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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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세종 관가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모든 부처가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등 굵직한 정책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이 사라진 탓에 사실상 특정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런 기류는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 많이 동원된 부처들일수록 강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총 30차례 토론회(마지막 일정 12월2일, 충남 공주) 중 직접 주관한 것 외에도 다른 부처 행사에 관계부처로 이름을 올린 횟수까지 모두 더하면 20번 넘게 참여했다. 특히 주택·도로·철도·공항 등의 건설이라는 업무 특성상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토론회의 경우 거의 한 번도 빠짐 없이 등장했다. 민생토론회 당시 국토부가 떠안은 안건을 보면 △1기 신도시 조기 재건축 추진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월10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빨리빨리'는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익숙하다. 'K-근성'을 한 마디로 축약해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한밤의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가결까지 불과 12일 만에 한국 정치가 빛의 속도로 격변을 겪고 그 혼란을 수습해가는 모습에 외국인들은 혀를 내두른다. 그 자체로 한편의 K-드라마 같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20만 국민이 여의도에 일사불란하게 모여 질서정연하게 시위하고, 탄핵 국회 가결로 중간 매듭을 지은 데 대해 찬사를 보내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짚었다. 한때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냄비근성으로 폄훼됐던 이 같은 특징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갈등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한국만의 강력한 에너지라는 해석이다. 실제 가난했던 한국이 짧은 시간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에 오르고 정치경제 및 대중문화에서 체급 이상의 펀치를 날릴 수 있었던 데는 현안에 빠르게 집중하는 삶의 방식이 유효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시민들은 지체 없이 단결해 반발했다.
"실손 있어요? 몇 세대일까요?" 최근 지인이 병원에 가서 들은 말이다. 현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을 선포했고, 실손보험을 악용한 의료기관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언론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허탈했다.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태는 더 고도화된 느낌이다.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 진료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에야말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의료개혁안에는 실손보험 개선안도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9일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감소와 필수 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 마련을 관계부처 장관에게 지시했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19일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연말에는 의료 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지시한 지 두 달도 안 돼 모든 것이 불투명해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이다.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한다는 뜻이다. 과거 막부시대 서구의 이코노미(economy)란 개념이 일본에 들어오자 중국 고대사상인 경세제민의 뜻을 차용·사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는게 정설이다. 사실상 나라를 다스려 사회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뜻의 정치와 적어도 동양권에선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정치와 경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관계 역시 반영한다. 12월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투자자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더욱더 이런 가치와 관계를 몸소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월3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상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제지표는 요동쳤다. 당일 2% 가까이 올랐던 코스피는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파란불이 켜졌고, 1차 탄핵안 표결이 불발된 이후인 9일에는 3% 가까이 빠지며 연중 최저인 2360.18까지 종가가 내려갔다. 환율은 더 걱정스러웠다. 계엄 선포 직전 1300원대 후
비상계엄 사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윤석열정권의 2년6개월여 기간을 반추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계각층에서 좋고 나빴던 이유와 각종 에피소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그 어느 분야보다 공직사회가 중요한 평가의 대상에 오른다. 그리고 가장 '비정상적'이었던 정부기관을 찾아보라면 가장 높은 순위로 꼽힐 부처 중 하나가 '방송통신위원회'다. 비정상으로 평가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수장의 교체가 유별나게 잦았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돼 잔여 임기를 일부 소화한 한상혁 전 위원장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관 전 위원장, 김홍일 전 위원장, 현재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인 이진숙 위원장까지. 불과 2년6개월여 만에 4명이 방통위원장직을 거쳤다. 4~5년 임기를 마친 이명박정부(최시중·이계철) 박근혜정부(이경재·최성준) 문재인정부(이효성·한상혁)에선 방통위원장이 2명이었다. 수장을 교체한 이유도 비정상적이었다. 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가결 전 위원장
계엄 이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지수 전체가 주저앉은 충격에 더해 회사 핵심 먹거리인 원전 사업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겹쳤다. 이 때문에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 무산됐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겪은 지난 일주일은 비상 계엄이 기업을 흔든 사례의 일부다. 산업계 전반을 살펴보면 사실상의 '기업 계엄'이다.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처리가 중단됐다. 부처 합동으로 추진 중이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도 무기한 연기됐다. 원전처럼 정부 지원이 절실한 방산 수출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모두 근원 경쟁력이 저하된 가운데 불거진 일이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가 "(삼성이) TSMC 추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부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며 대놓고 삼성의 기술을 지적할 만큼 반도체 파운드리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공세로 이미 코너에 몰린 지 오
국회가 2025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지난 10일. 회의를 진행하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우 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위원님, 정책위의장이 나와서 상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 중 진행을 잠시 멈추는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통상 본회의는 원내 교섭단체 사이 협의를 거친 안건만 올리기 때문에 의원들의 찬반 토론 없이는 안건처리를 멈추는 일은 거의 없다. 우 의장이 이날 안건처리를 멈춘 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비용 47.5%를 국비로 지원한다'는 조항의 효력을 3년간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조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 규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적용되고 사라질 예정이었다. 문제는 다음 안건인 2025년도 예산안이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낸 677조4000억원 규모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본회의로 보냈다. 정부·여당은 예산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기업은 계획에 없던 조단위 투자를 하거나 해외 공장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했다. 환율 변동, 운임료 증가 등으로 인한 지출도 컸다. 펜데믹 이후 곳곳에서 터지는 문제들은 기업을 위기로 몰았고, 기업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한국 기업이 기댈 곳은 한국 정부 뿐이었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기업에 많은 것을 약속했다. 특히 52시간에 묶인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바꾸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불확실성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정책이었다. 임기 절반을 도는 시점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기업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기업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거세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거래일째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예상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에 외국인은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주식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수경기 침체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과 경쟁력 저하, 글로벌 교역조건 악화 등의 우려로 국내 증시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큰 충격을 한 방 더 맞았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또, 현재 지수 밸류에이션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한다. 한 마디로 주가가 '싸다'는 거다. 그러나 쉽사리 '사라'는 말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회복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회복은 커녕 상황이 바뀔 때마다 주가, 환율이 요동친다.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 후 3일차였던 지난 6일 상승세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가 오전 2차 계엄 루머에 환율은 1430원 코 앞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급락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우리 사회·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은 바이오 산업은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크다.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정국 불안 여파가 바이오 산업의 성장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는 오랜 기간 신약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연구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과 자본시장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정국 불안은 바이오 기업의 경영 여건에 극심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투자는 위축되고 시장가치는 떨어지고 정부의 신약 개발 과제는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많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정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예산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다수 바이오 벤처는 자금 여력 등 문제로 R&D(연구개발)를 정부 과제에 의지한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내년 감축 예산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바이오의 전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품 수출기업 아우딘퓨쳐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 수출이 많은 'K뷰티 효자기업'을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방문했다. 중기부 장관이 소관 분야 기업을 찾는 건 자연스럽지만 화두가 이례적이었다. 오 장관은 "(미국 정부) 정책변화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화장품 그리고 중기부. 언뜻 뜬금없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편관세'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얻었다. 최근에는 펜타닐 마약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캐나다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엄포가 현실이 되면 미국 시장을 주무대로 한 국내 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자동차·반도체 등 대기업 주력상품만이 아니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뛰고있는 K뷰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7월 관세
비상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걸린 시간은 6시간 남짓. 짧다면 짧은 그 시간 탓에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저성장의 늪을 걱정하던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늪을 만들었다. 정부 경제팀이 숱한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그 행간에서 읽히는 교집합은 허무함이다. 스스로 만든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은 궁색하다. 애초에 늪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속속 날아들 청구서만 기다려야 할 처지다.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외환시장이다.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40원 오른 1442원까지 치솟았다. 국회가 계엄에 제동을 걸자 이내 상승폭을 줄였지만,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이미 '뉴노멀'로 자리잡은 강달러는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을 방어하고 관리해야 할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서 기름을 부었다. 증시도 출렁였다. 주요 외신이 한국 상황을 두고 속보까지 쏟아낸 마당에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