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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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자 맛 어때요? 먹을 만 한가요?"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 출장 중 막히는 차 안에서 과자봉지를 꺼내든 기자에게 동행했던 현지 업체 직원이 물었다. 과자는 상하이 숙소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오리온 '오!감자'(중국명 '야!투도우')였다. 질문을 받고 난감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중국 과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당신이 알고 있는 '하오리요우'(오리온의 중국명)는 사실 한국 기업"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오리온이 1993년 중국에 첫 진출한 후 줄기차게 펼쳐온 현지화 전략에 왠지 방해가 되는 것만 같았다. 또 중국에서 현지 제과업체로 인정받을 만큼 완전히 뿌리를 내린 오리온의 위상에 깜짝 놀랐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 해외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빛을 보지 못하거나 실패한 기업은 무수히 많지만 성공한 한국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초코파이'에 이어 '오!감자', '고래밥' 등이 잇따라 흥행해 중국 내 2위 제과업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이목을 끌었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구글 딥마인드의 이벤트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알파고 쇼크' 파장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 모습이다. 최근 변호사 개업을 한 선배와 만난 자리에서도 인공지능은 단연 화제였다. 그에게 농담 삼아 물었다. "법정에 인공지능을 세우면 판결에 대한 이러저런 뒷말도 나오지 않을 것 같고, 난해한 용어와 지나치게 복잡한 판결문, 공소장 등도 한결 간결해질 텐데요." 가볍게 우스갯소리로 넘길 줄 알았는데 반응은 영 떨떠름했다. 아니 심각했다.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그럴 수도 있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낯빛도 어두워졌다. 그의 반응은 법조계의 신뢰도 추락과 무관치 않다. '널뛰기 판결'이나 '전관예우' 논란 등은 사법 불신을 낳는 요인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올해 초 ‘법원신뢰도 대국민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재판결과가 불공정
월급쟁이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월급쟁이가 되면서 들었던 조언은 '월급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라'였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막연하게 '언젠가 결혼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저축했다. 결혼 후에는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고 지금은 아이 교육에 쓸 돈을 모으고 있다. 돈을 쓰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결혼, 주택 구입, 교육 등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때문에 난리다. 은행원이나 증권사 직원을 만나면 안부를 묻기 전에 ISA에 가입해 달라고 할 정도다.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불완전판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 경쟁도 치열하다. 증권사가 고금리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내놓자 은행은 고금리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로 맞불을 놓았다. 자행 예금을 넣지 못하는 은행들은 조금이라고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과 지역 농·축협 정기예탁금도 ISA용으로 준비했다.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ISA에 담아
"나는 말을 믿는다. 자동차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맨 꼭대기인 8층, 관람객의 동선이 시작되는 곳에는 실물 크기의 백마 조형물 받침대에 이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05년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 2세가 내연기관을 갖춘 새로운 탈것이 거리에 늘기 시작하자 남겼다는 말이다. 당시 신기술이었던 자동차는 말에 비해 속력이나 내구성 면에서 형편 없는, 그저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고트리프 빌헬름 다임러와 칼 프리드리히 벤츠, 헨리 포드 같은 이들에 의해 황제의 단견이 웃음거리가 된 데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전 인류는 100년 전 자동차가 말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에 비견할 만한 큰 사건과 마주했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서 인공지능(AI)이 인간 대표를 꺾은 것이다. 대국 이후 확산된 바둑과 이세돌에 대한 관심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 아닌 AI
첫 아이의 출산일. 간호사가 남편분은 함께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초조한 표정을 짓던 아내의 눈빛에 순간 불안감마저 감돌았다. 분만실에 불이 들어온 10분 후 간호사가 황급히 뛰어들어갔다. 더욱 가슴을 졸였다. 이날 저녁,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아내는 담당의에게 불안감을 계속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자 담당의는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수술이 끝날 때까지 손을 잡아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할 다른 간호사를 호출했던 것. 담당의에 이 같은 인간적인 배려로 아기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엄마 품에 안겼다. 만일 이 상황에서 '닥터 AI(인공지능)'라면 어떤 처방을 내렸을까. 환자의 불안감은 수술의 잠재적 변수라고 판단,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더라도 전신마취를 시도했을지 모른다.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기계 대표로 나선 구글의 AI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AI에 대한 담론이 뜨겁다. 특히 '실직'을 미래 사회에 모든 시민이 마주치게 될 이 기술의 딜레마로 지목한
"우리는 오늘 밤 일기장에 기록을 꼭 남겨놔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이 기계에 졌다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 승을 거둔 지난 9일 오후, 많은 사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리며 막연한 두려움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 9단이 '알 사범'에게 2연패를 당한 10일에는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기계가 인간처럼 술은 마시지 못할 것'이라고 '자위'하며 술잔을 기울여 봤지만, 공허한 마음은 위로받지 못했다. 인간의 능력이 기계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팩트'에 내심 자존심이 잔뜩 상한 모양이다. 아무튼 이번 대회의 승자는 알파고로 결정됐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이 게임이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공정치 못했다고 지적한다. 알파고가 대국 상대인 인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알파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이다. 일리 있는 지적일런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인공
"휴거라고 알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던 중 한 놈이 뜬금포(?)를 날린다. '종말론 얘기가 다시 도나?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지레짐작하는 사이 뜬금포의 주인공이 답을 내어놓는다.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에게서 듣고 자기도 깜짝 놀랐단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는 임대주택 사는 아이를 '휴거'라고 부른다고. 휴거는 종말론도 뭣도 아닌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이라고. '말도 안 돼. 같은 반 친구한테 그렇게까지 하겠어.' 설마 하는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실제 '휴거' 얘기가 적잖다. 공공 임대주택 사는 사람인데 자기 아이도 그런 놀림을 받을까 고민이라는 글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갖게 한 부모가 문제라는 격앙된 말까지 '휴거'를 걱정(?)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임대아파트 거지', '초등학생 휴거' 등 관련 검색어도 부지기수다. 휴먼시아는 불과 몇년 전까지 쓰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
'한국의 퀄컴' 한때 이런 수식어가 붙으며 국내 '팹리스'(Fabless) 반도체 산업을 이끌던 두 업체가 있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이 그 주인공들이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생산은 외주에 맡기고 개발만을 전문으로 한다. 이동통신 반도체 분야 선두주자인 미국의 퀄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요즘 이 두 업체를 포함한 팹리스 업계를 바라보는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코아로직은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최근 자본전액잠식을 공시했고, 이달 말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코스닥에서 퇴출된다. 엠텍비젼은 이보다 앞선 2014년에 같은 이유로 상장폐지를 당했다. 최근 사옥 매각 및 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추진을 통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 침체 등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의 위상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 이들 기업은 2004년 국내 팹리스 업계 최초로 매출액 1000억원을 나란히 돌파하며 주
“요새는 어떤 종목이 좋은가요?” 증권부 기자라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제가 그걸 잘 알면 아침마다 노트북 들고 지하철 오르내리며 여기 있겠어요?”라고 농담으로 받아 치지만 듣는 사람은 진지한 답변을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망 종목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짬뽕 라면의 얼큰한 국물 맛에 감탄할 때 이 라면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하면 된다. TV에서 미남 탤런트가 감미로운 말을 건넬 때 가슴만 설레할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 제작사가 어디더라, 저 탤런트의 소속사가 상장사인가를 찾아보는 것도 주식 투자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말이다. 사실 좋은 종목을 물어보는 밑바탕에는 주식으로 ‘한방’을 노리는 꿈이 묻어 있다. 한국 시장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어본 집단 경험이 별로 없다. 바이코리아 열풍, 인사이트펀드, 브라질채권 등 쏠림현상은 과열과 버블을 불렀고 이는 손실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돈을 번 집단 경험이 없으니 주식으로 한방을 노리는 투기 심리가 투자
'키덜트'(Kidult). '아이(Kid)의 순수함을 간직한 어른(Adult)'이란 뜻을 담은 이 합성어는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사용된다. 키덜트가 늘어나면서 키덜트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키덜트산업은 약 14조원, 일본은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5000억~6000억원에 그치고 있지만 매년 고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국내 키덜트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는 우리나라 완구시장을 평정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도라에몽'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와 '콜라보' 형태로 유입되는 캐릭터들 역시 국내 키덜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가 관련 상품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국내 키덜트시장은 급성장중이지만, 토종 캐릭터의 입지
'스낵컬처’ 시대다.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는 스낵처럼 바쁜 현대인들은 콘텐츠도 간단히 즐기려는 욕구가 크다. 인터넷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고 짧고 다양한 글'이 읽히는 시대다. 언론사들도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변화에 나섰다. 한때 '~하는 5가지 이유' 등의 형식으로 핵심을 순서대로 나열한 '리스티클'(Listicle, 리스트와 아티클을 합친 신조어)과 요점 정리된 카드를 한 장씩 보는 '카드뉴스'가 뉴미디어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더니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됐다. LA타임스, 로이터, 포브스 등의 언론사들이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해 지진, 스포츠, 금융, 날씨 관련 속보와 기사를 이미 내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빨리 국내에 도입되다니 기자 입장에서 조력자가 될지 경쟁자가 될지 혼란스럽다. 기사뿐만 아니다. 버즈피드와 피키캐스트는 움짤과 짧은 글을 섞어서 만드는 콘텐츠로 뉴미디어 중 최고 트래픽을 만들고 있다. 가장 트렌디한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공공장소에서 문을 밀고 들어갈 때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 정도다. ① 앞만 보고 적당히 밀어 지나간다. ②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잠시 기다린다. ③ 그냥 문을 활짝 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일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낯선 이의 호의에 뒷사람이 불편해 할 수도 있으니 ①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상대를 배려해 ②처럼 행동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지기' 꼴은 되기 싫고 만약의 사고도 걱정되니 ③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요즘 '배려'를 주제로 한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한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을 만큼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댓글은 이런 내용이다. "저는 문을 잡아주는 편인데 뒤에 오는 사람이 감사 표시를 하거나 문을 잡아주면 좋겠어요. 주머니에 손 넣고 쓱 지나가 버리니 기분이…." 내가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가 쌩하고 가버리면 불쾌하듯이 문지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