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위의 '우울병 진단' 12명이 봤다… "국가가 250만원 배상"

육군 대위의 '우울병 진단' 12명이 봤다… "국가가 250만원 배상"

이창섭 기자
2026.10.03 08:5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군 내부 시스템에서 약 6시간 노출
"인격적 살인에 가까운 명예훼손"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육군 장교 전역 심사 과정에서 '우울병 임상적 추정진단'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군 내부 업무관리시스템에 노출된 데에 1·2심 법원이 모두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경한)는 최근 육군 장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2020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뒤 대위로 복무하던 2024년 12월 전역을 지원했다.

육군 인사사령부는 이듬해 1월31일 장기복무장교의 5년 차 전역 추천심사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했다. 첨부된 심사표에는 A씨의 '종합시험 불합격'·'유급으로 위탁교육 해제'·'우울병 임상적 추정진단' 등 내용이 담겼다.

육군 담당자는 공문을 보내면서 열람 범위를 '열람불가'로 설정했지만 당시 육군과 국방부가 서로 다른 버전의 업무관리시스템 '온나라'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육군은 온나라 1.0, 국방부는 온나라 2.0을 사용했다. 같은 체계끼리 문서를 주고받으면 기존 열람 범위가 유지되지만 다른 체계로 접수되면 열람 범위가 '기관'으로 자동 설정됐다.

국방부 담당자가 지난해 2월3일 오전 11시23분쯤 공문을 접수하면서 열람 범위가 '기관'으로 바뀌었고, 같은 날 오후 5시37분쯤 이를 발견해 '부서'로 변경했다. 약 6시간14분 동안 12명이 해당 문서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단순한 신상 노출을 넘어 인격적 살인에 가까운 명예훼손"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했다. 특히 폐쇄적이고 소문이 빠른 군 조직의 특성상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질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주장했다.

1심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A씨는 나머지 750만원도 지급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역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A씨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에 A씨의 인격과 명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불법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폐쇄적이고 소문이 빠른 군 조직의 특성상 설령 12명이 해당 문서를 열람했다고 하더라도 A씨의 정보가 군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전파될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개 시간이 약 6시간14분에 그쳤고, 시스템 버전 차이로 사고가 발생한 점과 국방부가 문제를 인지한 즉시 열람 범위를 변경한 점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은 위자료 250만원이 적정하다고 봤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창섭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이창섭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