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73) 무지외반증

#주부 김모씨(50대·여)는 얼마 전부터 오래 걸은 날이면 엄지발가락 안쪽이 욱신거리고 발바닥까지 아팠다. 평소엔 크게 불편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날씨가 좋아 평소보다 많이 걸은 날이면 신발을 벗은 뒤에도 한동안 통증이 이어졌다. 엄지발가락이 조금 휘어 있었지만 눈에 띄게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단순히 발의 피로라고 생각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걷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이맘때면 주말마다 가까운 산이나 공원을 찾거나 여행과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그러나 평소보다 오래 걸은 뒤 발이 아프다면 단순히 '많이 걸어서 생긴 피로'로만 생각하기보단 발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김씨처럼 평소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발의 불편함이 걷는 시간이 길어지며 두드러진다면 '무지외반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의 관절이 발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변형이 진행되면 발에 체중이 실리는 방식이 달라져 걷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래 걸은 뒤 통증이 심해지는 것은 엄지발가락이 걸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걸을 때 엄지발가락은 발에 실린 체중을 받아내고 바닥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무지외반증으로 엄지발가락의 정렬이 틀어지면 다른 발가락으로 부담이 옮겨가면서 엄지발가락 안쪽의 통증뿐 아니라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둘째, 셋째 발가락 주변까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초기엔 신발을 신었을 때 엄지발가락 안쪽이 눌리거나 쓸리면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볼이 좁거나 앞코가 뾰족한 신발을 오래 신으면 돌출된 관절 부위가 반복적으로 자극받아 피부가 붉어지고 붓기도 한다. 평소보다 발볼이 넓은 신발을 찾게 되거나,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이 반복되고 둘째 발가락 쪽까지 통증이 나타난다면 무지외반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얼마나 휘었는지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변형이 있어도 통증이나 일상생활의 불편이 없다면 발을 압박하지 않는 신발을 신고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반대로 변형이 심하지 않더라도 통증이 반복되거나 신발을 신기 어렵고 걷는 데 불편함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 방법은 변형 정도와 함께 통증, 보행 불편, 신발 착용의 어려움, 관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발볼이 넓고 앞코가 편안한 신발을 선택해 돌출 부위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고 장시간 걷거나 서 있는 것을 피하면서 발을 쉬게 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통증과 불편을 줄이는 목적으로, 이미 발생한 뼈의 변형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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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지속되거나 변형이 진행돼 일상생활에 불편이 크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 기존의 개방형 수술법 외에도 작은 절개를 통해 뼈의 정렬을 교정하는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교정술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카(MICA)'와 '미타(MITA) 등이 있으며, 이는 작은 절개로 주변 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흉터와 회복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최소침습 수술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발의 변형 정도와 뼈의 정렬, 관절 상태 등을 정확하게 평가한 뒤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 좋은 계절을 건강하게 즐기려면 많이 걷는 것만큼 발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엄지발가락의 변형과 함께 반복적인 통증이나 보행 불편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발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부 기고자-윤영식 바른세상병원 수족부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