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0', 금메달 무임승차..."이름만 올려도 군 면제"

투구수 '0', 금메달 무임승차..."이름만 올려도 군 면제"

김효정 기자
2026.10.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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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병역특례 53년 기준을 다시 묻다] ②
'국위선양' 명분 53년 이어진 특례…대회·종목·개인 기여도 형평성 논란
"한 번의 메달보다 누적 성과로"…경력단절 막을 병역 방식 다양화 목소리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4.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도요타(일본)=뉴시스] 황준선 기자 =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6.10.04. [email protected] /사진=황준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재점화한 병역특례 논란은 결국 국가가 어떤 성과를 인정하고, 누구의 경력을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와 일부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 일정 자격을 갖춘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34개월 동안 본인 종목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의 공익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법적으로 '면제'는 아니지만 선수나 예술가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력 보호의 효과가 있다.

문제는 특정 대회와 순위를 기준으로 삼는 현행 제도가 왜 해당 성과를 병역특례의 근거로 인정하는지까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병역특례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을 명목으로 도입된 뒤 시대 변화에 따라 현재의 기준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종목이 e스포츠 등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을 체육요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방탄소년단(BTS)처럼 세계적인 흥행과 영향력으로 국위를 높인 대중문화예술인은 현역 복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다.

팀 성적과 개인 기여도 사이의 간극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 축구·야구 등 단체 종목에서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만 특례를 인정하던 규정은 2020년 6월 삭제됐다. 이후 개인 기록이나 출전 시간과 관계없이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이끈 투수 곽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경기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않고 병역 혜택을 받아 '0구 금메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발투수 곽빈과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 9회말 수비를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선발투수 곽빈과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 결승전 9회말 수비를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26.09.27.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제도 개편 목소리가 커지자 국방부도 손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방부는 "병역의무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면·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병역특례를 단순히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선수들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연구위원 등이 2020년 '체육과학연구'에 발표한 '엘리트 남성선수의 군복무별 현업복귀율과 선수경력의 비교 분석'에 따르면 일반 현역병으로 분류된 집단의 선수 복귀율은 12.49%에 그쳤다. 2003~2005년 등록된 23개 종목 남자선수 1만7418명의 선수등록 여부를 2018년까지 추적한 결과다. 반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 선수들의 복귀율은 78.91%였으며, 경찰청 체육단은 76.55%, 사회복무요원은 71.43%로 나타났다.

결국 제도 개선의 핵심은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과 '선수 경력 보호'를 구분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병역특례를 특정 국제대회 입상에 대한 보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 선수들이 군 복무 이후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군 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입영을 유예하는 방안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번의 국제대회 입상 대신 여러 국제대회 성적을 누적해 반영하는 '마일리지'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특례 대상 대회와 종목을 지금의 국가 위상에 맞게 다시 정하고, 한 번의 입상이 아닌 국제대회 누적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며 "예술 분야 인정 대회를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 중심으로 정비하고 병역을 이행하면서도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군체육부대 등 대안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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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김효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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