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교실에서 특정 학생에게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육이나 생활지도의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4월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당시 9세였던 피해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공부를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해학생에게 "공부 좀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학생은 이후 일기장에 교사의 발언으로 속상해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거나 주말에는 선생님을 보지 않아도 돼서 좋다는 등의 내용을 적었다. 선생님 때문에 불안하다, 선생님 때문에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는 취지의 내용도 남겼다.
1심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피해학생과 어머니의 진술, 피해학생의 일기장 등을 토대로 A씨가 실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인정했다.
1심 법원은 실제 피해학생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어린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임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한 것은 학생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해칠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2심도 A씨의 발언 대부분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학생생활지도의 범위를 벗어난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학생의 진술이 주요 내용에서 일관되고 일기장 내용도 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같은 반 학생 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2심은 A씨가 피해학생의 학업 향상을 고민했던 정황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학대의 고의를 가지고 범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및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보다 형을 낮춰 벌금 5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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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