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1,310,000원 ▼44,000 -3.25%) 상생노동조합(노조)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근거로 2대 주주인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단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노란봉투법에서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며 "큰 틀에서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적인 보상 구조나 투자 전략 등에 관여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전략적인 의사결정만으로는 '구체적인' 지배·결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별 근로자의 인사나 보상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노조가 제시해야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연한 정황만으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를 협상테이블로 부른 것 자체를 '교섭 전략'으로 본다. 최근 영업이익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또다시 노사 문제로 얽히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삼성전자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시도 자체는 잃을 것은 적고 얻을 것은 많은 패일 수 있다"면서도 "독립된 회사가 굳이 2대 주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접근은 다소 과도한 전략이란 해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뒤 '누가 사용자인가'(사용자성)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여러 기업이 노란봉투법의 해석을 두고 단체교섭의 당사자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교섭 당사자에 해당하는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면서 '교섭하라'는 노조에 맞서 법원을 상대로 한 '집행정지'로 대응하는 사측의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최근 여러 기업에서 산하 노조와 모기업이 부딪히는 문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며 "이런 식의 문제 제기나 교섭 전략을 노조가 짤 수 있도록 만들어준 근거가 노란봉투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직접 고용주뿐 아니라 어떤 배후에 있는 존재를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사용자성 판단에 소위 '지뢰밭'을 열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와 삼성전자의 단체교섭 적법 여부를 두고 노동위원회와 법원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교수는 "노사 관계가 진흙탕 속에 빠지고 있다"며 "보안 입법을 전제로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노란봉투법의 '디테일'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