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별도 회계 매입 긍정 검토"·SC "매각 협조"…공적 채무조정 첫 물꼬
피해 차주 법적 소송 땐 매입 불가…금융당국 중재·소송 취하 등 과제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었지만 SC제일은행의 관련 선정산대출 4분의 3이 연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공적 채무조정 실적이 0.02%에 불과해 정부 지원이 방치돼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회 중재로 공적기관과 은행 간 채권 매각·매입 물꼬가 터졌다. 하지만 정작 상당수 차주가 법적 소송에 묶여 있어 실제 채무조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SC제일은행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당시인 2024년 7월 SC제일은행의 관련 선정산대출 1079억원(108개 업체) 가운데 2년간 완제와 일부 상환을 합쳐 갚은 원금은 약 175억원에 그쳤다.
지난 7월 말 현재 대출이 남아 있는 업체는 68곳, 잔액은 849억원으로 최초 대출잔액의 78.6%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상적으로 장기분할 상환 중인 40개 업체의 잔액은 212억원인 반면 연체업체 28곳의 전체 대출잔액은 637억원에 달한다. 30일 이상 연체율은 75%, 고정이하여신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61%까지 치솟았다. 특히 연체업체의 대출 규모가 컸다. 연체업체 한 곳당 평균 대출잔액은 약 23억원으로 정상상환 업체 평균인 약 5억3000만원의 4.3배 수준이다.

이처럼 부실 규모가 커진 배경에는 은행의 과도한 대출 판촉과 금융당국의 방치가 겹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등 타 은행이 차주당 대출 한도를 1억원 미만의 소액으로 제한해 연체 차주를 단 2명으로 관리한 것과 달리, SC제일은행은 한도를 풀어 대출을 늘리다 부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캠코가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매입해 채무조정을 진행할 예정인 SC제일은행의 선정산대출 채권은 단 1건, 1921만원(0.02%)에 불과하다.
사태가 심화하자 박민규 의원실의 대책 마련 촉구에 캠코와 SC제일은행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캠코는 서면 답변을 통해 "공사 내 별도 회계 계정을 마련해 티메프 선정산대출 채권을 별도로 매입·채무조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 역시 "피해 기업 정상화 및 부실 여신 정리를 위해 공적 기관(캠코)으로의 채권 매각에 적극 협조하고 실무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캠코가 부실채권을 인수하면 피해업체들은 상환능력에 따라 원금감면과 분할상환, 상환유예 등의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캠코의 일반 무담보 부실채권 채무조정 제도에서는 원금을 최대 60%까지 감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공적 채무조정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 규모가 큰 주요 피해 차주들은 1년 전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돌입했는데, 차주들의 소송 취하 및 채무 인정 없이는 캠코의 채권 매입이 불가능하다. 또 파산·회생 중인 8건(76억원)은 캠코가 인수하더라도 채권자 지위만 승계하게 돼 구제효과가 제한적이며, 연대보증인이 없는 법인채권 5건(36억원)도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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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우산비대위(티메프 피해자연합) 측은 머니투데이에 "공적 채무조정이 가능하단 걸 인지했다면 소송까지 제기하며 법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공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자체는 현행법상 가능하지만 실제 매입 여부는 캠코의 투자여력과 매각가격, 조건, 권리관계 등을 고려해 캠코와 금융회사가 협의할 사안"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결국 2년간 만기연장과 분할상환 등으로 상환 시점을 늦춰왔지만 상당 규모의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채권별로 다른 출구전략이 필요해졌다. 소송 중인 채권은 권리관계를 정리하고, 회생·파산이나 폐업 상태인 채권은 별도의 처리 방안을 찾는 등 캠코와 SC제일은행, 피해업체 간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박민규 의원은 "SC제일은행도 선정산대출 부실에 일정한 책임이 있고 부실여신을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 만큼, 피해기업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채무조정과 채권매각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은행과 피해기업 간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새출발기금 외 별도 공적 채권매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