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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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민간 AC(액셀러레이터) 업계가 힘든 상황인데 공공 AC인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직접 투자까지 한다. 이는 민간 AC의 고유한 업무인 초기 스타트업 투자·육성 역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 최근 만난 AC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AC 등록·말소 건수가 증가하고 신규 진입도 감소하는 등 AC 업계의 지속 가능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민간 영역 침범이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창업생태계에서 공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나친 개입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앞서 언급된 창조경제혁신센터 건도 업계에서 지적하는 하나의 사례다. 이외에도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벤처진흥 관련 컨트롤타워를 설립했다거나 어떤 곳은 몇백 억대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했다거나, 어디 지역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단지를 만들었다는 등 공공의 역할 확대를 자랑하는 소식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공공 영역에서 추진한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얼마를 집행했다거나 몇 개 기업을 육성했다는 등 '지표 맞추기'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에는 예산이 삭감돼 바이오헬스 제조업 조사는 제외했습니다. " 최근 '2024년 한국 의료서비스 해외 인식도 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의 말이다. 진흥원은 2021년부터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3개 산업을 대상으로 이 조사를 시작했고, 2022년부터 의료서비스 분야까지 4개 분야로 조사 대상을 확장했다. 해외 주요 국가의 한국 의료서비스 인식을 관찰하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계의 해외 진출, 외국인 환자 유치 등에 필요한 맞춤형 전략을 도출하려는 게 조사 목적이다. 그런데 올해 보고서에선 기존에 수행하던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제조업 분야의 해외 인식도 상세 조사 내용이 제외돼 있었다. 이에 기업별 인지도 등의 자료도 빠지게 됐다. 처음 조사 시작 때는 예산이 2억원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선 7000만원으로 65%나 급감한 탓이다. 이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가 2023년 2월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의약품 수출 규모를 2027년 160억달러(약 22조1500억원)로 2배 확대하는 등 '글로벌 6대 바이오헬스 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실제 관련 분야 투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작년 말부터 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기업들이 상반기에 채권을 많이 발행했습니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조달이었죠. " 한 IB(투자은행)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업 직접금융 조달은 149조9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4% 늘었다. 회사채 발행은 37조832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금리가 하반기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도 상반기에 자금 조달에 대거 나선 이유는 정치·경제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벌어진 사망 사고는 불확실성을 키웠다. 포스코이앤씨와 DL그룹 사고는 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낳았고 주가와 채권수요를 흔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 등 강경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자 포스코이앤씨 회사채 수요가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 등급이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신용에도 정부의 산업재해 관련 강경 대응 가능성에 따라 투자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안전 문제가 산업을 넘어 금융시장 신뢰를 위협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정부가 아직까지는 구체적 대책보다 경고성 발언에 치우쳐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는 중국 바이오 산업을 '내수 중심, 복제약 강국' 정도로 여겼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인식은 뒤집히고 있다. 정확히는 현실도 뒤집혔다. 다수 기업이 연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중국 바이오 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특정 적응증의 선두 품목과 정면으로 맞붙는 임상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 5%에도 못 미쳤던 중국 신약후보의 글로벌 기술수출 비중은 올해 40%에 이를 전망이다. 항암신약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이중항체 분야에서는 이미 국내를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신약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투자와 속도감 있는 개발 전략이 있다. 국내 업계도 결코 뒤처진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새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 파트너 기술을 적용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신약 자체 개발 성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정치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왜 그랬을까. "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한 것을 두고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8·15 국민 임명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대상자를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10일엔 조 전 대표의 SNS(소셜미디어)에 문 전 대통령이 '조국의 공부'를 추천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조국의 공부'는 지난해 12월 교도소에 수감된 조 전 대표가 옥중에서 쓴 편지 등을 엮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영상에서 "조 전 대표가 독거방에 갇혀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노력의 결과"라며 "조 전 대표가 처해 있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지만 그가 그렇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된다"고 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기대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보통은 그냥 두죠. 강제로 어떻게 하는 일은 거의 없죠. 그런데 참, 특검이나 대통령이나 할 말이 없습니다. " 순수한 궁금증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부장검사에게 물었다. 구속 상태인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거부하면 억지로 끌고 오는 것이 흔한 일인지를 말이다. 소환을 거부하는 구속 피의자들은 왕왕 있지만 물리력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검사는 조사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에 대해 보통 구형을 세게 하는 것으로 복수(?)한다고 한다. 조사에 원활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판결시 불리한 양형 요소로 삼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식이다. 솔직히 그 외에는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란다. 최근 김건희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두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해서다. 두 번째 체포 시도 때는 젊은 사람 10여명이 윤 전 대통령이 앉은 의자를 들어올리고 팔을 잡아당기는 등 물리력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특검팀은 구속된 피의자가 소환을 거부하면 당연히 물리력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요즘 과학기술계에서는 "AI(인공지능)가 모든 걸 잡아먹는다"고 한다. 'AI 100조원 투자' 공약을 내건 새 정부에서 AI는 급속도로 과학기술과 동의어가 됐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과제를 수주하려면 일단 AI를 연구 계획에 넣고 봐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떠돈다. 사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절박하다. 겨우 수주한 과제로 연구실을 꾸리고 학생 인건비를 지급하며 연구하는 이들로서는 '만일의 만일'이라는 작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열린 한 간담회에서 연구자의 걱정을 들은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AI가 기초과학을 침해할 일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과학자가 느끼는 불안의 뿌리를 생각하면 충분한 답변이 아니다. 우리나라 우수 이공계 인재는 먼저 의대로, 그다음은 공대로 간다. 극히 일부가 기초과학계에 입성하더라도 대학 연구실에는 고급 장비와 행정을 전문적으로 다룰 인력이 없다. 한 교수는 이를 두고 "우리 기초연구계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모든 걸 쏟
"계획을 잘 짜두면 되죠." 크라운제과는 지난달말 사흘간 직원 전원이 동시에 휴가를 떠났다. 전사 방학인 이 기간 동안 사무직 직원의 업무는 물론 공장까지 멈춰세웠다. 크라운산도나 홈런볼처럼 '찐팬'을 보유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만큼 공장을 계속 돌려도 충분치 않을텐데 어떻게 이런 결정이 이뤄졌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크라운제과 관계자의 답은 간단했다. 예상수요를 잘 계산하면 된단 것이다. 크라운제과가 이같이 매년 전사 방학 기간을 실시하는 배경엔 '쉴 땐 제대로 쉬자'는 철학이 깔려있다. 실제로 크라운제과는 1947년 설립 후 고객에게 행복을 주는 제품을 만들자는 경영 철학을 고집하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근로 환경은 그 직원이 만드는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단 공감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관한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현장 점검 자리에서 크라운제과가 CJ푸드빌과 함께 우수 기업 사례로 꼽힌 비결이 된 셈이다. 두 기업은 최근
10년 넘게 연재한 인기 웹툰 '윈드브레이커'가 작가의 '트레이싱'(베끼기) 이슈로 업계에서 퇴출됐다. 학생들에게 픽시 자전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유명 의류브랜드 스톤아일랜드와 협업도 한 인기 웹툰이었으나 '개인 블로그에서 완결'이라는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작가는 트레이싱 의혹에 대해 "긴 세월 마감에 쫓기는 삶을 이어오다 보니 조급한 마음에 창작자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조금만 분량이 줄고 한 편이라도 재미없으면 뒤처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돌보지 못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모양이다. 웹툰업계에선 이번 사건을 두고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라는 반응이 나왔다. 잊힐까 두려운 마음에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분량을 무리할 만큼 늘리고 새로운 스토리를 시도하기보다 지금 인기 있는 스토리를 답습하다 보니 결국 트레이싱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장르의 과밀화와 분량부담은 웹툰산업의 고질병이다. 만화 종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하자 논란이 또 다시 국내 대형 건설사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로 누구나 꿈꾸는 '브랜드'다. 해외 유명 설계사가 참여해 만들어낸 겉모습은 '예술작품'을 표방할만큼 화려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벽에 금이 가있고 악취가 난다. 철근을 빼먹은 곳도, 비가 많이 오면 '워터파크'가 되는 곳도 있다. 화장실 악취, 배관 누수, 벽면 크랙, 결로 현상 등 신축 아파트 하자를 문제삼으면 다른 아파트 주민들은 "우리집도 그렇다"는 댓글을 단다. 대형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한 층간소음 기술은 실험장에서만 유효한가 의문이 들 정도다. 신축에서도 이웃 휴대폰 진동소리가 들린다. 브랜드는 '간판'일 뿐이다. 현장 공사는 사실상 하청업체와 외국인 노동자가 다 한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철저한 원가 절감 중심의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당내에 묘한 전선이 생긴 건 사실이죠. "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원팀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며 이재명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이들이 당 대표 선거를 치르면서 정청래·박찬대 두 후보 진영으로 나뉘었단 의미였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자랑하는 정청래 후보와 의원들의 지지가 높은 박찬대 후보 간의 대결이었지만, 의원들도 모두 한 쪽으로 몰린 건 아니었다. 박성준·김용민·노종면 의원 등은 박찬대 후보를 적극 엄호했다. 정청래 후보의 곁은 장경태·한민수 의원 등이 지켰다. 최민희·양문석 의원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정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모두가 이재명 대표 시절 민주당 지도부였거나 그 체제에서 중앙당 대변인, 시도당 위원장,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맡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주역들이다. 전우들 사이에 벌어진 이 묘한 전쟁의 승자는 정청래 신임 당 대표였다. 정청래 대표와 경쟁한 박찬대 의원은 선거 내내 '분열 없는 선의의 경쟁'임을 강조했지만 실제 주변 분위기는 달랐다.
검찰은 두 가지 역할을 해왔다. 하나는 경찰 수사에 위법수사가 있는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지 등을 따져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통제 , 다른 하나는 부정부패 등 '거악'을 직접 겨냥하는 수사다. 전자는 형사부, 후자는 특수부로 대표된다. 전체 사건의 99%를 처리하는 형사부보다 1%도 안되는 사건을 맡은 특수부에 힘이 몰렸다. 유력 정치인, 대기업 총수를 겨냥한 특수부는 검찰 권위의 상징이자 요직으로 가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개혁 시기마다 검사의 수사통제 기능을 강조했지만 다시 직접수사에 매달리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반복됐다. 민생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형사부 강화를 내세운 검찰총장은 많았지만 늘 구호에 그쳤다. 검사정원은 11년째 제자리인데 국정농단 이후 늘어난 특수부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담팀을 꾸리고 파견을 늘린 결과 형사부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사건은 경찰이 해도 되지 않냐'는 목소리는 '주요 수사는 검찰이 해야 된다'는 목소리에 묻히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