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머릿속에 들어가야죠"…22년차 베테랑 수사관의 '비밀 무기'

"피의자 머릿속에 들어가야죠"…22년차 베테랑 수사관의 '비밀 무기'

김서현 기자
2026.10.11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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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강용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 4팀장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61만건(2025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7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만난 강용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 4팀장./사진=김서현 기자.
지난 7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만난 강용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 4팀장./사진=김서현 기자.

"뇌물 수사에 자백이란 없습니다. 피의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숨겨둔 장부가 어디에 있을지 먼저 그려봐야 하죠."

뇌물 사건의 압수수색 현장에서는 영화처럼 고성이 오가거나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드물다. 대신 수사관과 피의자 간 팽팽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은밀하게 이뤄진 금품 거래를 입증하려면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피의자가 숨겨둔 증거를 빠르게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2계 강용규 팀장(50)은 뇌물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수사관이다. 공직자와 기업인 등이 연루된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를 주로 수사해왔다.

최근 지역 시의원들이 특정 업체에 사업예산을 편성해주는 대가로 4억68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토착 비리 사건에서도 강 팀장의 수사 경험이 빛을 발했다.

강 팀장은 평소 수사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일부 시의원들이 특정 업체의 청탁을 받고 사업예산을 편성해주는 비리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에는 수사 초기부터 복잡한 범행 구조와 관련자들의 역할을 분석해 통상적인 뇌물 사건보다 빠르게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압수수색에 앞서서는 팀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피의자의 동선과 생활 습관·심리 상태 등을 파악해 증거를 숨겼을 만한 장소를 추려냈다. 강 팀장은 "내가 피의자라면 어디에 증거를 숨겼을지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 끝에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에서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시의원 2명을 포함해 총 20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범죄수익추적수사팀과 공조해 기소 전 4억4123만원 상당의 범죄수익도 동결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사관'…'역지사지'로 화이트칼라 장벽 깨뜨려

강용규 팀장이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강용규 팀장이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2001년 경찰에 입직한 강 팀장은 2005년부터 수사 업무를 맡았다. 공공범죄 수사 경력만 약 10년이다. 2019년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전국에서 6명만 선발한 수사심사관을 거쳐 2021년에는 책임수사관 자격을 취득했다.

강 팀장은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사건에 접근한다. 피의자가 어떤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증거를 어떻게 관리했을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분석한다. 강 팀장은 "피의자로부터 '이 분야에 종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수사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익히기 위해 야간 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과거 대형 건설사의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회계장부 분석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다. 강 팀장은 "관련 부서가 별도로 생기기 전에는 수사관이 직접 회계 장부를 분석해야 했다"며 "기업과 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을 자주 다루는 반부패 수사에선 필수 지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은 전문성은 주요 경제범죄 수사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자산가치가 5600억원대에 달하는 국가핵심기술의 대만 유출 사건이 있다. 해외 법인이 연루돼 수사가 까다로웠지만 집요한 자금 추적과 기술 분석으로 해외 법인을 국내법으로 처벌한 첫 사례로 만들어냈다.

또 수원·동탄 일대에서 발생한 총 1700억원대 전세사기 사건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강 팀장이 끊임없는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후배 수사관들에게 수사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체계적인 수사 교재가 부족해 개별 수사관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수사의 질이 달라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팀장은 형사사법체계가 변화하는 지금이야말로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차에 따라 증거를 적법하게 수집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수사에서 경험이 범인을 잡는 기술이라면 법과 원칙은 수사를 진행하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라며 "국민의 눈높이가 계속 변화하는 시점에서 이를 합쳐 수사의 균질성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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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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