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1급서 특임공관장으로…1948년 농림부 출범 이후 첫 사례
주중 농무관 당시 쌀·삼계탕 수출길 개척…할랄·검역 협상 경험 주목

농축산물 검역의 현장에서 국경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질병의 유입을 막아야 할 경계이면서 우리 농산물과 식품이 세계로 나아가야 할 문이다.
그 경계를 지키고 문을 열어온 수의사 출신 농정관료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외교 무대에 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9일자로 주말레이시아 특명전권대사에 임명됐다고 8일 밝혔다.
농식품부 현직 1급 관료가 재외공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1948년 농림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전남 고흥 출신인 최 본부장은 신성고와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국립동물검역소에서 동물검역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7급 검역관으로 일을 시작한 뒤 2000년 제36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그는 현장 수의사에서 농업과 식품 안전의 정책을 다루는 관료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서울대에서 수의학 석사학위를, 영국 버밍엄대에서 식품안전위생관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과 원예산업과장, 운영지원과장, 농촌정책과장 등을 거치며 가축방역부터 원예산업과 농촌정책, 조직 운영까지 두루 경험했다.
국내 농정과 해외 외교를 잇는 경험은 2015년 주중한국대사관 농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이때 한·중 농업장관회의 등 교류·협력을 지원하고, 수출 검역 협상을 통해 쌀과 삼계탕 등의 중국 시장 개척에 기여했다.
농식품 수출은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대국의 위생·검역 조건을 충족하고 안전성을 인정받아야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질병과 식품 안전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정부 간 협의로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최 본부장에게 중국 근무는 수의학과 행정의 경험을 협상의 언어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귀국 이후 검역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장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31일 검역본부장에 취임했다. 국내 방역체계를 관리하면서 농축산물 교역과 국제 검역 협력의 현안을 다뤄왔다.
K-푸드 시장으로 급부상한 동남아지역에서 할랄 인증과 농축산물 검역 협상, 위생·식물위생조치(SPS) 등 농식품 교역의 비관세장벽을 다루는 데 그의 전문성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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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상 허용되는 원료와 생산방식 등의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동식물 질병과 식품 위해를 관리하는 검역과는 별개의 절차다.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면 각각의 기준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농식품 행정과 해외 근무를 함께 경험한 대사가 이런 요구를 상대국과의 협력으로 잘 풀어낼지 주목된다.
중국 근무로 쌓은 중화권 경제·통상에 대한 이해와 의사소통 능력은 강점이다. 농식품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현지 진출과 양국 교류를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새로운 역할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동물검역관으로 시작해 농정의 주요 보직을 거쳐 대사에 이른 그의 경력은 전문성이 새로운 역할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경에서 질병을 막고 농식품의 수출길을 열던 경험이 이제 두 나라 사이의 신뢰와 협력을 넓히는 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정록 본부장은 "대사는 정치·경제·문화 협력과 재외국민 보호 등 양국 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검역·방역 전문가로서의 강점을 살리면서 다양한 외교 현안을 조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