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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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오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려 서 있으면 노란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역주행 주의'. 큼직한 붉은 글씨가 눈길을 끈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표지판이다. 참 이상한 표지판이다. 역주행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 높은 환경이라면 주의 표지판을 세우는 대신 역주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꿔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주행 주의' 표지판이 비단 숭례문 오거리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요즘 저축은행과 관련된 지역(?)에는 죄다 주의 표지판만 있다. 최근 만난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갈수록 부실 저축은행이 되는 방향으로 내모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보험료율 인상이 건전경영을 유도하기보다 부실저축은행의 예보 소요분을 현재 남아있는 정상 저축은행에 떠넘김으로써 더욱 부실 위험 속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부담하고 있는 예금보험료는 0.35%다. 이는 은행이 0
#1998년 8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아반떼룸.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과 노동부 장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작고)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이 정 회장을 찾은 것은 정리해고 인원을 대폭 줄이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당시 울산 현대차 공장은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노조 파업으로 3개월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티던 정 회장이었지만 정치권의 압력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후유증이 상당했다. 직접적인 피해액만 1조7000억원에 달했고 300개 협력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특히 현대차 파업은 그해 2월 노·사·정 대타협으로 도입된 정리해고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현대차 처리 과정을 지켜보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아직 멀었다"며 투자를 계속 미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권에 노사분규 현장에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 이
'꾼'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수수료만 챙기는 증권사, 용역을 발주하고 뒷돈을 받은 한국거래소 직원...여의도 증권가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 전문 거래꾼 스캘퍼(초단타 매매자)들의 불법적인 매매 행태와 관련, 12개 증권사의 대표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소환 대상 증권사 대표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의 사장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관행'이고 '과장'일수도 있다. 증권사들은 칼날을 너무 높이 들어 올렸다며 검찰의 대표 소환에 불만을 드러냈다. 관행처럼 해오던 일로 대표까지 소환하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미들만 당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ELW 투자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들어갈지는 모를 일이다. 관행이든 아니든 '스팰퍼'(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시각에서는 '꾼'이다)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고 증권사도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 때문에 '꾼'이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일반
# 지난 12일 엄연히 서울 강남의 한 지역인 개포동에서 불이 났다. 10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재산피해액은 6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 가구당 피해액은 대략 65만원이라는 말이 된다. 자활근로대마을로 불리는 판자촌이었고 고물이나 파지를 모으는 일이 주민들의 주업이었다. 이 곳 주민들은 전재산 '65만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 14곳의 상점이 불탔다. 재산피해는 5억원이 채 안 되는 4억8000만원이라고 발표됐다. 점포당 피해액은 4000만원이 채 못 된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전의 전통 시장인 중앙시장 화재 얘기다. 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개포동 주민들은 차치하고라도 중앙시장 상인들은 보험혜택이나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았을까. 개인 사정에 따라 미미한 차이는 있겠지만 정답은 ‘아니요’다. 대부분 재래시장은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복잡한 미로식 통로 구조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고 포장재, 화학섬유 등의 연소로 고열과 유독 가스 발생도 많다.
한국이 곤히 잠들었던 22일 새벽, 유럽에선 두 명의 총리가 불명예 사퇴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하원 신임투표에서 가까스로 승리, 2013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탈세, 횡령, 미성년자 성매매 등 추문을 달고 사는 데다 사퇴위기를 여러 번 맞은 터라 이번만큼은 빠져나가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살아 돌아왔다. 글자 그대로 '불사신'이다. 몇시간 뒤 아드리아해 건너편 그리스 국회의사당에선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가결됐다. 300석짜리 의회에서 불과 12표 차이였지만 이긴 건 이긴 것이다. 바짝 긴장했던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총리는 활짝 웃었다. 두 총리의 생존법은 각자 달랐다. 베를루스코니는 보수정당과 타협, 감세정책을 약속하고서야 지지를 약속받았다. 반면 파판드레우는 야당에 거국내각을 제안했다 거절되자 정면돌파를 선택, 개각을 단행하고 재신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들 앞에 만만찮은 과제가 산적했다는 사실은 똑같다. 우선 베를루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주지방법원에 통화해보세요. (뚝)." 사업의 근간인 제주도 호텔과 카지노가 경매로 팔리기 직전인 티엘씨레저 상근이사와의 통화 내용이다. 증시에서 퇴출된데 이어 빚에 쫓겨 핵심자산을 뺏기게 생긴 회사의 경영진치곤 너무 침착했고 답변엔 성의가 없었다. 21일 제주지방법원은 호텔·카지노 운영업체 티엘씨레저의 제주도 더호텔과 베가스카지노의 감정가격이 383억8231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채권자인 에스피홀딩스가 티엘씨레저를 상대로 신청한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 결정과 관련, 최저입찰가격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티엘씨레저의 호텔과 카지노는 다음달 11일 토지와 건물이 일괄 매각될 예정이다. 침착한 경영진과 달리 소액주주연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소액주주연대는 제주도까지 찾아가 기자회견을 열고 감정가가 턱없이 낮다고 호소했다. 호텔 카지노는 대부분 호텔 내 사업장을 임대해 운영하지만 더호텔의 경우,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호텔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 같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는 경제정책 얘기다. 서민 체감경제 악화 등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앞뒤 안 맞는 정책목표를 동시에 내놓는 등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차관들은 지난 17∼18일 이틀 간 머리를 맞대고 내수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겨울방학을 단축하는 대신 봄·가을방학을 신설하고,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거나 공공부문에 우선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여가생활을 늘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소비를 촉진하면 내수 진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돈 쓸 시간을 늘려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여가시간을 늘려 소비를 진작하려면 우선 가계 대부분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수가 위축되는 근본 이유는 서민층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층과 중소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허우적대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부채는 1918만원으로 1인당 명목국민소득(GNI)의
"경인아라뱃길에 서울시는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해뱃길을 두고 한 말이다. 오는 10월 개통되는 경인아라뱃길에서 한강돥여의도를 잇는 물꼬만 터주면 되는데 시 의회의 반발에 부딪치니 안타깝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해뱃길은 '숟가락'이라 하기엔 꽤 무거운 사업이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인천 영종도 앞바다를 잇는 15㎞ 구간에 6000톤급 크루즈가 드나들 수 있는 주운수로를 만드는 것 외에도 용산·여의도 종합여객터미널 건립,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등 총 2732억원이 든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이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수요는 부풀리고 적자사업을 흑자로 계산했다는 것.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수상버스의 수요를 최대 70% 부풀렸고 수상버스의 보수·안전점검 때 필요한 예비차량용 예산과 유류비 등 총 8975억원을 누락했다. 민자사업자에 1240억원 규모의 여의도종합여객터미널 무상사용 기간을 늘려줘 사용료 231억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말이 있다. 베트남 전쟁당시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병사들 가운데 최고위 장교였던 짐 스톡데일은 8년이라는 수감생활과 20회 이상의 모진 고문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른 미군 포로들의 정신적 리더로서 이들의 생존을 도왔다. 그가 모두를 생존으로 이끈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론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근거 없는 희망만 품다 결국 상심해 죽어갔다. 그러나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언젠가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아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현실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해야하는 것이 생존과 성공을 위한 기반
더벨|이 기사는 06월17일(08:47)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이 수익을 거두는 방법은 크게 투자기업의 기업공개(IPO) 혹은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뒤, 이 기업이 성장하면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는 것이다. 엑시트 방법은 IPO의 비중이 월등 높다. 국내 M&A시장이 미국처럼 규모가 크지 않고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탓이다. 앞으로 M&A 비중이 점차 늘어나긴 하겠지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이 IPO 통로로 삼는 곳은 당연히 코스닥 시장이다. 코스피 시장에 들어가기에 벤처기업의 규모는 너무 작다. 최종적인 목표를 코스피로 삼는다 해도 일단은 코스닥 시장을 통해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과거 벤처캐피탈은 투자 기업이 코스닥 IPO에 성공하면 엑시트의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했다. 코스닥 시장이 나름 높은 수준의 주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벨|이 기사는 06월16일(08:2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운용사 지원서를 마감한 국민연금의 팬아시아(Pan-Asia)펀드. 8곳을 뽑는데 무려 40여곳이 넘는 업체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벤처캐피탈(VC) 상당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가운데는 증권사도 있었다. 지난 10일 1차 운용사 16곳 명단이 나오면서 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일부 대형 운용사 외에도 그동안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중소 운용사들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증권사 이름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원서를 제출한 한 증권사 PE관계자는 “공동 GP(무한책임사원)로 해외 업체까지 불러들이는 등 운용사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건만 1차 서류도 통과 못해 허탈할 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혼자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하는 눈치였다. 증권사가 '전멸'한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입을 다물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가 대학졸업은 아닐 것이다. 반듯한 직장 구해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까지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최근 거론되고 있는 '반값등록금' 대책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대학을 졸업해도 반듯한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면 도대체 우리 자식들에게 대학은 무슨 의미일까. 진리탐구? 학문완성? 인격도야? 아니면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고등교육기관(일반대, 전문대, 일반대학원) 졸업자의 평균취업률은 55%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이 비율이 한 세대 후면 30%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명 졸업하면 6~7명이 실업자가 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대학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어야 할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확률이 높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말한다. 사립대 하위 15%는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