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2015년 삼성물산(340,500원 ▼1,000 -0.29%)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한국 정부 배상책임이 다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환송심에서 중재재판소(PCA)가 한국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및 국민연금공단 투표 개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재재판부는 한국 정부가 부담할 배상금을 1억1300만달러(약 1534억원)로 판단했고 여기엔 손해배상금, 이자 및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다.
엘리엇은 재판부가 한국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삼성물산과 주요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을 걸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성명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한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이 되는 재벌 특혜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부당하게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 분쟁의 핵심은 약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해당 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 기관으로 간주돼야 하는지 여부였다.
정부는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2024년 1심에서는 한국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025년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었다. 올해 2월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국민연금 자체가 한미 FTA상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존 중재판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환송하는 결정을 받아냈다. 다만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의사결정 개입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의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환송심에서는 국민연금 자체를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더라도,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유도했고 이것이 엘리엇의 실제 손실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성립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청와대나 복지부 관계자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개입 때문에 합병이 성사돼 엘리엇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별개라는 게 정부 논리였다. 정부 개입이 없었더라도 국민연금의 표결이나 합병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손해배상 책임까지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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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중재판정부는 환송 심리에서 정부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는 게 엘리엇의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법적 지위와 별개로 청와대와 복지부의 개입 자체가 엘리엇의 손실로 이어졌다고 봤다는 것이다.
앞서 엘리엇은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삼성물산 지분에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당초 7억7000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2023년 중재재판소는 한국 정부에 약 4850만달러의 손해배상금과 2015년 7월부터 발생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