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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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원·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흘 전 내놓았던 시행령과 해석지침의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이 자체가 논란거리이며, 상당한 혼란도 불가피하다. 노동부는 당초 '교섭 단일화의 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교섭창구 단일화 철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하자 번복했다. 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명시하도록 한 노조법(제29조의2)에 위배된다. 법보다 매뉴얼이 상위가 되는 셈인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입법 취지를 더 잘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원청 사용자는 각각의 원·하청 노동조합 등 최소 2개의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하청노조 간에도 교섭단위 분리가 가능하므로 원청 사용자는 하청노조와 '무한교섭'에 노출된다. 원·하청 노조간, 하청·하청 노조 간의 이해타산이 다를 경우 교섭 난이도는 높아지고, 노노 갈등도 벌어질 수 있다. 자동차·조선 등은 업종 특성상 수천 개의 하청업체가 있어 교섭단위 쪼개기가 성행할 경우 상시적인 노사협상에 기업역량을 소모해야 한다.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보고 특정 주주의 소유지배를 막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일뿐더러 민간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것이어서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가 설립된 것이 시초다. 이후 코인원과 업비트, 빗썸이 출범하고 많은 부침이 있었다. 결국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경쟁 끝에 현재의 구도가 형성됐다. 만약 창업 시점에 자신의 지분이 강제로 축소될 것을 예상했다면 그만큼의 열의를 갖고 투자해 회사를 키울 수 있었을까. 민간기업 소유구조를 강제하는 선례가 생기면 모험자본도 위축될 게 뻔하다. 유망 스타트업이라면 규제리스크가 덜한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국내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대주주의 결단을 바탕으로 네이버와 합병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분기 중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저녁·밤 시간대 요금은 높이는 게 골자다. 송전 비용을 반영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도 도입한다. 전자는 재생에너지 소비 확대와 전력 수요 분산, 후자는 지역균형발전이 목적이다. 기후부는 대부분 기업에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4시간 공정 가동이 필수인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업종은 지역별 인하 혜택(5~15% 수준)보다 야간 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폭이 더 클 수 있다. 반도체 업종도 공정 특성상 낮 요금 인하에 맞춰 조업을 집중하기 어렵고 수도권 할증으로 부담이 더 커진다. 기업들은 지난 3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이 약 76% 급등함에 따라 전면적인 인하를 요구해 왔다. 상대적으로 원가가 낮은 산업용 전력이 원가가 높은 주택용 전력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를 바로 잡아 달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국제유가 등락에 따른 연료비연동제라도 지켜지기를 바라지만 기후에너지부는 한전 적자 등을 들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서부 텍사스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했을 때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동 지역 불안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자 소비자물가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급하게 상승했다. 이란 사태가 추가 전개 없이 봉합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국제 질서가 물리적 힘의 논리로 재편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앞서 국가수반이 축출된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다. 글로벌 석유 공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에너지 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석유 수입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자립 정책에 힘을 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를 볼 때 우리 산업의 전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