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편 감시" 도청앱으로 12만건 녹음...34억 챙긴 앱 운영자, 징역 7년

"바람난 남편 감시" 도청앱으로 12만건 녹음...34억 챙긴 앱 운영자, 징역 7년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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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불법 감시앱을 판매하고 녹음파일이 저장되는 서버까지 관리했다면 직접 통화를 녹음하지 않았더라도 불법 도청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제공한 것을 넘어 범죄가 이뤄지는 데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원심 법원이 최씨에게 명령한 약 19억7400만원의 추징도 함께 확정됐다.

최씨는 2019년 1월부터 휴대전화 감시앱 판매업체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일하며 고객 상담과 판매대금 정산 등을 총괄했다. 이 앱은 감시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모용' 앱을 설치하고 감시 대상자의 휴대전화에 '자녀용' 앱을 설치하면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피감시자의 휴대전화에서는 앱 아이콘과 알림이 숨겨졌다.

앱이 설치되면 피감시자의 통화 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고 GPS 위치와 문자메시지 등이 업체 서버로 전송·저장됐다. 감시자는 서버에 접속해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는 '바람난 남편' 등 키워드로 광고하고 흥신소와 연계해 고객을 모집했다. 이용료는 한 달 50만원 등이었다.

최씨는 앱 구매자들과 공모해 2024년 10월30일부터 한 달간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통화 약 12만건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약 6000명이 앱을 내려받도록 해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고, 피감시자 약 900명의 동의 없이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또 신고 없이 위치기반서비스사업을 하면서 약 34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도 포함됐다.

최씨는 실제로 녹음한 것은 앱 구매자들이며 자신은 앱을 판매했을 뿐이라며 불법 녹음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 모두 최씨의 책임을 인정하고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과 함께 19억740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원심 법원은 "최씨와 앱 구매자들과의 순차적·암묵적 공모관계가 인정되고 그에 터잡은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 역시 인정된다"고 했다.

원심 법원은 앱 자체가 통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고 광고에서도 감청 기능을 강조했다는 점, 상담 과정에서 몰래 앱을 설치하는 방법을 안내했고 녹음파일이 별도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돼 감시자가 수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면서 감청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감시 앱을 팔고 녹음파일 저장 서버까지 관리한 업체 운영자에게 앱 구매자들이 한 불법 통화 녹음에 대한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형법상 공동정범은 범행을 직접 실행한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범행을 공모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범죄 실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직접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도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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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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