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타짜: 벨제붑의 노래'·'가능한 사랑' 23일 동시 개봉
먼저 웃은 '인턴'에 신작 가세…서로 다른 장르로 추석 관객 공략

추석 극장가의 판이 커졌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암살자(들)', 변요한·노재원의 '타짜: 벨제붑의 노래',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의 '가능한 사랑'이 오늘(23일) 나란히 개봉했다.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부터 도박판의 복수극,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드라마까지 서로 다른 무기로 명절 관객을 맞는다.
먼저 기선을 잡은 작품은 최민식·한소희 주연의 '인턴'(감독 김도영)이다. 지난 16일 개봉해 6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고, 22일까지 누적 관객 47만 1,218명을 모았다. 젊은 CEO와 실버 인턴의 만남을 그린 세대 공감 이야기로 추석 경쟁에 먼저 발을 들였다.
다만 독주를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 22일에는 '오디세이'가 '인턴'을 2,759명 차로 제치고 정상을 되찾았다. 기존 상영작들이 근소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 영화 신작 세 편이 합류하면서 연휴 흥행 구도도 새롭게 짜일 전망이다.

예매 경쟁에서 먼저 앞선 작품은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개봉 전날인 22일 사전 예매량 20만 장을 넘기며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등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이번에는 1974년의 의혹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는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현장 경비를 맡았던 형사 철구(유해진),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이 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영화 속 여섯 번의 총성과 네 개의 탄환, 엇갈리는 증언과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이 추적의 동력이 된다.
동료를 구하려는 형사와 진실을 알리려는 기자들의 서로 다른 절박함이 관전 요소다. 유해진의 끈질긴 생활인 연기, 박해일의 절제된 무게감, 이민호의 패기 있는 얼굴이 수사극을 받친다. 후반부에는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이야기를 넓혀 진실을 밝히는 일의 책임을 묻는다. 사건의 의문을 좇던 관객이 언론인의 신념에도 얼마나 공감하느냐가 입소문을 가를 지점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는 익숙한 시리즈의 이름에 새로운 인물과 판을 얹었다. 2006년 시작한 '타짜'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한 동갑내기 친구 장태영(변요한)과 박태영(노재원)의 우정과 배신을 그린다.
타고난 운으로 승승장구하던 장태영은 자신을 질투한 박태영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는 전설적인 타짜 곽동욱(조우진)에게 포커를 배우며 복수를 준비한다.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오가는 도박판의 규모에 가장 가까운 친구를 향한 열등감과 적대감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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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의 승부처는 변요한과 노재원의 호흡이다. 능청스러움과 독기를 오가는 장태영, 성공하고도 친구를 향한 질투를 버리지 못하는 박태영의 관계가 포커 승부에 감정적 긴장을 싣는다. 앞선 작품과 이어지지 않는 독립된 이야기라는 점은 새 관객의 진입 부담을 덜어준다. 다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온 가족 관람 수요보다는 성인 관객의 오락영화 취향을 얼마나 정확히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가능한 사랑'은 또 다른 선택지다.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아내 미옥(전도연), 이들을 촬영하려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자본가 남편 상우(조인성)가 만나면서 서로 다른 삶과 욕망이 드러난다.
영화는 두 부부의 관계를 통해 노동과 자본,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 이해와 사랑의 가능성을 묻는다. 상처와 분노에 갇힌 호석, 그 곁에서 삶을 이어가려는 미옥, 타인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예지, 경제적 여유를 지닌 상우의 시선이 부딪친다. 네 배우가 복잡한 감정의 결을 어떻게 펼쳐 보일지가 핵심이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수상으로 기대를 높인 '가능한 사랑'은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에 앞서 일부 극장에서 2주간 상영된다. 다만 164분의 긴 상영 시간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제한된 상영 규모를 고려하면 두 상업영화와 관객 수만으로 성과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풍성해진 추석 극장가의 선택지로 행복한 고민에 빠진 관객. '인턴'의 세대 공감, '암살자(들)'의 역사 미스터리,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복수와 승부, '가능한 사랑'의 묵직한 질문이 나란히 놓였다. 설의 '왕과 사는 남자'처럼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흥행작이 탄생할지, 그 주인공은 누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