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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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당신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등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지난 5월15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가정집으로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 닥쳤다. 경찰은 월 방문자만 약 120만명에 이르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자가 이곳에 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A씨(30대·남)는 '공짜○○' '토렌트○○' 등 이른바 '어둠의경로'로 불리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선재 업고 튀어' '파묘' '더 글로리' '피지컬100' '나는 SOLO' 등 최신 드라마·예능·영화를 유포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는 긴급체포되는 경우가 드문 탓에 수사관들은 이날 현장에서 중요 단서들은 압수할 예정이었다. A씨 역시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한 A씨 노트북에서 성착취물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관들은 곧바로 A씨를 긴급체포하고 관련 영상 사이트를 폐쇄했다. HSI(미
"한강에서 사람이 불을 피우고 있어요." 지난달 13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성동경찰서 서울숲지구대에 112 신고가 들어왔다. 뚝섬한강공원에서 한 여성이 지푸라기를 태우고 있다는 시민 신고였다. 당시 안연회 서울숲지구대 경감을 비롯해 정은재 경사, 이준혁 경장, 김도현 순경 등 4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 장소에 가보니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이 맥주 캔을 마시며 한강변 쪽에 앉아있었다. 이곳은 평소 가로등도 없어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경찰은 손전등을 비추며 여성에게 다가갔다. 바닥에는 라이터가 있었고 지푸라기에 불을 피운 흔적도 있었다. 여성은 한강 산책로 앞에 설치된 펜스를 넘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안 경감을 비롯한 경찰들은 "여기서 이러면 안된다" "일어나라"고 말했다. 여성은 "싫다"며 횡설수설했다. 경찰이 "여기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돈이 없다. 너무 춥다"고 답했다.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 지갑을 살폈지만 신용카드만 있었다. ━"이럴 줄
"동생이 스스로… 지금 어딨는지는 모르겠어요." 지난달 12일 오전 11시25분 서울 동작경찰서 노량진지구대에 이같은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점심을 먹고 복귀한 노량진지구대 2팀과 홍유진 순경은 숨돌릴 새도 없이 뛰쳐나갔다. 급성 백혈병으로 아내를 잃고 장례를 치른 30대 남성 A씨는 친형과 친한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A씨 집을 찾아낸 후 문을 강제로 열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A씨가 있을 만한 곳을 특정하려 했지만 어떤 단서도 얻을 수 없었다. 모텔·고시원 등 인근 건물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1.8도. 팀원들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3시간이 넘게 수색했다. 노량진지구대 2팀은 공사 중인 28층 건물에 들어갔다. 모든 층에 전부 가보자는 팀장 지시에 홍 순경은 옥상부터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옥상 난간을 넘어간 A씨 뒷모습이 보였다. 홍 순경은 당시를 회상하며 "아직 살아계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할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할 현장이 워낙 많고 바빠요. 조금만 신경을 써서 '리뷰'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겠다 싶어 관내 교통 법규 위반 사례 3년 치를 분석했어요." 서울 동대문경찰서 답십리지구대 순찰3팀 부팀장 김세민 경위(46)는 이같이 말했다. 수의사 출신으로 스리랑카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테러가 빈번한 그곳에서 치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국내에 돌아와서 흰 가운을 벗었다. 이제는 제복 위에 무전기가 달린 조끼를 착용한다. 112신고 처리를 끝낸 뒤 숨을 돌리고 나서는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경위는 교통사고나 교통법규 위반 사례에 비슷한 패턴이 있다고 봤다. 어린이보호구역 앞에서 들어온 112신고를 살폈다. 학교 앞 횡단보도나 특정 도로에 차가 불법으로 주정차하고 있어 아이들 시야가 가린다는 내용이었다. 잘못된 끼어들기로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곳도, 무단횡단이 자주 발생하는 지점도 있었다. 순찰하거나 112신고에 나설 때마다 현장에
"중학생들이 도박사이트 총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믿기 힘든 첩보를 입수했다. 관내 중·고등학생들이 도박에 사이트 운영 조직에서 총판으로 활동한다는 내용이었다. 통상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에서 총판은 도박 참가자를 유인하는 '영업사원' 역할이다. 도박 참가자가 건 돈이나 잃은 돈의 일부를 성공보수로 받는다. 수사팀은 청소년들이 또래 학생들에게 불법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며 돈을 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체 파악에 나섰다. 관내 중학생 탐문에서 시작한 수사는 약 4개월만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기반을 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도박사이트 홍보하던 중학생 3명…배후에 '거대 조직' 있었다━ 이윤호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경감·38)과 팀원들은 경기 의정부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중학생 총판'에 대한 결정적 단서는 지역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얻었다. 도박 중독 상담과 재활 프로그
지난달 23일 오전 1시15분쯤 한 70대 여성이 112에 다급히 전화했다. 전날 오후 2시에 70대 남편이 산책하러 나가서 11시간이 넘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는 것. 치매 환자여서 사고가 날까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70대 남성 A씨가 고령의 치매 환자라는 내용을 토대로 실종 신고로 접수했다. A씨가 가진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보니 서울 노원구 수락산 일대로 파악됐다. 야간에 근무하고 있던 노원경찰서 상계1파출소 순찰 4팀이 신고를 넘겨받았다. 김원호 순경(29)은 강정우 경위와 함께 현장에 출동해 수락산 수색에 나섰다. 새벽 수락산은 입구부터 어두웠다.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는 야심한 시간 김 순경은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야 했다. 사방이 어두워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A씨가 안경을 썼다는 인상착의와 '산을 오른다'고 말했다는 신고 내용 등 정보도 한정됐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가리키는 위치에 가보니 갖춰진 등산로가 없었다. 김 순경은 정규
"가방 안에 넣어둔 지갑이 지하철을 타고 난 뒤 사라졌어요." 지난 3월26일과 27일 이 같은 신고가 경찰에 연이어 접수됐다. 여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각각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은 한화 55만원 상당으로 동일범 50대 A씨의 소행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지하철경찰대) 수사1팀 김현철 경위(42)는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피해자들이 탑승한 전동차는 서울지하철 3·4호선이었다. 경찰은 지하철 역사나 전동차 내부 등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자유롭게 확인할 길이 없어 CCTV를 보려면 서울교통공사·서울시메트로9호선·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의뢰해야 한다. 서울지하철 1·3·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처럼 여러 호선이 뒤섞여 있는 역의 경우 호선마다 다른 역무실에서 CCTV를 확보해야 한다. 소매치기범이 역사를 벗어나 외부로 나가면 해당 지역 구청이나 인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원난이가 내 손을 놨어." 문맹에 장애 2급인 A씨(67)는 1969년 부산 국제시장에서 가족을 잃어버렸다. 11살 나이에 말이 어눌하던 A씨는 가족을 찾지 못하고 부산의 한 고아원에 들어갔다. 이후 전남 장성에 사는 고아원장 가족을 따라 장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수십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며 가정을 꾸렸다. 그러다 올해 2월 하나 있던 아들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또다시 가족을 잃었다. 평소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A씨지만 아들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자신의 법정 후견인에게 어릴 적 이름과 형제자매 3명의 이름을 어눌한 발음으로 되뇌었다. 후견인은 '가족을 찾아달라는 거구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지난 3월 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고 전남경찰청 장서경찰서를 찾았다. 사건을 담당한 이선미 장성경찰서 경무과 경위(50)는 "이날 A씨 아들 사망 확인서를 떼러 와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달라며 쪽지를 내밀었다"며 "'헤어진 가족 찾아주기' 제
"제 아내가 개발자인데요. 팀장님 실력은 준 개발자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집에도 회사에도 개발자가 있어요." 지난 29일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수익추적팀장 권우성 경위(42)를 가리키며 수사관 김민수 경위가 이같이 말했다. 김 경위는 "팀장님은 마우스 없어도 엑셀을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단축키를 전부 안다. 이렇게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찰은 처음 본다"며 "한번은 개발자 아내에게 한번 봐달라고 해줄 수 있냐며 카카오톡으로 코드를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권 경위는 2021년 2월 범죄수익추적팀 신설과 함께 부임했다. 이전에는 고양경찰서 경제팀에서 사이버범죄를 수사했다. 그가 경찰로 일한 15년 동안 경제 범죄 기술은 고도화되고 수법도 복잡해졌고 갈증을 느꼈다. 데이터를 더 전문적으로 다루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범죄수익추적팀에 오면서 '각성'했다. 배울 수만 있다면 대전이든 서울이든 종횡무진 움직였다. 대전 통계교육원에서 경찰 대상 엑셀 교육을
"선배, 총책을 본 것 같습니다. 차량 번호 확인하겠습니다." 지난 4월 30일 늦은 오후, 경기 고양의 한 쇼핑몰에서 퇴근하던 경찰관이 익숙한 인상착의의 30대 남성을 발견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가 1년 6개월 넘게 쫓고 있던 사기 리딩방 일당의 총책 A씨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조직원이 잡힌 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본인 명의 휴대폰과 각종 인터넷 계정, 금융계좌를 사용하지 않으며 추적을 따돌렸다. 그런 A씨를 퇴근하던 수사관이 우연히 마주쳤다. 그 수사관은 같은 팀 선배 한지우 경사(29)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렸다. 한 경사와 수사팀은 A씨 차량 이동경로를 확인한 후 잠복했다. 며칠 후 A씨를 검거했다. 가짜 투자사이트와 리딩방을 운영하며 피해자 140여명으로부터 120억원을 가로챈 일당의 총책이 경찰에 붙잡힌 순간이다. ━'대포통장' 거래조직 장부에서 발견한 리딩방 일당 단서…끈질긴 수사로 일망타진━ 한지우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 수사관(경사)과
"뛰어내리려고 옥상에 왔어요." 지난 4월25일 오후 6시27분 서울 노량진지구대에 한 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20대 초반 여성이 투신하려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는 신고였다. 노량진지구대 송지영 경사는 순찰을 마치고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다 신고를 듣고 다급하게 달려 나갔다. 7시 야간근무팀과 교대를 앞두고 있던 노량진지구대 2팀은 다시 긴급태세에 돌입했다. 가장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코드 제로'도 발동됐다. 순경부터 팀장까지 모든 직원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지구대에 있는 순찰차 3대가 출동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했지만 신고자의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파악된 상태였다. 송 경사가 속한 팀은 기지를 발휘해 '옥상에 왔는데 A 아파트 이름이 보인다'는 신고를 토대로 아파트 동호수를 특정해 옥상으로 달려갔다. 여성이 있는 곳은 29층 옥상이었다. 때마침 온 119구조대와 함께 옥상 문 앞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구조대가 옥상 문 강제 개방을 준비했다.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뭐지?" 지난달 20일 오후 5시쯤 경북 상주시 왕복 2차선 도로. 경기 군포경찰서 군포지구대 소속 이남훈 경장은 모처럼 휴가를 내고 처가 친척들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그는 하천 위에 떠있는 이상한 물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날은 비가 내려 날씨도 흐리고 하천 물도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는 차를 한 쪽에 멈추고 하천 쪽을 살펴봤다. 승용차 한 대가 전복된 채로 잠겨있었다. 엔진룸이 있는 차량 앞부분은 완전히 물에 잠겨 있었고 차량 후미 쪽은 절반 정도만 물에 잠겨 있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화물차주는 비상등을 켠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경장이 다가가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느냐" "지금 탈출했느냐" 물어보니 차량 안에 사람이 그대로 있다고 했다. 이 경장과 함께 있던 처사촌 이창수씨는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하천 쪽으로 달려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유속을 알 수 없는 상태라서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