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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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전방위로 심화되면서, 국가 R&D(연구·개발) 성과물과 첨단 핵심기술을 지키는 일은 경제와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최우선 전략 과제가 되었다. 주요국이 기술 보호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연구 현장을 겨냥한 인재 포섭과 은밀한 기술 탈취 시도도 갈수록 교묘하고 지능적인 양상을 띤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0일 시행되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개정안은 우리 연구보안 체계의 실효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보안과제'와 '일반과제'의 이분법을 넘어 중간 단계인 '민감연구과제'를 신설해 3단계 체계를 구축한 데 있다. 엄격한 규제로 연구와 국제 교류가 위축되던 보안과제와, 보호 장치가 부족해 유출에 노출되던 일반과제 사이에서 그동안 마땅한 관리 수단이 없었다. 민감연구과제는 경제적·기술적 가치가 큰 성과물을 합리적 울타리 안에서 보호, 연구의 개방성과 자율성은 지키면서도 유출은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정밀한 보안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달러당 1550원선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1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큰 폭으로 하락, 달러당 1400원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환율 장기화가 국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하는 시각이 강했음을 감안할 때 최근의 환율 하향 안정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교과서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성을 가진다. 환율의 상승, 즉 원화의 약세는 원화 표시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타국가 대비 높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반면, 해외 제품, 특히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달러 표시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특히 이란 사태로 인해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의 환율 상승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을 더욱 확대시킨다. 즉, 수출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입에는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경제가 특정 산업의 수출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고환율 장기화가 수출과 내수의 성장 불균형과 양극화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지방정책은 '자치분권을 기반으로 한 '5극 3특'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초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5극3특 각 권역이 독자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한 채,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지방주도성장을 빚어내겠다"고 말했다. 5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3특은 제주·강원·전북 등 세 개의 특별자치도를 뜻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5극3특으로 재편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는 7월 1일 공식 출범했다. 초광역 메가시티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시대적 흐름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대한 성장 담론이 빠뜨린 질문이 하나 있다. 행정의 광역화가 과연 주민과 행정 사이의 민주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가? 초광역화는 행정과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행정기구와 주민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민주주의 결손(democratic deficit)'을 초래한다.
"세금은 문명사회의 대가다"라는 말처럼 현대국가에서 세금은 필수적이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근로소득세 면세 비중이 높고, 고령화 진행에 따라 사회보험료 저변 확대와 징수 형평성 제고가 필요하다. 지금은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라 세율을 건드리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늘어나는, 사실상 '조용한 증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제도 변화가 그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조세와 준조세 부담은 상당한 사회적 반발을 몰고올 수 있으며 결국 사회적 합의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급격한 조세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부동산 세제도 그렇지만, 준조세인 건강보험료 관련 변화가 손익통산 없이 추진되면 자칫 모순이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 세제부터 보자. 정부는 초고가 주택 기준을 새로 도입하며 보유와 실거주를 구분하여 차등적으로 과표를 상향하되 실거주자에게도 명목 고정인 공제 상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가 동시에 작동하는데 기준선은 고정돼 있으니 세율을 손대지 않아도 대상이 저절로 불어난다.
7월 말경 미일 양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조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은 590억 달러 상당의 실탄을 투입해 대규모 엔화 매수에 나섰고 미국도 50억 달러가 넘는 엔화 매입을 통해 지원했다. 엔화가 달러당 164엔을 위협한 정도로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긴급조치였다. 미일 양국의 공동 개입으로 엔화 환율은 156엔대로 낮아졌다. 표면상으로 보면 두 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양국의 이번 외환시장 개입은 과거와 다른 정책적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외환시장 개입을 재무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FIMA 레포(repo)를 통해 일본은행의 엔화 매입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FIMA 레포는 외국통화당국(FIMA)이 환매조건부채권 매매를 통해 연준에 미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달러를 단기로 차입하는 제도다. FIMA 레포를 활용하면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 조달을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지 않아도 된다. 카타야마 일 재무상도 미 국채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FIMA 레포의 적극 활용을 시사했다.
최근 자본시장의 주목할 변화로 주주행동주의 저변 확대와 진화를 들 수 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소버린 사태' 에서 연상되듯 단기차익을 노리고 경영진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보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토종 행동주의 등장 등 변천사를 거치면서 '주주관여(Engagement)'라는 보다 고도화된 전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지침은 물론 대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자본배분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의 약진은 그간 스튜어드십코드 제·개정, 상법 개정,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일련의 제도 변화로 뒷받침됐다. 여기에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 연합이 가능해졌다. 사모펀드(PEF) 대형화, 행동주의 펀드 간의 글로벌 공조 확대 등으로 활동 반경은 중소형 저평가주에서 대기업과 금융그룹까지 확장됐다. 영국 기업지배구조 연구기관 딜리전트(Diligent)의 '2026 주주행동주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은 60여 건으로 집계됐다.
오랫동안 투자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금기시되었다. 건전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을 기대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근면성실에 기반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사회에서 투자는 변칙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우리 사회는 특정 유형의 노동의 가치만 정당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더 많은 부를 얻고 싶은 욕구는 이러한 암묵적 동의와 사회적 압력을 뚫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왔다. 긴밀하게 연결된 밀집된 사회에서 특정인의 성공과 부의 축적은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는 특정 분야에 대한 급격한 쏠림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 결과는 해당 자산 가격의 급등에 뒤이은 급락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주기적인 주식시장의 급등락이 대표적이다. 수십 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지, 상가, 주택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부동산 투자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노동쟁의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질문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문제가 노동쟁의의 대상인지에 대해 "아닌 쪽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 구체적인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성과급은 물론 AI·로봇 도입, 생산시설의 신설·이전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을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현장의 질문은 "무엇이 교섭의 대상이고, 무엇이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추가했다. AI와 산업전환이 고용과 직무를 바꾸는 만큼 노동자가 의견을 내고 협의에 참여할 통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논의의 대상, 단체교섭의 대상,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은 구별되어야 한다. 협의나 교섭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파업의 정당한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도 임금의 지급기준에 관한 문제인지, 기업의 이익 배분 구조를 구속하는 요구인지 구분해야 한다.
중국이 오고 있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던 시대를 지나, 과거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진 중국이 기업과 자본, 기술과 사람의 형태로 한국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본지의 특파원 칼럼 '일단 중국에 와보자'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는 그 이유를 압축해 보여줬다. 1천여 기업과 4천여 전시물이 모인 자리에서 눈에 띈 것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로봇과 제조업, 도시와 일상의 구체적 장면으로 확산되는 속도와 폭이었다. 중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도 움직이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36개국 중 25개국에서 중국 호감도가 미국보다 높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미국 호감도가 높지만, 중국 호감도는 지난해 19%에서 28%로 올랐고 미국 호감도는 61%에서 45%로 낮아졌다. 격차가 42%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줄었다. 반중정서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익숙한 중국 이미지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중국을 주로 '가야 할 곳'으로 보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하는 사업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다. 서울시만 해도 2024년 기준 345개 위탁사무에 9424억원이 투입됐다. 주민자치가 확산되고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체육시설, 사회복지지설 및 물재생시설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막대한 예산이 제대로 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내 한 노인복지관 관장은 보조금 10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고, 한 육아종합지원센터 회계 담당자는 137차례에 걸쳐 10억원이 넘는 위탁금을 빼돌려 외제차를 구입하고, 여행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도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부당한 비용 집행과 목적 외 보조금 사용을 발견하고 해당 금액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비용 집행 이후 형식적으로 영수증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허위거래, 증빙 위조, 가격 부풀리기나 가족간 거래와 같은 의도적인 부정을 걸러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에 중국이 개입한 정황을 공개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재탕하며 선거제도의 신뢰를 훼손하여 재선 실패 시, 불복의 빌미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하지만, 미국 선거에 외세의 개입 시도가 있었던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시도가 있었다"는 2020년보다 더 확실한 사례는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선거였다. 당시 미국 국가정보장실(ODNI)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을 통해 상대 후보인 힐러리의 보안 위반, 민주당 경선 부조리 등을 수집해 폭로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와 여론조작으로 트럼프를 지원했다. 임기 말의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정보기관 두 곳(FSB, GRU) 제재, 정보요원 35명 추방, 외교 시설 2곳 폐쇄 등 강력히 대응한 것도 근거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은 상대국의 정책 결정이나 여론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이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중국발 공급과잉과 유럽의 보조금 삭감으로 연쇄 도산에 빠져들던 2012년, 맥킨지(McKinsey)는 '태양광,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밤(Solar Power: Darkest before dawn)'이라는 문학적 제목의 리포트를 내놓았다. 시장의 공포와 달리 무대 뒤에서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며, 한계기업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 끝나는 2015년 무렵이면 보조금 없이 자생하는 '지속가능한 대규모 성장의 새벽'이 열린다는 예측이었다. 그리고 그 전망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보다 앞선 1995년,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중 하나로 꼽히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가 개봉했다. 이후 정확히 9년 간격으로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이 이어지며, 무려 18년에 걸쳐 '비포 3부작'이 완성됐다. 스무 살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만남과 이별, 재회와 다툼, 화해를 지나며 비로소 성숙해진다. 큰 변화는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길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