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간 가사와 육아를 도맡아 온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이혼과 함께 "아이들 데리고 집을 나가면 유괴로 신고한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법적 조언을 구했다.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12년 차 전업주부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 남편은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아야 했다.
사업가인 남편은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주말에는 골프 약속이나 모임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남편은 돈 문제에도 예민했다. A씨가 사용한 카드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며 "돈 한 푼 못 버는 사람이 씀씀이만 크다"고 면박을 줬다. A씨는 아이들 교육비나 병원비를 지출하면서도 남편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부부 사이의 대화도 끊겼다. 그러던 중 최근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며 "당신은 돈을 벌지 않으니 아이들은 내가 키우겠다. 혼자 나가라"고 말했다. A씨가 거절하자 남편은 "아이들 데리고 집을 나가면 유괴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A씨는 "결혼생활에 미련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친정으로 가고 싶다"며 "이혼한다고 하니 두렵고 막막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다. 경제력이 없는 제가 양육권을 받을 수 있는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곽동주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전업주부라고 해서 양육권 지정에 불리한 건 아니다"라며 "법원은 부모의 경제력뿐 아니라 그동안 누가 아이들을 주로 돌봐왔는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정서적 유대가 어떤지, 앞으로도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에 참여하지 않은 남편이 아이들을 할머니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A씨는 주양육자였기 때문에 양육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A씨가 아이들을 주로 키워왔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모아두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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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면 유괴로 신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주양육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거처를 옮겼다고 해서 곧바로 유괴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부모 중 한쪽이 폭행이나 협박 없이 자녀를 데리고 나와 보호·양육한 경우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육권을 원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며 "자녀의 생활을 단절시키거나 남편의 면접 교섭을 차단하는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남편에게 거처와 사유를 알리고, 아이들이 아빠를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남겨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12년간 가사와 육아를 맡아온 것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인정된다. 혼인 기간이 길고 자녀 양육을 전담해 왔다면 기여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편 재산을 정확히 모른다면 이혼소송 중에 재산명시와 재산조회 신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