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메카' 바스크]①바스크주 에너지전환 차관·에너지청장 인터뷰..전기료 가스 의존도 높은 유럽 지역의 3분의1
풍력 북부 지역 바스크주 산업 밸류체인이 기여..바스크주 차원서도 풍력발전량 확대 움직임

"이베리아 지역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는 전기요금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바스크주 중심 도시 빌바오에 위치한 바스크주 무역투자청에서 만난 이란츄 아옌데 페르난데스 데 에리베 바스크주 에너지전환 차관은 지난 3월 불거진 중동 사태에도 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베리아반도 국가들이 에너지 위기 영향을 덜 받은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만의 에너지를 확보하면 더 나은 산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국가 전체의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료 유럽서 낮아…풍력 바스크 밸류체인 기여

현재 스페인의 전기요금은 유럽연합(EU) 국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낮은 편이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를 촉발한 중동 사태가 불거진 지난 3월 스페인 평균 전력 가격은 1㎿h(메가와트시)당 42유로로, 가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탈리아(143유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렴한 전력 가격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육성 전략이 있다. 스페인은 최근 몇 년 사이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왔다. 지난해 4월 이베리아반도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이후엔 더욱 속도가 붙었다. 매월 평균 1.3GW(기가와트)의 설비가 새로 들어섰다. 전년 월평균(1.2GW)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의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보다 설비가 복잡한 풍력 분야에서는 바스크주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세·재정 분야에서 폭넓은 자치권을 가진 바스크주는 일찍부터 유럽의 주요 풍력산업 거점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현재 지멘스가메사, 글루알, 슬링신트 등 150여개 기업이 이곳에서 풍력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구성하고 있다. 관련 종사자만 5100여명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생산한 터빈과 주요 기자재는 바스크주는 물론 스페인 각지의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공급되고 있다. 이날 함께 자리한 미켈 아문다라인 레이바르 바스크주 에너지청장은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연관 기업을 육성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도 재생에너지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중동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까지 빠르게 늘면서 풍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란츄 차관은 "(무엇보다) 유럽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탈탄소화를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두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의 산업 기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넘어 발전량도 확대…"에너지 전환 속도"

바스크주 역시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산업 자체는 성숙했지만 깊은 해양 수심 등 환경적 요인으로 풍력발전에 유리한 지역은 아니어서 정작 지역 내 발전량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40% 수준인 반면 바스크주는 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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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스크주는 2028년까지 500㎿(메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이를 900㎿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사업자가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지역에 부담금을 내는 '재생에너지 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20%를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받는 제도도 시작했다. 3년간 연 7%의 고정수익률을 보장하면서 호응도 높다. 최근 바스크주 라브라사 풍력단지를 대상으로 진행한 시민 참여 모집은 하루만에 마감됐다.
이란츄 차관은 "풍력을 포함해 수소, 탄소포집, 배터리 등 여러 산업을 갖고 있다"며 "신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유럽의 2050년 넷제로(Net-Zero) 계획에 발맞춰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