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이 어려웠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에 반포 래미안트리니원보다 큰 신축 단지가 들어선다. 사업성 부족과 인왕산 경관 보호에 막혔던 개미마을·문화마을·옛 홍제4구역을 묶어 최고 30층, 2520가구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홍제동 9-81 일대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주민·전문가·공무원이 현장을 함께 살피고 용도지역과 도로·시설 배치를 조율해 통합 개발의 조건을 마련했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세 마을은 각각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개미마을은 2006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여러 개발사업이 무산됐고 문화마을은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옛 홍제4구역도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 주민들은 노후 주택에 살면서 누수·화재·동파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초기부터 공공이 주민·전문가와 사업성과 공공성을 조율하는 제도다. 홍제동에서는 시·구 담당부서와 주민참여단, 신중진 성균관대 교수와 김병춘 서경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세 마을을 하나로 잇고 용적률을 높이는 한편 세검정로의 진출입 개선과 공공청사 복합화도 함께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현장답사·간담회 등 주민 소통 9차례, 원팀회의 9차례, 전문가 자문 4차례를 거치며 사업성과 교통, 경관을 하나의 계획에 담았다. 이렇게 산정한 통합 대상지 면적은 13만4565㎡였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트리니원(11만7114㎡·2091가구)보다 약 15% 크고, 계획 가구 수는 21% 정도 많다.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활방식을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과제였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세검정로4길이 대표적인 조율 사례다. 지하에 하수암거가 있고 학교와 등산로로 이어져 없애기 어려운 길이었다. 도로는 공공이 관리하면서 아래 공간은 단지에서 활용하는 '입체도로' 방식을 적용했다. 도로 부지를 주택용지 면적에 포함해 약 7500㎡를 늘리는 구조다. 오히려 전용 59㎡ 기준 약 250가구의 추가 조성 효과를 얻었다.
주민들의 진출입 개선 요구에는 구역 경계를 넓히는 방안으로 대응했다. 내부순환로 아래 부지를 편입해 진입도로를 추가하고 주민 차량과 내부순환로 진입 차량의 동선을 분리하도록 했다. 공공청사 이전비 우려에는 홍제3동 주민센터와 복지시설을 단지 초입 근린생활시설과 복합화해 부담을 줄이는 계획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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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을 높이면서 경관을 지킬 조건도 맞췄다. 주택용지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은 275.6% 이하로 계획했다. 산 쪽은 20층 내외, 내부순환로변은 30층 내외로 높이를 달리했다. 훼손된 인왕산 자락 약 3만㎡는 공원으로 회복하고 폭 20m의 공간 두 곳을 확보해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최대 105m인 고저차를 고려해 땅을 깎고 메우는 공사를 줄이고 단차 아래에 주민공동시설을 배치했다. 홍제천·학교·역으로 이어지는 생활 동선도 계획에 담았다. 정비계획 입안과 심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으며 건축 배치는 조정될 수 있다.
김창규 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개별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3개 마을이 뜻을 모아 하나의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