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증설 가속…고용량·고신뢰성 제품 수요 빠르게 확대
한·일 업체 고사양 제품 집중…범용·중급 시장은 中업체 기회 커져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가격이 치솟지만 소비자 가전용 범용 제품 가격은 급락하며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사양 제품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기(1,507,000원 ▲21,000 +1.41%)를 포함한 주요 업체들도 생산능력을 AI용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범용·중급 제품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고객사를 확보할 여지도 커지고 있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전자부품 유통시장인 화창베이에서 소비자용 MLCC 현물가격은 두 달 전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화창베이는 주요 업체들의 MLCC가 거래되는 대표적인 전자부품 현물시장으로서 단기 수급 변화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된다.
앞서 주요 제조사들이 AI용 고사양 제품 생산을 늘리자 범용 제품 공급 부족을 우려한 유통업자들의 투기성 재고 확보가 이어지며 가격이 급등했다. 대표 범용 제품은 2분기 1000개당 약 5위안(약 1000원)에서 6월 말 30위안(약 6000원)까지 6배 뛰어올랐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비자가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10위안(약 2000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반면 AI 서버용 MLCC는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용량 MLCC 가운데 일부 인기 제품의 가격은 1000개당 약 80위안(약 1만6000원)에서 350위안(약 7만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일부 고사양 제품은 연초 대비 최대 5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제조사 가격도 15~35%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고용량·고신뢰성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이 같은 가격 차이의 배경으로는 MLCC 업체들의 생산전략 변화가 지목된다. 주요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AI용 고사양 제품에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제품 공급 여력은 줄어드는 구조다. 중국 유통시장의 범용 현물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제조사의 일부 계약가격은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기 역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고객에게 공급하는 소비자용 X5R 가격을 25~3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범용 제품 주문을 조절해 고사양 제품에 생산능력을 더 배정하기 위해서다.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수주는 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확보한 AI 서버용 MLCC·실리콘 커패시터의 장기공급계약 규모는 총 3조3200억원이다. AI 서버용 MLCC 시장 점유율도 40%를 웃돈다. AI 서버용 MLCC는 모바일용보다 단가가 3배 이상 높고 일반 서버보다 탑재량도 10배 이상 많아,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제품 믹스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고사양 제품으로 생산능력을 옮기는 것은 삼성전기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AI용 고사양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생산은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한국과 일본 업체에 뒤처져 있지만 이들이 고사양 제품에 집중하면서 범용과 중급 제품에서 고객사를 확보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MLCC는 일반 소비자가전용보다 높은 용량과 신뢰성이 요구돼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이라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주요 업체들의 생산능력도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