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Tax] 권혁, 어떻게 15년간 4천억 추징 피했나…'편의치적'이 뭐길래?

[TheTax] 권혁, 어떻게 15년간 4천억 추징 피했나…'편의치적'이 뭐길래?

세종=오세중 기자
2026.10.10 08:0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고액 체납 및 조세 회피]

[편집자주]  세금과 관련된 개념적 정의부터 특수한 사례에서의 세금 문제 등 국세청과 세금 이슈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려드립니다.
권혁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권혁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한국 드라마 카지노의 한 장면. 차무식(배우 최민식)은 불법 도박장 운영으로 엄청난 돈을 번다. 이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약 80억원의 추징금을 맞게 된다. 이에 차무식은 국세청 담당 팀장인 강민정(배우 류현경)과 황당한 협상을 벌인다. 강 팀장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여권 말소는 물론 인터폴 적색수배자가 된다"며 압박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차무식은 들어올 생각이 없다. "만일 계속 내라고 하시면 저 한국 못 돌아와요"라는 말에서 체납자인데도 당당함 마저 느껴진다. 이후 차무식은 세금 압박과 추적을 피해 필리핀으로 거처를 옮기며 본격적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든다.

물론 드라마처럼 국세청 직원과 개인이 협상하거나 흥정해 수십억원의 세금을 임의로 깎아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범법행위를 저지르겠다고 마음 먹지 않은 이상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체납과 도피라는 곳에 항상 놓여져 있는 문제가 국경선이다. '한국으로 안 들어와도 그만'이라는 투의 배짱은 국경을 넘을 경우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경을 넘어 국내 최대의 고액체납자였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건도 이 드라마와 닮았다. 국경이라는 경계선을 타고 15년간 세금 추징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권 회장이 15년간 체납한 3938억원을 전액 납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바하마, 케이만 군도 등 세금이 없는 나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조세 의무를 피했고 선박도 다른나라 선박으로 소유하면서 15년간을 피했던 권 회장의 심경이 바뀐 이유는 왜일까.

임광현 국세청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세청이 해외 재산을 압류하려고 한 부분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가지고 있는 해외 선박 소유 현황 파악을 위해선 해당국인 파나마와 라이베리아 등의 과세당국 협조가 필요했다. 임 청장이 직접 해당 국가 국세청장들에게 고액체납 정리를 위한 협조요청을 한 이유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상 해외공조라는 게 쉽지가 않다"며 "해당 나라 소속된 선박으로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굳이 현황을 확인해 알려줄 이유도 없는 측면도 있어서 담보로 과세당국이 추징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해외 체납자, 즉 국경을 넘어 해외에 재산이 있거나 해외 국적으로 확보해 재산을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경우 해당 국가와의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운업의 경우 선박을 해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담보물 등으로 추징하기가 더 쉽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편의치적'이다.

편의치적이란 선주의 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에 국적으로 등록해 선주의 국가가 요구하는 엄격한 규제나 법을 피하고 세금혜택,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선박등록제도다. 불법은 아니다.

우리라나의 초대형 선박도 대부분 국적선이 아니다. 일례로 국적선사인 HMM의 'HMM 누리호'의 선적국은 라이베리아다

해운업계에선 선주들은 선박을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가에 선박을 등록하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선박을 실제 소유·운항하는 회사의 국적과 배가 법적으로 등록된 나라가 다른 경우가 많다. 세금 부담과 여러 규제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다.

즉 한국 해운사가 운영하는 배가 파나마나 라이베리아 국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 회장도 편의치적을 통해 '국내에 재산이 없다', '내 선박도 해외 국적 자산'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15년간 세금 추징을 피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편의치적'이라는 틈새를 이용해 조세도피와 저렴한 선원 고용 등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운 선진국에서는 불법적인 세금 탈세, 편법적인 운영 등의 문제로 편의치적 제도를 선호하진 않는다. 편의치적 남용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세중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