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상담은 수백만원, 교수 강연은 30만원…"모욕감 느꼈다"

오은영 상담은 수백만원, 교수 강연은 30만원…"모욕감 느꼈다"

이은 기자
2026.10.1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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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강연료가 지식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이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강연료가 지식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이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강연료가 지식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지식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는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최근 한 정부 기관으로부터 전 국민 대상 토론회의 주제 강연을 요청받은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토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큰 틀을 제시하는 강연이었다"며 "그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왔기에 조금 더 다듬으면 잘 준비할 수 있겠다고 보고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자료를 모두 다시 검토하고 하루를 들여 내용을 정리하고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준비했다면 한 달 이상 걸렸을 작업이다. 그 전 일주일 동안에도 틈틈이 강연의 방향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행사 당일에도 하루 종일 현장에 머물러야 했다며 "물리적으로만 최소 이틀이 들고, 바탕이 된 작업까지 치면 한 달 이상이 들어간 강연"이라고 했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사진=김현철 페이스북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사진=김현철 페이스북

김 교수는 김영란법에 따라 외부 강연은 미리 신고해야 하기에 강연료를 알아봐달라고 먼저 요청했다며 "담당 공무원도 강연료를 모르고 있었다. 제 요청으로 알아본 금액은 3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다. 하루 종일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노동자 일당이 30만원 정도다. 여기에 준비에 들어간 시간이 더해진다"고 했다.

결국 김 교수는 강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는 "잠시 고민한 뒤 강연을 무료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이 제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강연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이 기관이 부를 강사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작은 잡음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관도 놀랐는지, 이후 강연료를 조정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를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영유아와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까지 든다는 이야기였다"며 "한 분야 최고 전문가의 한 시간이라면 그 가격이 꼭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최정상급 가수들이 받는 출연료처럼 다른 분야의 최고 대가와 견주어 보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오은영 박사는 자기 병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을 얼마로 매길지는 자유다.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면 가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다만 대학교수의 외부 강연료는 김영란법에 묶여 있어 사정이 다르다며 "사립대학 교수 기준으로 외부 강연료 상한은 1시간에 100만원, 2시간에 200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1시간 강연은 1시간 노동이 아니다. 준비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2주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지식노동에도, 육체노동에도 최고 수준이 있다"며 "각 분야의 정상권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라고 글을 마쳤다.

김 교수의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교수와 연구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동원 홍콩과학기술대학(HKUST) 부교수는 "공공기관에서 15분 기조연설에 25만원을 제시해 저도 같은 이유로 무료로 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같은 날 같이 참석한 유튜버, MC도 시간당 교수 강연료보다 훨씬 많이 받는 것을 알고 회의가 들었다"고 공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지낸 김용정 원장은 재직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현지에서는 강의 준비 시간과 비행시간, 강의 시간을 모두 합산해 시간당 500~1000달러를 받았지만, 서울에서는 거두절미 30만원, 세후 26만원을 받는다. 강의 후 자괴감이 든다"고 반응했다.

의학 전문기자 홍혜걸 역시 "공감한다"며 "이런 부분은 법 개정을 통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나 공공기관, 도서관에는 훌륭한 분을 모실 예산이 적고 소외된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는 성격이 크다"며 "기업과 국가나 공공기관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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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기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연예 분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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