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상을 나눌 수도 있다며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9일(현지시간) AFP와 CBS뉴스 등에 따르면 필라이는 이날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법 관련 행사에 참석하던 중 자신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온 필라이는 수상 소식을 쉽게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처음에는 농담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필라이는 청중을 향해 "여러분의 박수는 내게 승리와 같다"며 "상을 받을 때는 사람들이 내가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웃으며 "하지만 변호사이자 판사로서 여전히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박수가 계속되자 "조금만 더 박수를 치면 이 상을 트럼프와 나눌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 이 모습은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이 촬영해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필라이의 발언은 노벨평화상 수상 의사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농담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도 자신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올해 1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의 노벨평화상 메달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지위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사후에 나눌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날 필라이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평화와 국제법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필라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넬슨 만델라와 다른 활동가들을 변호했던 초기 활동부터 오늘날 주요 국제재판에 재판관으로 참여하기까지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이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제사법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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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는 남아공 고등법원 판사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소장,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등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맡았다. 이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가자지구 독립조사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민간인 피해와 국제인도법 위반 문제를 조사했다.
현재는 감비아가 미얀마를 상대로 제기한 로힝야 집단학살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특별재판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감비아는 2019년 필라이를 이 사건의 특별재판관으로 지명했다. 필라이는 최근까지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단했으며, 이스라엘은 이 같은 결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개인과 단체를 합쳐 모두 287개 후보가 올랐다. 상금은 1200만스웨덴크로나(한화 약 16억원)로,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