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저위험권총 도입 공청회
체험 경찰관 48.9%, 미체험 경찰관 76.3% 찬성
"제압력·사용 기준 검증 필요"…38구경과 병행 운용 기준도 쟁점

국민 10명 중 8명이 경찰의 저위험권총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실제 저위험권총을 체험 사격한 경찰관의 찬성률은 절반에 못 미쳐 제압력과 현장 사용 기준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저위험권총 도입·운용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저위험권총은 경찰에 보급된 38구경 리볼버 권총보다 피해 가능성은 줄이면서도 제압은 가능하도록 현장 요구에 따라 개발된 대체 총기다. 38구경 권총보다 무게가 가볍고 안전장치가 적용됐으며, 저위험탄의 위력은 기존 보통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신체를 약 60㎜ 관통할 수 있어 사망이나 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원이 지난 8월27일부터 9월1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국민 8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저위험권총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3%로 나타났다. 저위험권총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 응답은 73.5%였다.
도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제압력과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낮은 제압력으로 위험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응답은 62.4%,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응답은 61.1%였다. 도입 과정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명확한 사용 기준과 절차 마련, 경찰관의 책임 범위와 보호 기준 마련 등이 꼽혔다.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3197명 가운데 73.5%가 저위험권총 도입에 찬성했고 70.2%는 실제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저위험권총을 직접 체험 사격한 경찰관만 놓고 보면 결과는 달랐다. 체험 경찰관 331명의 도입 찬성률은 48.9%로 절반에 못 미쳤다. 성능과 구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도 41.7%에 그쳤다.
도입에 반대한 경찰관들은 낮은 제압력으로 위험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경찰관 대상 심층면접에서도 총기 사용 이후 감사와 각종 보고에 대한 부담, 대상자 사망·중상 가능성에 따른 심리적 부담 등이 총기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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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어진 토론에서는 저위험권총 도입에 앞서 실질적인 필요성과 성능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영돈 경일대 경찰학과 교수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만큼 기존 무기 휴대 체계와 물리력 사용 체계 전반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며 "설문조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현재 총기 사용 체계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저위험권총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38구경 권총과 저위험권총을 함께 운용할 경우 현장에서 두 총기를 어떻게 구분해 사용할지도 쟁점으로 꼽혔다. 저위험권총이 기존 권총보다 위해성이 낮은 만큼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반면, 제압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경찰관이나 제3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저위험권총으로 제압되지 않을 경우 어느 시점에 38구경 권총을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현장 상황은 수십, 수백 가지인데 사용 단계와 매뉴얼만 추가하면 오히려 현장 경찰관이 이를 모두 숙지하고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채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장도 "38구경 권총과 테이저건 사이에서 저위험권총이 메우려는 '공백'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현장 사례를 분석해 당시 저위험권총이 있었다면 실제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지 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청회는 저위험권총 도입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에 따라 마련됐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관련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적정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산을 집행하도록 하는 부대의견이 달렸다. 이에 경찰은 저위험권총의 휴대·사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별도로 국민과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확인하는 사회적 수용성 연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도경찰청별로 저위험권총 사전훈련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운영과 현장 배치에 들어가 2029년 하반기까지 현장 보급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와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도입·운영 방안을 보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