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222 건
2025년이 시작됐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상황이 지속된다. 제6공화국 헌법의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참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본적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용어는 1973년 미국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등장했다. 슐레진저는 냉전 시기 미국 대통령의 권한이 점차 확대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으면서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는 행정부의 독주가 민주주의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슐레진저가 지적한 제왕적 대통령의 특징은 외교와 군사분야에서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이 확대되고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우회하는 행정명령이 과다사용되는 것이었다.아울러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행정부의 비밀주의 강화, 전쟁선포권 등 의회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 등도 특징으로 지적됐다. 슐레진저가 고안한 제왕적 대통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상당부분 다르다.
인간은 왜 권력을 탐할까. 뻔한 답이지만 권력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민주주의는 그 본능에 반하는 체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이 쏠려 사유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피선거권이 있으면 누구나 권력의 담지자가 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주권자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선 안 된다. 권력의지가 강한 이들에겐 참 피곤한 시스템이다. 절대권력은 절대타락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에 성역은 없다. 탄핵정국 속에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님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자신의 소유가 아니다. 임기가 보장된 현직 대통령의 직무를 입법부가 탄핵소추로 정지할 수 있는 것은 삼권분립 체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비상계엄이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한 통치행위였는지, 자신이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하다 못해 내란죄에까지 이른 것인지 아닌지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으로 선회해 금리인상을 시작한 2022년 이후 기업 인수·합병 시장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글로벌 인수·합병 거래규모는 36% 감소했고 이듬해인 2023년에도 12% 추가로 줄어들었다. 사모펀드(PE)의 차입매수(LBO) 투자도 마찬가지로 약세를 보였다. 2023년 글로벌 차입매수 거래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분야의 거래가 위축된 가장 큰 이유는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인상이었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인수·합병과 차입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산정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자 인수사업 추진의 매력도가 반감됐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고조가 초래한 경제적 불확실성 심화도 인수기업 가치산정의 어려움을 배가했다. 더불어 자산시장에서 가격변동성이 크게 상승해 기업의 증시 신규상장(IPO)도 대폭 감소했다. 미국 증시에서 신규상장 건수는 2022년 전
계엄은 생소한 단어다. 한자어로는 '엄히 경계하다'며, 영어로 계엄법은 '마셜 로'(Martial Law)다. 마셜(Martial)은 화성을 뜻하는 마스(Mars)에서 나왔고 마스는 전쟁의 신이다. 화성의 붉은색은 화염을 연상케 한다. 계엄법상 비상계엄의 요건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다. 계엄은 아주 심각한 단어다. 탄핵, 내란 역시 심각한 단어다. 오늘의 현실은 전 국민이 밥 먹으면서 계엄, 탄핵, 내란 등의 용어로 농담이 아닌 토론을 한다. 말의 인플레이션인가, 아니면 상황 자체가 인플레이션인가.계엄법은 헌법의 하위 법률이며 계엄 중에도 삼권분립의 틀은 도도히 유지된다. 그 핵심은 계엄이라는 비상대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다. 왕정과 달리 대통령은 선출직이지만 의회를 통한 왕에 대한 견제는 대통령의 비상대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로 남아 있다. 계엄에 대한 국회의 견제는 2가지다. 하나는 비상계엄 중에도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행정과 사법사무만을 관장한다는 것이
주변에 계엄과 탄핵이슈를 놓고 다투다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삭제하면서 고립되는 분이 많다. 생각이 좀 다르다고 해서 인간관계까지 끊는 것은 과한 처사가 아닐까 싶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돌이킬 수가 없다. 계엄 이후 시민들도 정치양극화로 홍역을 치렀다. 정치권이 연일 다투는 것을 본 일반 국민들도 양극단으로 갈라지면서 우정이 깨지는 고통을 겪었다. 단톡방에서 탈퇴하고 고립되는 현상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쓴 한나 아렌트의 시각에서 보면 '대화의 종결이자 인간관계의 단절상태'다. 아렌트에 따르면 '대화의 반대는 침묵이 아니라 고립이나 외로움'으로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내 안의 자기 자신, 혹은 상대와의 대화가 없는 고립된 상태고, 고독은 혼자 있어 외로워 보이지만 내 안의 자신 및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상태다. 대화 중 몇 초 침묵했다가 대답하면 '속으로 고민하는구나' 싶어 더 신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하면서도 숙의하는 모습을 보
2024년 12월 부동산 시장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흐르면서 2025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에서 탄핵정국으로 인한 환율상승, 유동성 위축, 대출금리 인상 등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흐름은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또 2004년 초~중순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유사했기에 현 탄핵정국에서도 주택 매매 거래량이 위축되고 거래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시장이 일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정책이다. 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간 펼친 다양한 정책을 얼마나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다양한 부동산법·제도 중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담은 노후계획도시법,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를 다시 궤도에 올리기 위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재건축의 안전진단을
대법원이 국가가 행정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장애인이 소규모 소매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위법이라며, 소를 제기한 장애인 2명에게 각 1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2다289051 판결). 지난 10월 23일 공개변론이 진행된 그 사건이었다. 편의점, 약국 등과 같은 소매점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야 하는데, 1998년 제정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에서는 바닥면적이 300㎡ 미만인 경우에는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시설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2022년 4월에서야 바닥기준 면적을 50㎡ 미만으로 축소했다. 과거 기준에 따르면 상당수 소매점이 편의시설을 설치할 법적인 의무가 없었고, 휠체어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소매점을
최근 보험산업 상황은 변수가 많아서 시나리오 분석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사방에서 땅파는 소리가 들리는 형국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좀더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물밑에서는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연말을 맞아 내년부터 적용되거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사항들과 영향을 점검해 보도록 하자. 우선 보험사들의 배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와 할인율 제도 변화가 있다. 이미 2024년 할인율 제도가 강화돼 왔는데, 올해 말부터 K-ICS비율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이 차등화되고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최종관찰만기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보험사들간의 배당여력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바뀌더라도 개별 보험사의 배당전망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부터 배당을 하지 못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 상위사들의 경우 차별적으로 견조한 배당
국내 최초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물납한 사례가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 8일 올해 초 미술품으로 상속세 물납 신청된 작품 10점 가운데 이만익의 '일출도', 전광영의 '집합(Aggregation 08-JU072 BLUE)', 쩡판즈의 '초상화(Portrait, 2007)' 2점 등 총 4점이 물납허가를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되었다고 밝혔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가 도입된 후 첫 사례이다.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도가 도입된 것은 2023년 1월 1일부터이다. 그간 물납 대상 재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2021년 말이 되어서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는 상속세가 2000만 원을 초과하면서 금융재산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미술품을 상속세로 물납할 수 있게 되었다. 상속재산에 미술품 등 문화유산 등이 포함된 경우에 물납을 신청할 수 있
"적은 혼노지(本能寺)에 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의 상징적 사건인 '혼노지의 변'에서 배신의 아이콘 '아케치 미츠히데'는 이 말을 하며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의 주군인 오다 노부나가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 선택의 대가는 13일 만의 몰락이었다. 2024년 12월 한국의 정치 상황은 '혼노지의 변'과 닮아 있다. 이번 계엄 사태는 북한 등 외부의 적 대신 국민·국회 등 내부를 향했다. 계엄군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한 상황은, 미츠히데가 군대의 방향을 틀어 주군 노부나가를 공격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미츠히데의 "적은 혼노지에 있다"라는 명령이, "적은 국회에 있다"로 변주된 셈이다. 결과는 명확하다. 주군인 국민을 적으로 돌리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은 때때로 '적은 내부에 있다'는 교훈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통상정책, 중국의 경기둔화, 중동전쟁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미국 대선이 미국 주류 언론의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 주류 언론은 트럼프를 '이상한'(weird)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국민 다수는 또다시 그를 선택했다. 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일까. 트럼프와 관련해서 이상한 것 중 하나가 그의 프로레슬링 참여였다. 그는 언젠가 프로레슬링 CEO 빈스 맥마흔과 치고받는 쇼를 벌인 적도 있고 맥마흔 부부와 가깝게 지내며 린다 맥마흔을 집권 1기 때는 중소기업청장에, 2기 때는 교육부 장관에 지명했다. 트럼프는 프로레슬링뿐만 아니라 복싱경기를 유치하거나 종합격투기 해설을 맡을 정도로 이 거친 '격투' 스포츠를 애호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트럼프의 세계관과 격투 스포츠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트럼프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바이킹, 해적, 서부개척 같은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서구의 폭넓은 '계약의 자유'도 이해해야 한다. 국가의 보호에만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이다. 북유럽 바이킹
'시간은 만물 중 가장 현명하다. 모든 것을 밝혀내기 때문이다'(Time is the wisest of all things that are; for it brings everything to light). 지금의 튀르키예 서부지역 밀레투스에서 기원전 6세기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의 말이다. 아르케, 즉 만물의 근원을 물로 보고 자연의 근본원리를 탐구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 진리가 드러난다는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트로이도 튀르키예 서부의 도시국가였다. 그에 따르면 트로이전쟁이 일어난 기원전 12세기쯤 밀레투스는 소아시아의 중심세력이던 트로이의 동맹도시였다. 탈레스도 한 세기 전에 나온 두 서사시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호메로스의 신화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연현상과 세계의 이치를 과학적 사고를 통해 이해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신화는 여전히 많은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