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범죄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 1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주요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등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해킹사태 등 주요 사건이 이첩되더라도 당장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장이 공백인 상황에서 지휘·감독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중수청 서열 톱10 중 한 명에게 첫 감독권을 행사했다. 업무 공백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조직 연착륙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약 1900명이 채워져 충원율 약 66.1%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본청은 정원 396명 대비 250명이다. 특히 주요 사건을 담당할 최대 조직인 서울중수청은 1089명 대비 68.9%인 750명이 배치됐다.
주요 사건 수사를 책임질 과장급 보직도 다수 공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본청 과장급 보직 24개 중 16개가 공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수청은 25개 중 11개 과장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수청에선 정원 122명을 이끌 반독점수사국장 자리도 비어있다. 반독점수사국은 공정거래·기업범죄사건을 담당하는 곳이다.
법조계에선 인력 부족 상황이 장기화하면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 전망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일선청에서 국장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은 조직 안착하는데 좋지 않은 신호"라며 "수사 지휘 측면에서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시설 등 인프라도 미비한 상태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중수청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마련하지 못해 경찰 시스템을 빌려 쓰고 있다. 이 또한 사건의 이첩 수신과 사건 접수, 배당 등 필수 기능 위주로만 운영되고 있다.
본청과 지방청의 사무실 공사도 아직 진행 중이다. 본청과 서울중수청의 사무공간이 위치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도 공사를 마치지 못한 층이 있어 일부 층만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지방청의 경우엔 아직 관사가 마련되지 못해 인근 호텔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수사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청이 제대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처럼 주요 사건이 터지더라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경우 해킹 경로 역추적을 위해 해외 관계기관과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나 당장 국제공조를 할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은 국제공조 등의 필요성 때문에 금융기관 해킹 사건 전담수사팀에 디지털포렌식·국제공조 등 지원 인력 15명을 추가 투입했다.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경찰이 맡고 있다. 경찰은 수사 관할 문제로 수사 공백이 발생하는 일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중수청 이첩 여부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어느 기관이 수사를 맡을 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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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에 감독권 행사를 예고하면서 사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수청 출범 뒤 첫 감독권 행사다.
임 청장은 바로 페이스북에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고 밝히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대응했다. 임 청장은 중수청 차장과 지방중수청장 등 7명의 1급 수사관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