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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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방금 간담회 도착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황당하네요. 이따 끝나고 연락드릴게요." 12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주주 간담회에 참석한 한 투자사의 말이다. 리벨리온은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깜짝 발표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투자사와 리벨리온 직원들도 알지 못했다. 발표 방식만큼이나 간담회 내용도 석연치 않았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은 어디인지, 합병비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최대주주는 어디가 될 것인지 등 구체적인 합병 요건을 밝히지 않았다. 리벨리온 측은 "구체적인 합병 요건은 이후 양사 간 실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와 임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과 주주 동
최근 의정갈등에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희생'으로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운영된다고 주장한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는 의사들 희생으로 겨우 유지한 고사 직전의 한국 의료를 사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한 개원의는 "의대생·전공의가 희생하고 있다"며 "편리한 의료 시스템은 의사와 직원의 희생에 따른 것이지 환자의 권리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말하는 희생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의료 시스템의 근간엔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득자가 건보료를 내며 의료 시스템 유지에 기여한다. 온전히 의사 희생만으로 이뤄진 것일 리 없다. 게다가 의사들은 의료 소득을 얻는다. 정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2022년 근무 중인 의사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이다. 2022년 한국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 4231만2000원 대비 7배 이상이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그러하듯
'코인 선물'에 투자를 했다가 억대의 투자금을 날린 여성이 있다. 배우자가 있는 이 피해자는 SNS 활동을 하다가 생면부지였던 한 남자와 친구처럼 지내며 많은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다가 그로부터 솔깃한 권유를 받았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가상자산사이트에서 선물 투자를 하면 '대박'이 터진다는 것이다. 이말을 듣고 투자에 나선 여성은 선물시세 급변동으로 투자금을 대부분 날렸다. 그나마 남은 돈도 이 사이트가 현금 인출을 막았다. 기자에게 고민을 털어놨지만 딱히 답을 못했다. 피해자의 배우자가 피해사실을 들었다면 심경이 어떨까. 거액의 돈이 증발한 것에 일차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배신감마저 들지 모른다. 사연을 들어보면 로맨싱 스캠(피해자와의 이성 관계에 기반한 사기)처럼 보이는 구석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의 책임보다는 가짜 가상자산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이들에 문제가 있다. 이들의 선물투자 유치활동도 불법이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국내에서 선물 투자 관련
"중국 가전은 모래바람이 아니라 황금바람이 됐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국내 가전 제품보다 비싸요. "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한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가 중국 가전의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말했다. 중국 기업이 저렴하고 불완전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우리 가전의 텃밭이었던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점차 중국 기업의 공습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고급 가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는 경쟁 대상이 아니었다. TV나 에어컨, 냉장고 등 대형 백색가전부터 빔프로젝터, 청소기 등 소형 가전까지 '싼 맛에 쓰다 버리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줬다. 국내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성능도 비교가 안 됐다. 북미·유럽 시장 점유율 10위 안에서도 중국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몇년 간 상황이 바뀌었다. 하이센스나 메이디, 하이얼 등 주요 기업이 수백만~수천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공
"홍수에 이를 지경이에요." 최근 기자와 만나 한 초선의원은 요즘 국회의원 연구단체 활동 제안이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의원 한 명당 가입할 수 있는 최대 한도인 3개를 채운 상황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제안들을 정중히 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제안을 뿌리치기 어려워 준회원으로 가입한 곳도 꽤나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의원 연구단체들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의원 연구단체는 1994년 14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 지원규정'이 제정되며 첫 발을 뗐다. 정책개발과 의원입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의원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을 하는 것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단체는 2개 이상 정당의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한 해 예산은 13억원 정도다. 그런데 이들 연구단체가 당초 취지에 따라 구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장·원내대표 등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거나,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이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화두는 국산 항암신약의 글로벌 허가다. 그동안 10개에 달하는 국산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꼽히는 암 치료제가 허가된 사례는 전무하다. 때문에 HLB '리보세라닙'과 유한양행 '레이저티닙'(렉라자) 허가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첫번째 사례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먼저 결과를 받아든 HLB가 일단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HLB가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어김없이 국산신약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다. HLB는 물론 다른 바이오기업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 시장의 반응에 업계가 억울해 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동안 신약개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포장해 주가를 부풀렸다가 허가 문턱조차 넘지 못해 몰락한 사례를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품목의 허가 실패를 매번 그 기업 또는 국산신약 전체의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자양분으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최근 이차전지 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국산 전기차나 배터리가 품질을 앞세워 중국의 저가공세를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부터 없애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배터리부터 전기차 제조 능력을 모두 갖춘 BYD가 최근 선보인 '시걸'과 같은 제품만 봐도 이같은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00만원) 이하로 책정됐다. 그런데 단순 초저가만 앞세운 게 아니다. 최근 CNBC는 '시걸'을 두고 "예상치 못한 품질과 기대 이상의 안정성을 갖췄다"고 비중있게 소개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4%에서 지난해 8%로 늘어났다. 이 수치는 올해 11%를 거쳐, 2027년에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단순 가격이 싼 것 만으로는 설명이
"글쎄, 아마 한 두 달은 더 걸리지 않겠어요?" 얼마 전 만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한 말이다. 기자들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오려 한다는데 상임위원회 배분 협상이 쉽지 않겠다"고 하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어차피 오래 걸리는 일이다.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지가 않으니 느긋하게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한 달도 넘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국민의힘은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차지하는 것이 관례인데 왜 관례를 깨려 하느냐며 맞서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여야가 이렇게 평행선만 달리면 국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야간 상임위 배분이 마무리돼야 본격적인 입법부 업무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연금개혁 등 쌓여있는 일
대전 유성구 연구단지 취재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 기사가 말을 걸었다.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이 여기 다 모여있어요. 로켓 만든 뉴스 보셨죠? 나라 발전이 여기서 다 시작돼요. 다른 게 영웅이 아니예요." 기사의 눈길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시민의 자랑거리'였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들이 연구원을 이탈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출연연 퇴사 인원은 총 720명. 대부분이 대학 등 학계나 기업연구소 등 산업계로 향했다. 지난달 29일 '이공계 활성화 대책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출연연의 젊은 연구원들이 연구자로서 가장 원했던 건 '자율성'이었지만, 정작 연구에 투입돼보니 대형 R&D(연구·개발) 과제를 수주받아 인건비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지상 과제가 됐다. 한 연구자는 "대형과제 수주가 우선이 되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못하게 된 젊은 연구자들은 출연연을 떠
"다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회의는 연금개혁안이 처리되는 역사적인 자리가 될 것이다. " 제21대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이었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결국 정치권은 연금개혁안 합의에 실패했고 공언했던 다음 회의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개혁안 합의엔 실패했어도 21대 연금특위 자체가 의미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 연금특위 활동 덕분에 많은 국민이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을 우려하기 시작했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막판엔 모수개혁안에 집중하기는 했어도 구조개혁 논의 역시 나름 착실히 했다. 민간자문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최종보고서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기능 재정립, 정부 재정의 역할, 직역연금과의 형평성 제고 등 구조개혁 방안에 대한 다양한 제언이 들어있다. 아쉬운 지점도 있다. 지난해 초 민간자문위를 통해 모수개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논의되기 시작할 즈음 느닷없이 국회 연금특위 여야 간사는 구조개혁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며 방향을 틀었다.
정부가 게임·웹툰산업 부흥을 위해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웹툰산업 발전방향' 같은 이름으로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글자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금세 웹툰·게임 등 콘텐츠 강국이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콘텐츠업계에선 별 효용이 없을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등 세계적 콘솔플랫폼사와 협력, 국내 게임의 플랫폼 입점·홍보를 연계지원하겠다고 하자 게임업계에선 해당 기업들과 얘기는 된 것이냐며 냉소를 지었다. 게임업계의 오랜 논의과제인 주52시간근무제 유연화 여부도 종합계획에서 빠졌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1200명 가운데 56.3%(675명)가 주52시간제 유연화에 찬성했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추가근무가 불가피한데 현재로선 근무시간 조정이 힘들어 일정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1조원 규모의 '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정부안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차익을 임차인 임대료 지원에 사용하고, 불법건축·신탁사기 주택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의 '선구제 후회수' 안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주거 안정에 방점을 두고 피해자들이 피해 주택에서 부담 없이 최장 20년간 장기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안 역시 실행되기까지 법안 개정이 수반돼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선구제 후회수를 주장해 온 야당이 쉽게 정부안을 통과시켜 줄 리 없다. 또 정부안이 기존 지원책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이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주택 제도가 있지만, 특별법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매입임대는 한 건에 그쳤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해 6월 특별법 통과 이후부터 정부 지원책에 아쉬움을 표해 왔다. 지난 1년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