액은 약 44조1000억원(일평균 약 300억원)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담합에는 과점 시장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국내 석유류 제조·판매시장은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OIL 등 4개 사가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SK에너지(28.1%)와 현대오일뱅크(21.0%)가 50%가량을 점유 중이다.
약 30년간 신규 정유사의 진입이나 기존 정유사의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담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유사와 주유소·도매업체 등 거래처와의 석유류 거래가 '사후정산 제도'로 이뤄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석유류 제조·판매시장은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생산한 제품을 직접 또는 주유소·도매업체 등을 통해 공급하는 구조다. 정유사는 거래처에 석유류를 공급할 때 우선 '입금가'를 정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그 대금을 수령한다.
정유사는 다음달 초 지난달 거래에 최종 적용할 '확정가'를 결정하고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함으로써 한 달간의 석유제품 거래가 마무리된다. 이와 별도로 정유사는 특정 기간의 판매가격을 할인하거나 일정 기간 같은 가격을 보장하는 등의 판매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두 업체는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입금가·확정가·판매 정책 등 핵심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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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2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에 가깝기 때문에 시장 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전쟁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변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정보교환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조치 및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중대한 위반행위'는 현행 고시에 따라 관련매출액의 15~18%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다만 종료 시점이 현행 고시 시행 이전으로 종전 3~10.5%가 적용된다. 산술적으로 최대 약 4조630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향후 심의를 거쳐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고 법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제재 수준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