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사태'의 공범자들[MT시평/채진원]

'용혜인 사태'의 공범자들[MT시평/채진원]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2026.09.1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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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정당 양산하는 국고보조금 폐지하라." 6년 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했던 말이다. 2020년 2월 14일 그는 "국고보조금을 노린 기생충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용 후보자는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고 국고보조금과 의원실·보좌진 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과거에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을 '기생충'이라 부르던 그가 이제는 국고보조금과 정당의 존립을 이유로 의원직을 붙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겸직 논란을 넘어선다. 지난 7일 용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논란과 인사청문회 완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소득당을 '사실상 용혜인 1인이 지배하는 가족정당'이라며 "하나의 의원과 가족, 보좌진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독식하는 정당이 있었느냐"고 직격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공당을 가족 기업처럼 주무르며 배우자와 함께 임금, 상여금, 공천권까지 결재해 온 '사당화' 행태"라고 비판했다.

9일 용 후보자의 남편 박기홍 전략기획부총장이 기본소득당 신임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새 대표에는 용 후보자의 비서관을 지낸 오준호 전 공동대표가 선출됐다. 기본소득당은 2022년 9월 상무위원회에서 용혜인 의원실 소속 보좌진 9명을 중앙당에 일괄 편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국민 혈세를 쓰는 용 후보자의 몰염치는 개인만의 문제일까?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용혜인 사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위성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은 미끼상품이다. 거대정당이 비례 의석을 손해 볼 가능성이 생기자, 별도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유인이 생긴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공범자들을 추적해야 한다. 첫째는 위성정당을 이용한 용혜인 자신이다. 2020년, 2024년 총선에서 기본소득당 용 후보는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해 배지를 달았다. 둘째는 2019년 12월 당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이다. 이들은 선거법 게임규칙에 대한 여야 합의 없이 '4+1 협의체' 다수결로 준연동형비례제를 통과시켜 위성정당의 씨를 뿌렸다.

셋째는 2024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례대표 배지를 미끼로 '반윤석열 세력'을 줄 세우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다. 이 미끼를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진보당 등이 물었다.

넷째는 정의당과 녹색정의당이다. 이들은 도입될 리 없는 '독일식 연동형제'(지역구 의석 비율이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비례대표로 의석수를 채워주는 방식)에 발이 묶여, 자신을 키워준 '한국식 병립형비례제'(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배분)를 버리고 준연동형에 힘을 보태면서 도태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보정당'과 '청년정치'의 민낯도 드러난다. 이런 공범구조에서 기생충이 탄생했다. 이제는 '독일식 연동형비례제'가 아닌 '한국식 병립형비례제'로 돌아가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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