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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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십자군전쟁이 끝난 1119년.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는 유럽인 순례자가 증가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몇몇 기사들이 뜻을 모은다. 기사들은 변변한 거처가 없어 옛 솔로몬 성전(템플) 위에 세워진 사원에 터를 잡는다. 템플기사단의 시작이다. 그 후 기사단의 스토리는 반전의 연속이다. 창립 회원 9명으로 시작한 기사단은 독자적 선단을 갖는 대규모 군대로 팽창하고 12세기 중반엔 키프로스 섬을 통째로 소유할 만큼 부유해졌지만 13세기엔 급격히 몰락, 마침내 14세기 초 소멸한다. 그러나 기사단은 후대의 기억 속에 부활한다. 역사적 사실 자체가 갖는 비극적 요소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템플기사단은 각종 전승과 음모론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바그너의 오페라, '다빈치코드' 류의 소설이나 영화는 그 연장선에 있다. 최근 기사단의 이름은 또한번 드라마틱한 반전을 겪고 있다. 이번엔 추악한 몰락이다. 범죄자의 면피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세계를 경악시킨 노르웨이 극우주의자는 폭탄테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간 '설전'이 점입가경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무상급식 조례와 주민투표로 이어지면서 첨예한 공방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 간의 불꽃 튀는 신경전은 언론을 통해 중계되고 시민들은 관전하는 형국이다. 곽 교육감이 트위터를 통해 "주민투표의 문언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교육감이 졸입니까"라고 '세게' 비판하자 서울시가 '발끈'했다. 서울시는 "곽노현 교육감은 카멜레온 교육감", "일관성도 논리적 개연성도 전혀 없고 자가당착에 빠져 급조된 논리", "철학 부재에서 오는 기회주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즉각 응수했다. "해괴한 논리", "자의대로 해석하는 말장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이중적인 행태"라며 되받아쳤다. 두 기관이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쪽이나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쪽이나 모두 우리 아이들을 위하자는 뜻일 텐데 어째 아
"또 낙하산이요? 그럼 우린 뭘 하면 되죠?"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답답함을 토로한다. 최근 TV홈쇼핑 준법감시인으로 금융감독원 출신 간부들이 선임된 것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서다. '낙하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 감사로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금감원인데 또 '낙하산'이라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속은 이렇다. 금융회사들은 준법감시인을 고용하도록 돼 있는데 올 1월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TV홈쇼핑도 도입이 의무화됐다. 이 틈을 타 낙하산을 보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언뜻 보면 그런데, 금감원도 한 말은 있다. 법상 TV홈쇼핑의 준법감시인 자격 요건은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거나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에서 2년 이상 근무하고 퇴임한 지 2년이 지난 사람'이다. 법상 갈 수 있는 사람이 간 거다. 게다가 오래 전 금감원을 떠난 이들이 일자리를 찾은 것에 불과하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낙하산'이
"코스닥시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최근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밝힌 말이다. 코스닥시장이 부진을 딛고 되살아나고 있는 이 시점에 주식시장의 수장은 왜 이런 얘기를 꺼냈을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코스닥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코스닥 시장은 최근 한 달간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7월동안 이틀만 제외하곤 상승했다. 상반기 코스닥지수가 바닥을 기면서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던 때와 대조적이다. 한편에서는 최근의 상승세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상승의 이슈를 테마주가 이끌었기 때문.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달간 코스닥시장 랠리가 줄기세포, 항공산업, 대선 등 무분별한 테마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며 "테마주 랠리에 동참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언제든지 랠리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여전히 코스닥시장은 약한 신뢰의 기반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코스닥 대형주 하나가 유가
최근 서울 중랑구 정풍·우성연립 재건축조합에 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지난해 10월 두 조합에 부과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이 계산상 착오가 있어 이를 고쳐서 다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부과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은 정풍과 우성연립 조합이 각각 3628만9000원, 8879만6000원이다. 가구당 평균 부과액은 각각 181만원, 593만원이다. 중랑구청은 부과일수를 잘못 계산해 부과금이 과다계상됐다면서 정풍연립에 대해서는 2887만4900원, 우성연립은 5276만9200원으로 각각의 수정치를 다시 통보했다. 가구당 정풍은 144만3740원, 우성은 351만7940원으로 부과금이 각각 줄었다. 내야 할 돈이 줄었으니 조합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사안의 중차대함을 생각하면 중랑구청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로 넘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풍·우성연립에 대한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는 2006년 관련 제도가 생긴 지 5년 만이다. 그만큼
"상장사가 투자자관계(IR) 활동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사들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놓으려는 것 같습니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상장사들의 IR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이 같이 토로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날아온 A4 용지 한 장 분량 이메일 때문이다. 거래소 공시업무담당자가 상장사 IR담당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이메일 내용 일부를 발췌하면 이하와 같다. "언론의 취재권한이나, 기업들의 IR 활동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도목적 취재에 응하거나, IR을 통해 공시대상 정보가 발표될 경우, 공시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공시위반에 해당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애매모호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접한 IR담당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이메일을 본 후 회사를 방문하는 언론사와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어디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거래소로부터 어떤 조치를 당할지 두렵다"며 취재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가 놀아나는 것 같은 인상이 있다."(김충식 상임위원) "사업준비 하다보면 잘 못 맞춘다. 유연성을 주도록 하자."(신용섭 상임위원) 지난 22일 방통위 전체회의.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PP) 매일방송의 보도채널 폐업일 연장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방통위는 지난 5월 6일 '매일방송의 종편PP 승인장 교부신청'을 의결했다. 당시 매일방송은 '오는 9월30일 보도채널(MBN)을 폐업하고 10월1일부터 종편을 시작하겠다'는 승인장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매일방송은 보도 폐업일을 12월31일로 연기해줄 것을 방통위에 다시 요청했다. 그리고 방통위가 이를 승인했다.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방통위가 시작도 하지 않은 종편PP에 휘둘려 스스로 의결사항을 뒤집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폐업 일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사업자가 두개(종편,보도) 채널을 동시 소유하지 않게 하는 게 정책목표"라며 이번 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일부 위원도 준비 덜된
지난 20일 오후 리모델링 공사 중이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상가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무리한 리모델링 공사가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란 민감한 현안과 맞닿아 있어서다. 관련업계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리모델링 시 몇개 층을 더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수직증축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해왔다. 안정보강기술이 발전해 수직증축을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을뿐 아니라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하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초과이익부담금,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건설, 기부채납 등 여러 제약을 받는 재건축과의 형평성문제도 거론된다. 구조물의 상당부분을 뜯어내 단지 전체를 '상전벽해'식으로 바꾸는 것만이 리모델링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런 식의 대
"현재 우리 식품 소재산업은 존폐 위기 수준에 까지 놓여있습니다." 한 식품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기자에게 작심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의 강력한 가격 압박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인 셈이다. 이 '메이저' 식품업체의 CEO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다른 업체들의 분위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대다수 식품 업체들은 '눈칫밥' 속에서도 한 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국제 원가 상승세로 벼랑 끝에 몰려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9% 안팎'의 인상률로 맞춰 심한 가격 저항은 다소 피해갈 수 있었다. 야권에선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인상률과 시기에 대해 정부와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식품업체들은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이다. 한 자릿수 인상률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얘기다. 사실 올 상반기 식품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단순히 엄살로만 보긴 힘들다. 요즘 속속 발표되고 있는 업체들의 상반기 실
얼마 전 한국선주협회의 주선으로 주요 해운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선박의 동력원인 벙커C유 가격이 국내에서 유난히 비싸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유가는 오르고 영업환경은 좋지 않아 적자의 늪에 빠진 해운업계로선 원료비를 줄이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실제 해운사들이 자주 급유지로 이용하는 싱가포르에서 최근 벙커C유 가격이 톤당 660달러선을 형성한 반면 한국은 이보다 5%가량 비싸다. 그런데 이 모임 이후 정유사에 쏟아질 줄 알았던 해운업계의 불만은 엉뚱하게도 선주협회로 향했다. 유가상승과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운임하락 등 이중고를 겪어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공무원집단을 연상시킨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미 선주협회는 벙커C유 가격 안정을 정부에 요구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여 지나 선주협회가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업계가 '생색내기용'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건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한 국책은행 임원이 한 숨을 내쉬었다. 최근 입사한 신입행원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다. 돈, 연봉 문제가 나오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까움을 너머 심각한 표정까지 지었다. 마치 자신의 연봉이라도 깎인 냥 흥분했다. 얘기는 이렇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권의 고임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수혜만 입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명분이었다. 그렇다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레 금융공기업이 총대를 멨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서 임금 삭감을 외쳤고 산업은행 거래소 등이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정작 임금 삭감의 대상은 신입 직원이었다. 기존 직원의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슬쩍 넘어갔다. 이런 '신 임금 체계'의 결과는 사내 계급 분화다. 이른바 금융 공기업중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감원만 봐도 확인된다. '신 임금 체계'로 뽑힌 공채 11기와 12기의 초임 연봉은 10기에 비해 795만6000원이 적었
동반성장 얘기가 나오자 코스닥업체 E사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헛구호, 공염불, 상대적 박탈감…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이 나온 뒤면 바늘에 실 가듯 뒤따랐던 익숙한 단어가 쏟아졌다. E사는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K사와 600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전년 매출의 70%에 달하는, 오랜 실적 가뭄 끝의 단비였다. 실적 부진 압박에 주가까지 반토막 났던 밑바닥에서 몸은 바빠졌지만 마음은 가벼웠다고 했다. 들뜬 기분은 반년을 채 못 갔다. K사는 시장 상황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늦췄다. 그 사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재 재고와 금융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E사가 떠안아야 했다. 시장 자체가 3개 대기업이 나눠가진 과점 형태라 다른 판로를 찾을 수도 없는 실정. 변변히 항의도 못 했다. 행여 미운 털이 박히기라도 하면 퇴출을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사 한마디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E사에 부품을 댔던 30여개 하청업체 사정은 더 급했다. 경영 상황이 부실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