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제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결과를 선거에 활용하고, 후원자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2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저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했다"며 "초선 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수를 투명하게 하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고 그 성과물들은 지금까지 '오세훈법'으로 불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국민이 붙여준 자랑스러운 이 이름을 서울시장 5선보다 더 명예롭게 생각한다"며 "그런 제가 저의 후원자라고 하는 사람에게 저를 위한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켜온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제시한 범행 경위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특검의 프레임은 국민의힘 당내 경선 국면에서 경쟁 상대보다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제가 조바심을 느끼고 명태균에게 먼저 연락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저나 저의 선거캠프에서는 특정 여론조사에서 유리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 일희일비하지는 않아 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마 선언 직후인 선거 초기여서 개별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둘 시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명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금방 명태균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알아봤다"며 "강철원에게 그를 넘긴 것은 알아서 정리 여부를 결정하라는 의미도 있었고 이후 명태균의 존재나 의미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선거 이후 단 한 차례도 전화를 포함한 가벼운 소통조차 없었음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항소심에 새롭게 제출된 명태균과 김한정의 통화에서 명태균이 저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제가 당시 명태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하였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특검이 제가 의뢰했다고 주장하는 그 여론조사를 사전에 논의한 적도, 그 결과를 받아 저의 선거에 활용한 적도 단연코 없다"며 "저의 캠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지급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독자들의 PICK!
다만 명씨와의 관계를 초기에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는 "명태균에 대해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때 즉시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줌으로써 이렇게 법정에까지 서는 모습을 보여드린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모두 제 불찰"이라고 털어놨다.
오 시장은 "제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국민이 믿어주신 고결한 정치, 고통스럽게 원칙을 지켜온 정치가 일개 정치 브로커의 증오심과 적개심 때문에 오염돼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번영'과 '시민들의 삶의 질'이라는 제게 부여된 소명이 증오심과 조작된 정황 때문에 멈춰 서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시장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는다"며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사법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바로 이 법정에서 증명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진실에 기초한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간곡히 요청한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한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3300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1심은 여론조사 5건의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시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