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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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밀어붙이는데 무슨 수가 있겠습니까"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8월 국내 헤지펀드 운용을 일부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는 증시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헤지펀드 도입을 기회로 생각하는 증권사, 운용사도 있지만 대부분 생각보다 빠르고 강한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눈치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국내 증권·운용사들의 헤지펀드 운용 경험과 인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는 것.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국내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계 헤지펀드들에 갖다 바치는 꼴이 될 거라는 말들이 많다. 한 증권사 임원은 "국내 증권사 모두를 합쳐도 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 한곳과 경쟁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관계 부처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라고도 했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달리 금융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헤지펀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순차적, 점증적
"LG전자가 달라진 것 같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는 게 생각보다 빨라 보인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서초R&D센터에서 열린 LG전자 '스마트가전 신제품 발표회'를 지켜본 한 전자업계 담당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선진 기술 등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시장 선도자'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이를 빠르게 추격하는 기업을 말한다. LG전자는 후자에 가까웠으나 올 들어 '퍼스트 무버'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영하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사장이 "스마트가전을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의 타이밍에서 우리가 먼저 했다"고 언급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LED TV와 스마트폰 등 지난 해를 풍미한 IT 분야에서 LG전자가 "우리가 먼저 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건 없었다. LED TV는 삼성전자가 LED를 광원으로 쓴 액정표시장치(LCD) TV를 'LED TV'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포
"저 같아도 일 안하겠습니다" 저축은행 청문회가 열리던 날, 한 금융권 고위인사는 고개를 저었다. 정책적 판단 하나하나가 나중에 추궁을 당한다면 누가 책임지고 일을 하겠느냐는 얘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제수장들은 20일부터 진행된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시작부터 "보고서에 사과의 뜻이 제대로 안 담겼다"며 질타가 쏟아졌다. 여야의원들은 정치인답게 감정적 언사들을 즐겨 사용했다. "'서민의 한'을 책임지라"는 식이다. 피해를 본 금융 소비자들은 물론 억울하다. 하지만 사실 냉정히 따지면 높은 금리를 주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이용자의 몫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돈 맡기라고 한 적은 없다. 심지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사기방조원이다. 감독하라고 했지 누가 금융사기를 도우라고 했나"라는 비난도 나왔다. 대중을 의식한 청문회라고 하지만 너무하다. 부실사태를 처리하느라 밤잠 못잔 금융당국 직원들과 관료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석동 위원장은
서울시가 지난주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무조건 철거하고 획일적인 아파트를 건설하는 기존 정비사업을 중단하고 보전과 개발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40년 만에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평했다. 서울시내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은 들썩였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앞으로 뉴타운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땅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기자에게도 당장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왔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선 저층주거지를 보전해 주거유형을 다양화하고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겠다는 것은 지난해 시가 '휴먼타운'을 내놓으면서 주장한 내용이다.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대신할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체제는 강서, 양천 등 서남권 7개구를 대상으로 지난달 착수한 상태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제 폐지도 1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뉴타운 재정비'도 달라진 것
고리 원자력발전(원전) 1호기가 멈춘 지 일주일째다. 고리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고 다음날인 13일 "단순 기기고장"이라고 밝혔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탓도 있지만 고리 원전이 30년 수명을 다하고 3년째 연장 운영되고 있어서였다. 특히 원전이 위치한 부산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사고 발생 이틀 후 한수원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날 회견은 박현택 발전본부장이 진행했다. "차단기가 과전류로 타버려 고장 났을 뿐 원전 자체엔 이상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늦어도 16일이면 재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사고 발생 4일째 되던 15일 김종신 한수원 사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의원들이 고리원전을 시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날이었다. 김 사장은 의원들 앞에서 박 본부장이 국민들에게 했던 말 그대도 "단순사고다. 원전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머쓱해
"내일 다시 와보세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 쇼핑몰 내 애플스토어. 출장길 지인의 부탁으로 점심 무렵 '아이패드2'를 사러 갔지만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매장 직원은 "아침 9시 문을 열자마자 당일 입고된 물량이 모두 팔린다"며 "내일 영업시작 때 다시 와보고,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싸늘한 답변을 들려줬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거나 현재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낯선 타지에서, 한국 전자제품 매장과 사뭇 다른 직원의 고자세에 적잖이 불쾌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진열된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던 한 손님은 당황해 하는 나를 보며 자기도 며칠 째 못 샀다는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아이폰, 아이팟 등 웬만한 애플제품은 다 갖고 있다고도 했다. 헛걸음하는 손님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매장을 둘러보며 머문 30여분 동안 어린 학생부터 머리 희끗한 노인까지 10여명이 점원으로부터 같은 대답을 듣고 터벅터벅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
지난 13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OCI(옛 동양제철화학)의 사외이사직을 중도 퇴임했다. 지난달 보석신청이 기각되자 취한 조치로 보인다. 천 회장은 2001년 OCI가 자신이 설립한 제철화학을 인수합병한 이래 10년간 OCI의 사외이사직을 맡아왔다. 제철화학의 설립자였던만큼, 인수회사인 OCI에 품었을 애정은 남달랐을 터다. 하지만 지난해 총 12번의 이사회 중 천 회장이 참석한 건 두 번뿐이었다. 대출 로비 및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다 검찰소환을 피해 아예 일본에 머물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OCI가 사외이사들에게 지급하는 보수는 연간 1인당 5420만원에 달한다. 1년간 달랑 두 번 참석한 천 회장이 보수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1회당 2710만원의 '거마비'를 받았다는 뜻이 된다. 그가 사외이사직을 맡았던 또 다른 기업인 휴켐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천 회장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이 2006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한 후부터 2009
더벨|이 기사는 04월14일(08:43)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이 초기기업 투자를 꺼려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기 단계일수록 투자 단가는 싸질 수 있지만 회수기간은 길어지게 된다. 당연히 빠른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수익성 내지는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당연히 상장을 코앞에 둔 Pre-IPO기업을 선호한다. 벤처캐피탈이 이름만큼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국민연금이나 정책금융공사 등의 경우 초기 기업 투자는 외면한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모태펀드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초기 기업 투자 펀드를 매년 조성하고 있다. 문제는 피투자대상인 초기 기업을 창업 3년 이내 회사로만 한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모태펀드로부터 해당 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탈들은 적어도 60%이상을 창업 3년 이내의 회사에
"솔직히 번역 오류에 대해서는 누가 뭐래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실수만 부각시켜 일방적으로 질타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것을 넘어 자괴감마저 듭니다" 최근 국회에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막말 설전'을 벌인 것에 대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단순 실수인 번역 오류 문제를 가지고 외교부를 너무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서운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 본부장과 강 의원은 지난 15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EU FTA 비준동의안이 부결 된 이후 때 아닌 설전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강 의원이 자신에게 말을 자주 바꾼다며 질타하자 곧바로 “강 의원, 공부 좀 하고 이야기 하십시오”라며 응수했다. 이에 강 의원은 다시 "그 따위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대뜸 “말씀 조심하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인 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
이번 농협중앙회 전산장애 사고에는 이해가 안 가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해 불가의 최고봉은 지난 14일 오후 있었던 최원병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농협이 얼마나 정보기술(IT) 보안에 대한 인식이 허술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아직까지 정상화를 못 시킨 게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위기일수록 리더십이 발휘돼야하는 법인데 이 자리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만이 보였다. 속 시원한 답변은 하나도 없었다. 농협의 누구도 3000만 고객의 정보가 축적되는 IT 보안의 중요성을 심각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보였다. 관계자들은 협력사 직원 노트북에서 모든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당시 정황은 물론, 이 권한이 누구에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농협 IT본부 담당자는 첫 공격이 떨어졌을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 부분은 파악을 하지 못했다"며 "(노트북 소유자가)협력사 직원인 것만 확실하다"라고 답했다. 사건 발생 당일 이 노트북이 외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서울지역의 최대 이슈는 '뉴타운' 이었다. 유권자의 관심이 쏠리자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 뉴타운 지정을 약속하는 경쟁이 치열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여당 국회의원이 나와야 뉴타운사업이 제대로 추진된다고 호소했다.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들먹이면서 뉴타운 지정을 장담한다는 내용의 꼴불견 유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시 서울의 48개 지역구 가운데 28곳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됐다. 선거 전후로 뉴타운 공약이 내걸린 지역의 집값과 땅값이 적게는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씩 뛰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4월 현재 수도권은 마구잡이 뉴타운 지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지정만 되면 로또가 될 줄 알았던 뉴타운은 수년이 지나도록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된 구역은 현재 서울에만 274개, 전국적으로 719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뉴타운지구 중 80∼90%는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장기간 재산권 행
4월의 강 위에서 새하얀 요트들이 물결에 일렁인다. 매끈한 상어를 닮은 요트 사이로 배를 정비하는 청년들이 분주하다. 선글라스를 낀 몇몇은 강으로 나가 1인용 요트에 몸을 실은 채 바람을 맞았다. 시민들은 강가 잔디밭에 여유롭게 누워 요트가 있는 풍경 속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유럽 어느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 한강의 모습이다. 오는 16일 개장을 앞둔 '여의도 시민요트나루'는 막바지 개장 준비로 분주했다. 이미 호화로운 위용의 파워요트 3척과 6~10인승 세일링 요트 10여척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으며 정박 중이다. 고급 수상 레저로 여겨지던 요트는 서울에서 차분히 대중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의도 시민요트나루는 시가 총 270억원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유치해 만든 대중 요트 마리나다. 마리나는 계류·육상 시설을 갖춘 항만 시설을 의미한다. 수상과 육상을 포함해 총 90개의 선석(배를 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45대는 서울시가 보유한 요트로, 나머지 45개는 시민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