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208,000원 ▼8,500 -3.93%)의 로봇 자회사 베어로보틱스가 휴머노이드를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하기 위한 조건으로 '현장 운영 경험'을 꼽았다. 서빙로봇과 AMR(자율이동로봇)로 쌓은 배치·운영 역량을 휴머노이드에 옮겨 공장·물류 현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브레넌드 피어스 베어로보틱스 최고로봇책임자(CRO)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 서울 2026' 기조연설에서 "많은 휴머노이드 기업에 부족한 건 현장 경험"이라며 "베어로보틱스는 9년간 전 세계에 로봇 1만6000대를 공급했고 누적 배달 건수는 9300만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날 피어스 CRO는 '미래의 공장: 산업 규모로 휴머노이드 도입하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ALM벤처스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올해 한국에서 처음 열렸다.
피어스 CRO는 로봇 기업의 성장 단계를 세 가지로 나눴다. 단일 작업을 해내는 단계, 8시간 교대 근무 동안 생산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 다수의 로봇을 한꺼번에 배치하는 단계다. 그는 "베어로보틱스는 단일 작업까지 1년, 교대 근무 수행까지 3년, 대규모 배치까지 5년이 걸렸다"며 "휴머노이드는 아직 파일럿 단계로, 8시간 가동은 하지만 켜놓고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어스 CRO는 휴머노이드 소프트웨어의 80~90%가 기존 AMR과 같다고 설명했다. 원격 업데이트, 고객별 설정 등 9년간 구축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휴머노이드에도 거의 그대로 쓴다는 설명이다. 휴머노이드 하체도 AMR 플랫폼을 활용한 바퀴형으로 만들었다. 피어스 CRO는 "다리로 걷는 방식보다 바퀴형이 사람 곁에서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 적용 사례도 공개했다. 독일의 한 재활용 시설에서는 선별된 맥주병을 상자에 담는 작업을 시범 운영했다. 병을 집는 성공률은 99%, 내려놓는 성공률은 94% 수준이다. 피어스 CRO는 "상자 하나에 병 24개가 들어가 서너 상자마다 한 번꼴로 오류가 나는 셈이어서 고객이 받아들일 수준은 아니다"며 "파운데이션 모델(기반 모델)이 아직 양산 품질에 못 미쳐 오류 복구 동작은 직접 코드로 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개월 안에 1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어로보틱스는 1~2개월 안에 고객사 현장에서 휴머노이드와 AMR, 사람이 함께 적재·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1년간은 상자를 집어 옮기고 AMR에 싣고 내리는 작업을 주력으로 삼는다. 피어스 CRO는 "기존 AMR은 사람이 물건을 올려줘야 해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며 "휴머노이드가 물건을 싣고 내리면 AMR 판매 기회도 커진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서빙로봇 기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클로이 로봇' 중심의 상업용 로봇 사업 일체를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최근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향후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