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일제히 만료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일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장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권에서는 상당수 행장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부터 5대 은행장 전원 교체 가능성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모두 끝난다. 2023년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한 정상혁 행장을 제외한 4명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첫 2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잇달아 가동하며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인사의 가장 큰 변수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꼽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회사 CEO 선임은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니라 능력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금융지주들은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거나 후보 압축 과정에서 의견을 받도록 하는 등 은행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제도 변화가 실제 은행장 인사의 향방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임추위의 참여가 확대되더라도 지주가 은행 이사들의 추천 후보를 꼭 선출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추위는 은행 부행장 등을 후보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데 은행장이 반드시 현직 부행장 가운데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이 그룹 전체의 사업 전략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고려해 CEO를 배치해야 하는 만큼 은행 이사회에 지나치게 인사 권한을 부여할 경우 금융지주 체제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도 한계로 꼽힌다. 사외이사들이 평가 자료와 후보군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수십 년간 그룹 내부에서 후보들의 성과와 리더십을 직접 지켜본 회장보다 개개인을 깊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 후보군을 가장 많이 겪고 지켜본 사람은 회장"이라며 "후보에 대한 회장의 의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제도 개선의 실질적인 효과는 지주 회장의 인사권을 대체하는 것이라기보다 은행장 선임 과정의 형식적·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제도 변화 자체보다 이 원장이 직접 '계파'와 '친소관계'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임추위 권한 강화에도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단기간에 크게 줄기 어려운 만큼 현직 행장을 연임시키든 새로운 행장을 선출하든 회장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인선의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은행별 셈법도 복잡하다. 국민은행은 이재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가 낙점되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의 흐름이 이환주 행장 인사에도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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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은 '연임 관행'이 변수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통합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이후 지성규·박성호·이승열 전 행장은 모두 연임하지 않았다. '리딩뱅크'를 달성한 이승열 전 행장도 연임하지 못했단 점에서 실적만으로 연임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단 분위기다. 농협은행의 경우도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어 관행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연임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임종룡 회장의 연임에 이어 정진완 행장까지 연임할 경우 지배구조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정 행장이 취임 후 그룹의 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은행 영업 확대를 일정 부분 자제한 만큼 본격적으로 경영을 펼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정 행장이 더 해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