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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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 추월당한 1등 조선국.' 올 상반기 중국의 선박 건조량이 한국을 제쳤다는 통계가 발표된 후 우려섞인 한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은 신규수주량과 수주잔량 면에서 지난해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데다 건조량마저 밀렸으니 객관적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위기감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한국 조선사들은 2위 취급이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주를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 주문이 크게 줄었다. 배값도 급락해 심한 경우 반토막이 됐다. 같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만들어 반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결단을 내렸다. 선박 수주를 아예 중단한 것이다. 대신 해양플랜트만은 꾸준히 수주했다. 우리만 만들 수 있으니 불황 속에서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조선시장에서 한국이 주춤하자 중국이 뛰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지난달 말까지 무려 3152척의 수주잔량을 쌓아 한국 조선사(1760척)들을 압도했다. 그러나 수주잔금을 살펴
"은평을은 이겼고…, 민주당의 압승이다." 지난 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 종료 직후 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그는 예상보다 크게 높은 34.1%의 투표율에 고무돼 있었다. 은근히 8개 지역구 전체에서의 승리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흐뭇함과 만족스러움이 교차한 그의 표정이 바뀌는 데는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 은평을에서는 개표 내내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큰 폭으로 뒤졌다. 초반 우세를 보이던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까지 막판에 전세가 뒤집혔다.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여론조사 때보다 못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투표율이 높으면 20∼30대 지지층이 두꺼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은 산산이 부서졌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는 민심을 속단한 오만한 공천 때문이라는 지적에 이견이 없다. 후보의 됨됨이에 상관없이 투표율만 높으면 무조건 자기 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착각도 일종의 '오만'에 속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어부 정영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 508호 법정. 재판장인 이강원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정씨는 회한이 앞선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는 듯 한동안 재판장을 바라봤다. 10초쯤 지났을까. 그는 두 팔을 들어올리며 "만세! 만세! 만세!"를 외쳤다. 그러고는 그만 엎드려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방청석에 있던 정씨의 가족들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눈에도 이슬이 고였다. "권위주의 통치시대의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교도소에서 심대한 고통을 입은 정씨에게 사법부가 진정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정씨의 가슴 아픈 과거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을 바탕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겠습니다. 정씨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부장판사는 정씨가 겪은 인고의 세월에 마음을 담아 사과했다. 가슴이 먹먹해
리비아가 지난달 중순 우리 외교관을 사실상 스파이로 규정, 추방하면서 양국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는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급속히 악화된 양상이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15일 서기관 직급의 주리비아 대사관 직원을 기피 인물인 '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통보했다. 비우호적 인물 통보는 사실상의 추방 선언이다. 관례상 72시간 내에 출국하는 것이 보통이다. 같은날 현지에서 8년간 일해온 한국인 선교사와 그와 연관된 한국인 농장주 1명이 리비아 정부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고 비슷한 시기 현지에 진출한 일부 한국 기업들도 잇달아 뇌물 수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달 23일 리비아는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사실상 영사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리비아에서 절대군주인 카다피에 관한 모든 것이 최고 금기 사항이라는 점을 십분 인정한다고 해도 그동안 양국간의 밀월 관계에 비춰 리비아측의 극단적 조
100억원. 어느 지자체가 행정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고 있는 하루치 이자다. 한국전력을 제치고 단숨에 국내 최대 공기업 자리에 오른 LH의 자산규모는 130조원. 민간기업을 포함해도 삼성그룹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덩치가 큰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이 덩치 큰 기업이 영양실조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118조원에 달한는 부채 때문이다. 최근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200억원에 대해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자 LH는 성남 재개발 등 민간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LH 이지송 사장은 "전국 414개 사업장 중 재개발 등 120곳의 주택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다"며 "시간을 끌수록 주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독한 마음을 먹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LH의 사업중단 선언을 놓고 성남시 모라토리엄에 대한 견제 조치라는 견해도 있지만 이는 LH의 속사정을 모르는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LH의
대법관은 3심 중 최종 심급을 관장하는 사법부의 보루다. 사건의 최종 판결권과 법률 해석권이 모두 대법관에 있다. 대법관이 누구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법관은 특정 직업, 성별, 지역에 국한돼서는 곤란하다. 사회가 복잡 다양화될수록 각계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대법관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외계층과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 대법관이 꼭 필요하다. 대법관의 면면은 한 나라의 사법 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김영란 대법관이 다음달 24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는 2004년 8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법관에 올라 남성 위주였던 당시 법조계에 신성한 충격을 줬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균형잡힌 판결로 호평을 받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여성ㆍ청소년ㆍ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시각을 대변해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할 생각
"'아이폰4' 출시 연기, 한국 화났다." 미국 월스트리저널이 25일(현지시간) 보도한 '아이폰4'의 한국 출시 연기에 관한 기사제목이다. 기사제목처럼 한국 소비자들은 정말 '아이폰4' 출시 연기에 단단히 화가 났다. 화난 이유는 단순히 출시를 연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출시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애플과 KT의 태도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아이폰4' 수신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이달 30일 한국을 제외한 17개국에서 '아이폰4'를 시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플은 지난달 24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5개국에서 '아이폰4'를 처음 시판한다고 발표할 당시 2차 출시국으로 한국을 포함한 18개국을 발표했다. 잡스는 한국이 2차 출시국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정부 승인을 얻는데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잡스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정부가 승인문제로 '아이폰4' 출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오
"혹시 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까." 최근 현대자동차 직원 A씨는 서울 양재동 본사를 방문한 한 북미지역 딜러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버스를 동원해 회사 정문을 가로막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토요타의 대량 리콜사태로 예민해진 해외 딜러 눈에는 현대·기아차 본사 앞 시위가 토요타와 유사한 품질시비로 비쳐진 것이다. A씨는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본사 정문이 버스로 막혀 있는 걸 처음 본 외국인은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 사옥은 정상적인 출입이 어려운 상태다. 한동안 대형 버스로 빌딩 전체를 둘러쌓기도 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 5000여명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직원과 해외 딜러 등도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와 회사를 잇는 조그만 샛길로 출입을 해야 한다. 이런 '진풍경'은 협력업체 해고자들의 시
"캐피털 회사 이자가 이렇게 비싸요? 사채하고 똑같잖아." "대기업의 현금 보유량이 많다." 이 발언은 야당의 정부 공격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이다. 그는 대기업 계열 캐피털 금융사 금리에 대해 "30%대도 여전히 고금리"라며 "후속조치로 이자 상황에 대한 일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현금 보유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니 서민들이 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던 집권 초와는 사뭇 달라진 발언들이다. 발언뿐만 아니라 정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은 '서민경제 살리기'로 해석하고 있다. 집권 하반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서민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민심 이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의한 정책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또 금융위기 회복의 온기가 윗목까지는 전달되지 않는 현실도 고
SBS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2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어긴 SBS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기 하루 전이다. 이를 놓고 방송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시 방통위의 시정명령 내용은 '월드컵 공동중계 협상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시정명령은 SBS뿐 아니라 KBS와 MBC도 함께 받았다. 그러나 이후 방송3사의 공동중계 협상은 물거품이 됐다. KBS와 MBC는 "SBS가 처음부터 공동중계 할 의사가 없었다"며 "돈으로 계상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고, 협상액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결국 방통위의 바람과 달리, SBS는 월드컵 단독중계를 강행했다. 방통위 시정명령을 어기고 단독중계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SBS에 대해 방송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SBS는 월드컵을 앞세워 '장사'하기 바빴다. 방송광고 시장을 '싹쓸이'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들의 길거리 응원에 대해서도 '공공시청권'(PV) 명분으로 돈을 요구했
며칠 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담소에서 나온 얘기다. "중국 기업들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추천하기가 좀 부담스럽다. 상장 하고나면 정보 제공도 시원찮고 그나마 제공되는 정보도 액면 그대로 믿기가 어쩐지 찜찜하다" 이 애널리스트의 말 속에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시각을 어렵지 않게 감지 할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회자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한 꺼풀 벗겨보면 이른바 '짝퉁(가짜)'의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차이나 디스카운트 효과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원양자원 주가가 22일 7% 상승했다. 최대주주 지분 블록딜을 중지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시장에 알려진 게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5월 최대주주 지분 보호예수가 해제된 이후 2개월이 채 안돼 중국원양자원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이로 인해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12% 이상 빠졌다. 앞서 중
#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A은행 한 영업점. 대출창구 쪽에서 "당분간 집 사지 마세요. 특히 대출받아서 무리하게 집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여신 담당 은행원의 말이었다. 그는 앞에 앉아있는 고객에게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누가 지금 집을 사겠어요. 앞으로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고, 금리는 계속 오를 것 같은데 차분하게 기다려 보세요."라고 강조했다. 이 은행원은 잠시 후 직장인으로 보이는 다른 고객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 개설을 적극 권했다. 한 시간 쯤 지났을까. 정부가 부동산대책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는 이날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결론을 내리겠다"는 '대책 없는 원칙'을 밝혔다. 당초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같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 시장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요즘 취재차 만나는 은행원들은 대부분 '부동산 시장' 이야기부터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