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주장으로 불거진 '임장비' 논란이 정부의 "허용 불가" 방침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장 일선에서 '임장비' 카드까지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중개사의 입장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단순히 '임장비'를 챙기냐, 안 챙기느냐가 아니다. 중개사와 집주인, 세입자 힘만 빼는 '임장 크루'가 이번 논란의 핵심 배경이다. 구매 의사도 없이 실수요자인 척 위장한 '임장 크루'가 결국 시장 교란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장 크루는 부동산 공부나 스터디를 목적으로 여러 명이 단체로 집을 보러 다니는 모임을 뜻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모집한 5~10명 단위의 그룹이 주말 등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중개업소를 방문하고 지역을 탐방하는 식이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공부나 SNS 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가 확산했다.
그러나 공부, 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실제 매수 의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중개업소의 안내를 받기 위해 실수요자인 척 위장해 방문한다. 중개업소 입장에서는 임장 크루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명확한 물증 없이 무턱대고 매물 안내를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 난감하다.
중개사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집을 보러 오겠다고 해서 집주인 또는 세입자와 주말에 시간 내서 약속을 잡는데 직접 만나고 보면 매수 의사가 전혀 없는 임장 크루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재건축 예정지 등 서울 주요 지역의 경우, 하루 동안 중개업소를 방문한 5팀 모두가 임장 크루인 경우도 있다.
'임장 크루'로 인해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인물은 공인중개사다. 중개사는 의뢰인과 전화 상담, 매물 확인 이후 집주인과 연락해 방문을 일정을 조율하고 의뢰인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 현장을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데 애초에 매수 의사가 없는 임장 크루라면 이 모든 노동이 '허탕'이 되는 셈이다. 임장 크루를 상대하느라 실제 매수 의사가 있는 의뢰인의 상담이나 임장 일정이 밀릴 수도 있다.
피해를 보는 건 공인중개사뿐만이 아니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과 임차인도 피해를 본다. 일단 집을 보여주려면 방문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빨리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은 집을 깨끗이 청소해두기도 한다. 그런데 매수 의사도 없는 사람들이 주말마다 반복적으로 찾아온다면 일상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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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 크루'의 지나친 열정이 종국에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매수 의사가 없는 임장 크루들이 반복해 집을 보러 다니면 '가짜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를 매수 문의 증가로 착각해 호가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집주인이 중개사의 능력을 의심하는 상황으로도 번질 수 있다.

이에 중개사의 임장 거부권을 명확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이나 표준계약서 등에 '실제 거래 의사가 없는 견학·교육 ·콘텐츠 제작 목적의 임장의 경우, 중개사가 매물 안내를 거절할 수 있다'는 기준을 명시해두는 식이다.
중개사가 '단순 견학·촬영 목적의 방문은 안내하지 않는다'는 업무 방침을 미리 공개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실수요자인 척 방문하는 임장 크루까지 거절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임장 크루를 잡아내는 것보다, 중개사의 무상 노동이 무한정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게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24년 8월부터 NAR(미국의 거대 부동산 전문 조직)의 MLS(매물 정보 공유 시스템) 참여 중개업자들은 구매자에게 주택을 보여주기 전에 서면으로 '구매자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계약서에는 중개사의 서비스 범위, 보수, 보수 발생 시점 등을 명확히 정하도록 하고 보수는 협상 가능토록 했다.
서비스 범위를 '30일 동안 최대 5개 매물 임장과 분석'으로 계약했다면 6번째 매물부터는 중개사가 '추가 서비스 계약 체결'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객이 실수요자인지 임장 크루인지 입증할 필요도 없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장 크루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중개사협회 쪽 의견도 들어보고 같이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